[프라임경제] 삼성중공업(010140)이 골칫거리였던 원유시추선(드릴십) 4척을 1조400억원에 매각한다. 이번에 악성 재고를 처분하게 되면서 재무건전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미래형 선박에 투자할 재원을 마련하게 됐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드릴십 4척 매각을 위한 '큐리어스 크레테 기관전용사모투자 합자회사(이하 PEF)'에 590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PEF는 삼성중공업과 국내 다수의 투자기관이 참여하는 펀드로 총 1조700억원을 조성해 5월 중 출범할 예정이다. PEF는 삼성중공업의 드릴십을 매입하고 시장에 리세일(Resale)해 매각 수익을 출자비율 및 약정된 투자수익률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배분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이 현재 보유 중인 드릴십은 총 5척으로 이중 이탈리아 사이펨사가 용선(매각 옵션 포함) 중인 1척을 제외한 4척을 매각할 예정이다.
매각 대금은 약 1조400억원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이 유럽지역 시추 선사와 조건부 매각 계약을 체결한 드릴십 1척에 대한 권리도 매각 대상에 포함된다.
드릴십은 깊은 해역에서 원유·가스 시추 작업을 하는 선박 형태의 설비다. 척당 건조 비용이 5억 달러(약 6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지만, 선주사들이 줄줄이 인도를 거부하자 악성 재고로 전락했다.
2014년 하반기 국제 유가 폭락으로 선주사들이 인도를 거부했고, 삼성중공업은 수천억원을 들여 건조한 드릴십을 조선소에 묶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한 손해는 재무제표에 대손충당금으로 반영됐고, 유지보수비에만 매년 수백억원이 들어갔다.

삼성중공업 영업이익 추이(단위: 억원) ⓒ 프라임경제
악성 재고로 남은 드릴십은 삼성중공업의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 이후 7년 연속 적자 상태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적자를 기록해 누적 적자가 5조5652원에 달한다.
이에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은 2015년부터 이어온 적자를 끊고자 재고 드릴십 처리에 박차를 가했다. 최근 국제 유가가 100달러대로 올라가고 드릴십 업황이 점차 개선되면서 드릴십 거래가 재개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됐다.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용선 후 매입 조건으로 드릴십 1척을 인도한 데 이어 또 다른 1척은 조건부 매각을 체결하고 계약 발효를 기다리고 있다"며 "잔여 드릴십의 처리 방안도 다각도로 검토 중으로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드릴십 매각 자금으로 삼성중공업은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차세대 기술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액화천연가스(LNG) 연료 추진선박에 적용 가능한 탄소포집 기술, 액화수소운반선에 쓰이는 액화수소 화물창(저장탱크) 기술, 암모니아 추진선 등을 개발 중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드릴십 매각으로 약 45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건전성이 개선될 뿐 아니라 향후 리세일로 투자금을 회수하게 된다"며 "국제유가의 강세로 드릴십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고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