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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헌의 시크릿 ESG] 뜨거워진 바다, 산호초 그리고 NFT

 

김주헌 GGGI 필리핀사무소장 | press@newsprime.co.kr | 2022.02.09 11:42:49

[프라임경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타이틀이 무색하다. 제주 해녀분들이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니 말이다. 한국인들 식탁의 인기 메뉴인 전복, 소라, 오분자기 어획량도 예전같지 않다. 이들이 번식하는 터전인 해조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 미역, 다시마, 감태 등 갈조류의 생장패턴을 방해했다. 톳과 감태를 제주 연안 특산물로 부르던 때도 어느 새 과거 이야기가 됐다. 평균수온 18∼20도 수준을 6개월간 지속하는 해역을 아열대 해역이라고 정의하는데, 그 기준에 따르면 연평균 수온이 19~20도인 제주도는 아열대 해역이 되버렸다.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제주 연안에 출현하는 어류 중 아열대 어종 비율이 2016년도 43%에서 2020년 53%로 높아졌다. 동해 바다도 사정은 좋지 않다. 연안(沿岸) 암반이 석회조류로 뒤덮여 해조류 유실, 정착성 생물 감소를 유발하는 바다 사막화, 갯녹음(albinism)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52년동안 대한민국 해양 수온은 섭씨 1.25도 상승했다.  기후위기는 바닷속에서도 한참 진행형이다.

눈을 세계의 바다로 돌리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바다의 열대우림이라 불리는 산호초(coral reefs)가 급감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해조류도 산호초를 기반삼아 번식한다. 과학자들은 현재 상태가 지속되면 2050년까지 전세계 산호초 70~90%가 모두 사라질 것으로 예측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 해양 산성화, 해양폐기물 등 복합적인 원인에 기인한다. 산호는 1년에 1센티미터 정도밖에 자라지 않기 때문에, 수십 수백년 동안 자란 산호초가 한 번 훼손되면 복원시킨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 추세로는 2100년께 모든 산호가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산호는 식물이 아니라 동물과에 속하며, 똑같이 생긴 산호충(polyp)이 군집을 이룬 형태로 살아가는데, 해조류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양생물이 산호초에서 서식하고, 번식하고, 때로 포식자를 피해 숨기도 하며 살아간다. 대양저(ocean floor) 표면의 1% 만을 차지 하지만, 해양 생태계 종 25%가 서식하는 종 다양성의 보고다. 물고기만해도 4000여종이 서식한다.

산호초를 중심으로 형성된 바다숲은 탄소흡수원이 되고, 연안지역 주민들을 높은 파도로부터 보호해주는 방파제의 역할도 하며, 관광업에도 큰 기여를 한다. 리소스워치(ResourceWatch)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기준, 산호초는 글로벌 기준으로 매년 70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며, 360억달러의 경제적 편익을 창출해왔다.

그러니, 산호초가 사라진다는 것은 거꾸로 생물다양성 파괴, 기후재해 피해 증가, 해양 관광업 타격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소위 ESG투자, 기후 투자가 바닷속 생태계를 진지한 투자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는 지 질문이 생긴다. 천문학적 투자금 중 산호초를 보호하거나, 훼손된 산호를 복원하거나, 이미 피해를 받은 지역을 긴급하게 지원하는 일에 자금이 쓰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래 소개한 몇 가지 혁신 사례는 ESG 투자업계가 참고할만하다.

첫째, 산호초 보호 및 복원을 전면에 내 건 대규모 파이낸싱이다. 미국의 페가수스자산운용(Pegasus Capital Advisors)은 녹색기후기금(GCF) 과 함께 미화 6억2500만달러 규모의 '산호초를 위한 글로벌 펀드(Global Fund for Coral Reefs: GFCR)'를 조성했다. 10년 거치기간의 펀드는 민간 자금을 포함한 혼합금융(blended finance) 형태로 구성됐는데, 총 규모 중 1억2500만 달러를 GCF에서 부담,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는 마중물로 사용된다.

