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한 조선, 철강, 방산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기업들 사이에서 여성 사외이사 선임 열풍이 불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중후장대 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 여성 사외이사가 잇따라 선임되고 있다. 이는 오는 8월부터 시행되는 새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새 자본시장법은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즉 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최소 오는 7월까지 여성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특히 이 법을 지키지 않는 기업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지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일환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인 HD현대(전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 28일 주주총회에서 이지수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신규 선임했다. 지주사의 첫 여성 사외이사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에 속한 한국조선해양(009540)과 현대중공업(329180)은 각각 조영희 법무법인 엘에이비파트너스 변호사와 박현정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또 현대미포조선(010620)은 김성은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를, 현대일렉트릭(267260)은 전순옥 전 국회의원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국내 '빅3' 조선업체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최경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최 교수는 대우조선해양 최초의 여성 사외이사다.
이로써 국내 빅3 조선업체는 모두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 2020년 조현욱 더조은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를 여성 사외이사로 영입한 바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올해 동국제강(001230)이 박진우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남성으로만 꾸려졌던 이사진에 여성 사외이사가 투입됐다.
방산업계에서는 최초로 한화시스템(272210)과 현대로템(064350)이 여성 사외이사를 영입했다. 한화시스템은 첫 여성 사외이사로 황형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를 선임했다. 황 교수 지난 2019년 포스코 기술대상에서 개방형 협업상을 수상하고, 2017년엔 경북과학기술대상 여성기술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대로템은 윤지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를 첫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윤 교수는 평택대 외교안보전공교수와 남북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지난해부터 상명대 국방예비전력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안보·국방 전문가다. 이에 현대로템은 방위산업 부문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후장대 기업 한 관계자는 "여성 사외이사는 새 자본시장법 시행을 앞두고 학계, 법조계 등 전문성이 있고 회사의 사외이사 직무 수행에 적합한 인사들의 선임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