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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후폭풍, 한국 자동차업계 적신호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 중단…루블화 약세로 車 업계 실적악화 우려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2.03.02 09:10:04
[프라임경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러시아 경제재재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한국 자동차업계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러시아에 수출하는 전체 품목 중 자동차 관련 품목 비중이 4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이에 판매 위축은 물론, 생산망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005380)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이 오는 5일까지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한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연산 23만대 규모의 생산 공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로 현지 공장의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는 무관하다는 설명이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영향권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망은 러시아 시장 내 한국 자동차업계의 입지가 크다는 점에서 더욱 무게가 실린다. 현재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연간 170만대 규모로 이 중 현대차와 기아(000270)의 점유율이 상당히 높다. 

구체적으로 현대차·기아는 2021년 러시아 시장에서 37만7614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 이어 두 번째 높은 판매량으로 러시아 시장 내 점유율은 22.7%다. 현대차그룹 내 글로벌 전체 판매량으로 보면 5.8%에 해당한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전경. ⓒ 현대자동차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를 향한 주요국의 금융 제재는 한국 자동차업계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은 러시아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초강력 제재안을 꺼내 들었다. 

200여개국 1만1000곳이 넘는 금융기관이 사용하는 전산망인 SWIFT는 은행 업무에 필수적인 인프라다. SWIFT 결제망 차단은 외국으로부터 수출 대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가장 강력한 제재 카드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대러 수출 기업의 무역대금 결제 지연이나 중단에 따른 피해가 예상된다. 

또 윌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러시아 중앙은행 △러시아 재무부 △국부펀드 관련 거래를 전면 차단하는 추가 제재를 시행한다. 이에 러시아 중앙은행이 미국 내 소유한 모든 자산이 동결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주요국의 금융 제재는 루블화(러시아 화폐) 가치 폭락도 낳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각) 루블화의 가치는 30% 가까이 폭락하며 러시아 금융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루블화는 이날 달러당 119.50루블까지 오르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경제 제재 전 루블화 가치는 대략 80루블 수준이었다.

이에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 금리를 9.5%에서 20%로 대폭 인상하며, 금융시장 혼란 최소화에 나섰지만 불길이 잡힐지는 미지수다.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인한 한국 자동차업계의 판매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

나아가 러시아의 경제 위축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들도 피해 가기 어려워 보인다. 국제 사회의 제재로 수출길이 막혀 러시아 국민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된다면 신차 구매 감소와 판매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2012년 293만대였던 러시아 연간 자동차 판매는 크림반도 사태 이후 2016년 130만대 수준으로 축소됐다. 이에 이번 제재로 인해 러시아 경제가 위축된다면 현지에 생산 설비를 구축한 업체의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또 국제사회 제재 장기화로 인해 해외 부품 조달 제약이 발생하면 현지법인 가동률 저하를 비롯해 △원부자재 가격 상승 △물류 및 공급망 경색을 초래할 수도 있다. 

자동차 부품업계의 상황 역시 낙관적이지 않다. 완성차 수출물량이 감소된다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한국 업체들이 지난해 러시아에 수출한 자동차 부품 규모는 약 15억달러로 지난해 전체 러시아 수출량에 15.1%에 달한다. 특히 수출품의 90% 이상이 현대차 현지 공장으로 납품된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타격은 불가피하다.

국내 반도체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원자재들의 상당 부분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공급받기 때문이다. 특히 크립톤(Kr)과 제논(Xe) 등의 희귀 가스 공급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절반 이상 점유하고 있어 국내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크립톤은 지난해 전체 수입 물량의 48.2%를, 제논은 49%가량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희귀 가스는 반도체 식각공정에 주로 사용된다. 이에 공급망 다각화와 해당 가스의 재고 비축량 확대에 관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특히 주요국이 반도체, 항공 부품 등 전략 물자의 러시아 수출을 막는 제재안 발표 이후 부품 공급난은 심화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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