국제기구, 환경NGO들과 협업하지만, 주로 지분투자의 형태로 자금이 집행된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펀드는 부수어획 방지, 생사료 사용을 최소화하는 등의 지속가능한 어업 및 양식 모델, 수산물 이력제 도입, 물고기들이 버려진 그물이나 통발에 걸려 포식자의 희생양이 되는 유령어업(ghost fishing) 감소, AI 및 디지털 솔루션을 접목한 해양플라스틱 폐기물 관리, 선박에서 발행하는 액체폐기물을 포함한 연안지역 폐수처리, 인공산호 설치 등 광범위한 해양생태계 보호 및 복원 분야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들에게 투자될 예정이다.

메소아메리칸 지역 (멕시코, 벨리즈, 과테말라, 온두라스), 산호 트라이앵글 지역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파푸아뉴기니, 솔로몬제도, 동티모르) 그외 콜롬비아, 브라질, 에콰도르, 파나마, 스리랑카, 피지, 바하마 등 총 17개 나라의 바다가 프로젝트의 대상지다.

둘째, 인공 산호초 개발이다. 홍콩 북부의 호이하완(Hoi Ha Wan) 지역 해양 생태계는 한 때 건축 재료가 될 만한 것은 모두 파내는 바람에 모래와 자갈만 남게 됐다가, 지금은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스타트업 기업 아치리프(ArchiREEF)는 2020년부터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테라코타 타일 인공 산호초를 제작, 해양 생물의 서식처를 마련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생김새 때문에 뇌산호(brain coral)라고도 불리는 '플라티지라(platygyra)'라는 현지 산호의 자연 모양을 본떠, 2020년 개당 지름 60cm 130개의 타일을 제작했다. 그간 대부분의 인공 산호초가 콘크리트 등을 무분별하게 사용한 것과 달리, 독성 없는 자연 점토에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 최대한 자연상태에 근접한 인공물을 만든 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임팩트는 추후 측정해야겠지만, 급격하게 산호초 생태계가 사라진 연안지역의 긴급 대안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솔루션이다. 우리나라도 포스코가 개발한 트리톤의 사례가 있는데, 쇳물을 뽑아내고 남은 철광석 찌꺼기인 '철강 슬래그 (steel slag)'로 만든 인공산호초다. 철(Fe), 칼슘(Ca)과 같은 미네랄 함량이 높아 해조류 성장 촉진에 효과적이라고 하는데, 2020년까지 총 6559기를 갯녹음이 심해진 동해와 남해 바다에 설치됐다.

셋째, 대체불가능한토큰(NFT) 시장과의 연계 사례다. 댑레이더(DappRadar)의 분석에 따르면 2021년 기준 NFT기반의 암호화폐(crypto currency) 시장 규모는 연간 미화 250억달러에 달했다. 

'암호산호족(Crypto Coral Tribe)'이라는 스타트업은 산호초와 해양생태계를 주제로 한 NFT 작품 판매를 통해 얻는 수익금으로 3000개의 산호를 심는 프로젝트를 착수했다. 자금은 인도네시아와 터크스케이커스(Turks&Caicos) 제도와의 협업을 통해 연안 해양생태계 복원에 집행되며, 산호 배양을 위한 연구에도 활용된다.

임팩트 창출은 추후 면밀히 모니터링 해야겠지만, 암호화폐 시장에 몰리고 있는 거대한 자금을 해양생태계 보호 및 복원을 위해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앞으로 암호화폐·NFT 시장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기대된다.

국내 ESG 자금 중 해양생태계 보호 및 복원, 혹은 고갈되는 수산자원의 장기보존을 위한 지속가능한 어업 및 양식업에 투자되는 규모는 얼마나 될까?

ESG 투자 시장의 유동성이 해양생태계 안정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투자 생태계 조성이 필요해 보인다.

홍수와 태풍때 마다 입는 피해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전세계 연안지역 주민들이나, 제주 해녀들과 어민들의 지속가능한 활동을 지키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풍성한 바다 덕에 밥상 앞의 귀한 해산물들을 맞이하고, 때로 건강한 바다로부터 심미적(審美的) 경험을 얻기를 원하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일 것이다.

김주헌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필리핀사무소장, 前 유엔환경계획 녹색경제이니셔티브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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