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한국은행 총재 부재로 인해, 주상영 금통위원(의장 직무대행)이 회의를 주재했다. ⓒ 한국은행
[프라임경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4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p 올려 연 1.50%로 조정했다.
금통위는 지난 2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데 이어 이번 회의에서도 만장일치로 '인상'을 결정했다.
회의를 주재한 주상영 위원(의장 직무대행)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2월말 금통위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 금융여건에 큰 변화가 발생했다"며 "특히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을 보여, 한은 총재가 공석임에도 불구하고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기준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3월 106.06을 기록하며 1년 사이 4.1% 상승했다. 지난달 근원물가는 2.9% 올라 2009년 6월(3.0%) 이후 최고치를 찍었으며, 1년 후 물가상승률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9%로 2014년 4월(2.9%) 이후 7년 11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주 위원은 "우크라이나 상황이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을 올리고 있으며, 공급망 차질도 심화 모양새"라며 "물가 상승률은 4%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할 것 같으며, 연간 상승률도 2월 전망치(3.1%)를 큰 수준으로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제성장 전망은 현재 조사국에서 새롭게 수정하고 있으니, 오는 5월 수정 전망치 발표 때 말하겠다"고 첨언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8월부터 이날까지 4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기자회견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둔화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주상영 위원은 "기본적으로 경기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경기회복세에 맞춰 기준금리를 조정한 것"이라며 "물론 금리를 인상하면 회복 속도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현재까지 지표들로 봤을 때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주 위원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물가상승이 일어나는 저성장·고물가 상황을 말한다.
그는 "물가 상승률이 4% 정도로 높은 건 사실이지만, 국내 경제 성장률이 아무리 낮아진다고 해도 2% 중후반이 될 것이기에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통화 긴축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날 기자회견은 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금통위 기준금리 인상 결정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1.00∼1.25%p 벌어졌다. 하지만 연준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빅 스텝(0.5%포인트 인상)을 예고하고 있으며, 지난 3월 정례회의에서 FOMC 위원들은 향후 기준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금리 수준을 1.90%로 예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미국에게 기준금리를 역전당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주 위원은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환율 상승과 자본 유출을 발생시키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한국은) 경제 성장세가 양호하고 물가도 다른 주요국에 비해 안정적인 수준이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지난 2005년 2018년에 금리 역전 현상이 실제로 발생했었고, 그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적어도 채권자본은 유입됐었다"며 "경제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양호하기에 대규모 자본 유출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고 답했다.
주 위원은 이번 금통위에선 의장 대행을 맡아 개인의견을 개진하지 않았지만, 기자회견을 통해 본인의 생각을 전달했다.
그는 "이전까지는 다른 위원들과 금리인상 속도 면에서 의견 차이가 있어 소수의견을 냈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인플레이션 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금리를 인상하는데 동의했다"며 "물가와 경기를 균형 있게 봐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물가상승 압력을 중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