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케이뱅크는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한 지 5년 만에 순이익 224억원이라는 연간 단위 흑자를 달성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하지만 케이뱅크의 이와 같은 외형성장과 달리 당초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취지인 중·저신용자 대출과 관련해서는 초심을 잃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케이뱅크의 경우 지난 2016년 12월 금융산업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고, 금융소비자 편익을 증대하기 위해 금융위원회로부터 인터넷전문은행 1호 인가를 받았다. 뒤이어 카카오뱅크는 2017년 4월, 토스뱅크는 지난해 6월 은행업 인가를 획득했다.
◆2021년 잠정실적 '호실적 공개가능, 중‧저신용자 비중은 불가능'
케이뱅크가 지난 3일 공개한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24억원을 기록해 출범 후 첫 연간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순이자이익은 1980억원으로 전년 464억원 대비 327% 증가했으며, 비이자이익은 전년 102억원 적자에서 196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서울 중구 소재 케이뱅크 사옥 전경 ⓒ 케이뱅크
이처럼 실적부분에서는 흑자를 달성했지만, 중·저신용자를 위한 편익 증대라는 부분에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5월 금융위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빅데이터 등 혁신적인 방식으로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적극 공급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지난 4년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공급에 미흡했다"고 질책한 바 있다.
이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지난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20.8%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으며, 토스뱅크는 34.9%를 채우겠다는 계획을 금융위에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지난해 말 기준 금융위원회와 약속한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지키지 못했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집계된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잠정치는 카카오뱅크 17%, 토스뱅크가 35%라고 말했다. 이러한 잠정치가 집계된다는 것은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과 관련해 꾸준한 관리와 현황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반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경우 "실적은 경영공시에 맞춰 대외 오픈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3일 잠정 순이자이익이 전년대비 327% 늘어났다는 호실적 자료를 공개했음에도 불구,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잠정치 공개불가라는 입장은 타사와 달리 규모와 외형성장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뜻으로 들릴까 우려된다.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전체 가계 신용대출 잔액에서 KCB 기준 신용평점 820점 이하 차주에 실행한 대출 잔액을 백분율로 나타낸 수치다. 케이뱅크의 이러한 입장은 호실적을 내세우고 부진한 실적은 뒤로 감추려는 모습으로도 보일 수 있다.
금융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지난해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은 3분기 기준 13.4%였다"며 "연간 계획인 20.8%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 소극적인 중‧저신용자 대출…'예대율 원인?'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지난해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지키지 못한 이유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꼽고 있다. 이들은 가계대출 증가율을 5~6%로 관리하기 위해 신규 대출을 막다 보니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맞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12월 취급한 일반신용대출 신용평점 평균 점수는 KCB 기준 678점인 반면 케이뱅크는 821점을 기록했다. ⓒ 연합뉴스
이에 정부는 지난해 말 '2022년 경제정책 방향' 발표를 통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가계부채 총량관리에서 별도 한도를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별 금융사가 수립한 중·저신용자 대출 취급 목표만큼은 총량관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카카오뱅크다. 올해 1월말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12월 취급한 일반신용대출 신용평점 평균 점수는 KCB 기준 678점이며, 5대 시중은행은 910점,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821점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기 출범한 인터넷 전문은행 간에도 상당한 차이를 살펴볼 수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더 낮은 신용점수를 가진 고객도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상품을 출시해 대출 공급량을 급격히 늘렸다"며 "대출가능 고객 범위를 KCB 신용점수 기준 600점대에서 500점대로 낮췄다"고 말했다.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와 달리 중‧저신용자 대출에서 소극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 '예대율'을 꼽을 수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케이뱅크가 업비트와 제휴로 신규 가입자 수와 수신 잔액이 빠르게 증가했지만, 이에 못 미치는 여신 규모로 인해 예대율이 타 은행 대비 낮은 수준"이라며 "이를 개선해야 중‧저신용자 대출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대율은 예금잔액대비 대출잔액 비율로 은행의 건전성 지표로도 활용된다. 예대율이 낮으면 예금에 지급되는 이자비용이 대출을 통해 발생한 이자수익보다 많아져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케이뱅크 예대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6%였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작년 고객수가 급성장을 하면서 수신이 먼저 성장한 측면이 있다"며 "예대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수익성을 위해 일부러 고신용자에게만 대출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신에 비해 수신이 많지만 저원가성 비중이 높아 이자비용이 부담될 수준은 아니다"며 "대신 요구불예금을 활용한 수익모델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자료는 KCB라는 일관적인 기준으로 집계를 하다보니 821점이 나온 것 같다"며 "은행들은 서로 자체적인 신용평가모형(CSS)을 통해 중‧저신용자를 구분하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어렵다"고 첨언했다.
한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올해 목표로 공개한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두 은행 모두 25%에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