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자 현대가(家) 3세인 정기선 HD현대(전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 사장이 사내이사로 진입하면서 본격적인 그룹 경영에 나서자마자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수주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지만, 잇따른 근로자 사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게다가 임금협상, 실적 개선 등 과제가 산적한 상태다.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현대중공업그룹의 새로운 50년 시작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이은 악재에 어깨 무거워진 정기선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009540)은 현재까지 약 71억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인 174억4000만달러의 약 41%를 달성했다. 한국조선해양은 라이베리아, 중동 선사와 79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6척과 자동차운반선(PCTC) 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하는 등 수주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수주 호황에도 연이은 악재에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329180)이 잇따른 사망사고가 발생한 데다 임금·단체협약(임단협) 문제로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지주사와 조선 사업 중간지주사를 모두 책임지게 된 정 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는 'HD현대(267250)-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으로 구성돼 있다.
정기선 체제가 본격 가동되자마자 지난 2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협력업체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번 사고는 1월24일 중대재해로 사망사고가 일어난 지 68일 만이다.
이에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는 올해 1월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고용부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작업장에 '작업중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특히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더 엄격한 사고조사로 인한 작업중지 기간이 길어져 선박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선주들이 인도 기한 차질을 문제삼으면서 발주를 취소하는 선례가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현장 사고 사망자는 회사가 설립된 1972년 이후 473명에 달한다. 올해에만 벌써 2건이 발생했다.
현대중공업은 잦은 사망사고로 작년 5월 고용부가 본사를 포함한 안전보건 특별근로감독까지 진행했으나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에 현대중공업이 중대재해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대중공업 노조 "정씨 부자만 배불리는 경영"
설상가상으로 노사 갈등도 심화되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8월30일 임금협상 상견례를 시작했지만, 해를 넘기고도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노사는 앞서 지난달 15일 7만3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약정임금의 148%, 격려금 250만원 지급 등을 골자로 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일주일 뒤 진행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66.76%의 반대로 부결됐다.
노사는 재교섭을 통해 새로운 합의안을 만들어 내야 하지만 임금협상 재개가 지연되고 있다. 이에 노조는 지난 18일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고 투쟁결의를 다지고 있다.
노조는 20일 발행한 소식지를 통해 "1차 총회 부결에 따라 4월5일 교섭 재개 공문을 회사에 전달했으나 추가 요구를 하는 것은 합의정신에 위배된다는 어처구니없는 변명을 하고 있다"며 "정씨 부자만 배 불리는 경영이 아니라 노동자 공동배분과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현대중공업그룹은 권오갑 회장 주재로 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열고 "중대재해 등 각종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각 사업장 단위로 구축한 안전관리 방안을 공유하고 강화된 안전관리 방침을 현장에 맞게 설계해 즉시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임금협상 재개 시점은 아직 계속 검토 중"이라면서 "중대재해 재발 방지책은 지난 2일 중대재해 발생 이후 새로 나온 내용은 없으며 구체적으로 대책이 나오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