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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윤승 한국산업은행지부 위원장 "부산 이전, 정책금융 축소 행위"

"지방은행 업무 영역 잠식…'부산 득 안 된다' 청와대 거절 사안"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2.04.07 15:08:50
[프라임경제] 한국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1년 여의도에 안착한 이후 22년 만이다.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윤석열 후보가 언급했던 공약 때문이다. 그는 지역균형발전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예고한 바 있다. 

여기에 지난 4일 김두관을 비롯한 12명의 민주당 의원들도 국민의힘 의원들에 이어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치권에선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해 여야 간 합치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전국금융노동조합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국책은행 노조를 중심으로 지난 1일 지방이전 저지투쟁위원회를 신설하고 산업은행 부산 이전 이유서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달했다. 

이날 조윤승 한국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부산) 이전을 반대하니까 인수위 측에서 '기관 이기주의'라고 한다"며 "산업은행 직원들이 부산을 가기 싫어 생떼를 쓰는 것이라고 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윤승 한국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지난 3월2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언론에서 말하는 강경대응은 법적으로 봤을 때 한계가 있다"며 "먼저 정치권을 상대로 의견을 피력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경대응보다는 설득을 하겠다던 그는 1인 시위, 기자간담회 등으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 이에 본지는 조윤승 한국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을 만나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정책금융 불가, 업무 비효율'

앞서 언급했듯 산업은행 이전은 윤 당선인이 제시한 지역균형발전방안 중 하나다. 그의 '시·도 공약'을 살펴보면 부산을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핵심거점'이라 칭하며 ''KDB산업은행을 이전해 스마트 디지털 경제도시로 도약시키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윤 당선인은 지난 3월4일 부산을 찾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멋진 해양도시로 만들겠다"며 "고속도로와 철도를 촘촘히 깔아서 대규모 경제단위가 만들어지도록 적극 밀겠다"며 해당 공약에 힘을 실었다.

이어 그는 "세계에서 알아주는 경제도시가 두 개는 있어야 선진국이 되는 것"이라며 "서울과 부산이 축이 돼야 대구와 광주도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 위원장은 "윤 당선인이 기대하는 것과 다르게 산업은행이 부산에 가도 할 일들이 없다"며 업무 비효율성을 주장했다. 

조윤승 한국산업은행지부 위원장. =장민태 기자


그는 "산업은행은 한국경제 구조개혁과 신성장동력 창출을 과제로 미래 유망산업 및 혁신기업을 발굴하고 이들을 육성하기 위한 금융지원에 힘쓰고 있다"며 "윤 당선인이 말하는 산업 금융 역할은 이미 1970~1980년대 종결된 업무들"이라고 언급했다. 

정리하자면, 산업은행은 벤처기업들을 발굴해 성장시키기 위한 정책금융을 수행하는 조직이라는 게 조 위원장의 설명이다. 현재 산업은행은 벤처기업 육성 외에도 코로나19·우크라이나 사태 피해기업 금융지원 등도 진행하고 있다. 

조 위원장은 정책금융을 부산에서 하지 못하는 이유로 '산업은행의 수익구조'를 꼽았다. 그는 "주요 업무인 정책금융을 수행하기 위해선 돈이 많이 든다"며 "많은 이들이 산업은행이 정부로부터 세금을 받아 운영되는 기관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 지원을 위한 대부분의 재원을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에서 직접 벌어서 쓰고 있다"며 "산업은행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파생 상품 플레이어로, 돈을 대부분 증권시장에서 벌어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산업은행은 일반 시중은행과 다르게 예대마진이 아닌 투자은행(IB) 특성을 살려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다. 산업은행의 지난해 경영실적(잠정)을 살펴보면 유가증권수익, 외환 거래이익 등을 합친 기타영업수익은 28조6871억원으로 이자수익 4조1253억원에 비해 훨씬 큰 규모다. 

정부가 출자한 정책형 뉴딜펀드 재정자금이 산업은행을 통해 집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조 위원장은 "정부가 아주 제한적이고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운용하라고 주는 돈"이라며 "정부가 뉴딜펀드를 조성하라고 준 돈이기에 그 금액만큼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로 현대 금융의 가장 중요한 경향 중 하나인 신디케이션(syndication)을 들었다. 

그는 "최근 프로젝트들이 워낙 커지다보니 여러 금융기관이 함께 참여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수익도 나누어 가져야 한다"며 "금융기관 간 네트워크가 중요한 상황에서 산업은행만 부산으로 이전하면 이익은 줄어들고 그동안의 정책금융 지원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지방은행 육성 목표 삼아야"

조 위원장은 윤석열 당선인의 "경제도시가 두 개는 있어야 선진국"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금융도시는 미국도 뉴욕밖에 없고, 일본은 도쿄, 독일은 프랑크푸르트 밖에 없다"며 "선진국들이 바보라서 '금융허브', '금융도시'가 한 곳이겠나. 금융은 완전 네트워크 산업이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부산으로 넘어간 다른 기관들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조 위원장은 "증권회사하고 일을 하는 증권거래소 같은 경우만 봐도 말이 좋아서 부산에 있는 거지 사실상 서울에 와있지 않냐"며 "한국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한국예탁결제원 같은 기관들은 독점적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다. 시장형 공기업으로 시장에서 민간과 경쟁을 하고 있는 기업인 산업은행과는 비교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차기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이루려면 '지방은행 육성'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각 지역 지방은행에 정책 기능 수행을 위한 기금을 설치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면 된다"며 "산업은행이 자금을 지원하고 지방은행은 해당 지역에서 자금이 필요한 좋은 사업이나 기업을 찾아 발굴하면 성과도 훨씬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지금 부산시에서 산업은행에 요구하는 해양 관련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 개발 금융 지원 등도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수행하면 된다"며 "지역 현안을 해결하라고 설립한 게 지방은행이다. 산업은행을 특정 지역으로 이전하면 해당 지역 지방은행 업무 영역을 잠식해버릴 것"이라고 첨언했다.

◆"청와대도 반대했던 산업은행 이전"

본지와의 통화에서 '강경대응보다는 설득을 먼저 해보겠다'고 말했던 조 위원장의 현재 행보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는 "인수위, 정치권 모두 만나봤지만 대화가 전혀 안 통했다"며 "산업은행을 안 망하게 해주겠다고 하는데 어떤 방법인지 말을 못 한다. 부산에 내려가서 부산은행을 장악해도 된다는 소리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조 위원장을 만난 방 한편에는 1인 시위용 피켓이 놓여 있었다. =장민태 기자


곧 여당에 오르는 국민의힘과 반대되는 야당과의 접촉 시도에 대해선 "산업은행 이전 안 자체를 만들어 낸 건 더불어민주당"이라며 "지난 2020년 균형발전위원회가 산업은행을 보내야 된다고 주장했을 때 오히려 청와대는 부산에도 득이 안 된다며 중간에 잘라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리적 투쟁은 1인 시위를 이어 나가고 토론회를 열어서 국가적으로 이익인지, 손해인지 알리고 싶다"며 "이게 국가적으로 이익인지 손해인지 담판을 짓고 싶다"며 향후 산업은행 이전에 대한 대응책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산업은행이 장기적으로 없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본다"며 "냉혹한 자본의 찬바람 앞에 대한민국 산업이 한번 벌거벗고 서봐야 여태 비판하던 산업은행, 기업은행이 얼마나 따뜻한 코트였는지 알게 될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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