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해 국내 증시는 '동학개미'의 행보에 따라 흥망성쇠가 결정된 한 해를 보냈다. 그동안 외국인 투자심리에 따라 휘청이던 증시가 개인 매수세로 '삼천피'와 '천스닥'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서 미국 자산 매입 축소(테이퍼링), 금리 인상 등 대내외 악재로 인해 국내증시가 박스권에 맴돌자, 동학개미들은 상장지수펀드(ETF)와 해외증시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코스피 3000시대 최대 공로자 '동학개미'
지난 1월 코스피 지수는 2800선에서 출발해 장중 3000선을 터치한 뒤 본격적으로 코스피 3000 시대를 열었다. 지수 상승이 이어지면서 코스피는 지난 6월25일 장 중 최고치인 3316.08까지 치솟기도 했다.

동학개미운동은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되며 장기화됨에 따라 주식 시장에서 등장한 신조어이다. ⓒ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
올해 상반기 증시의 유례없는 호황에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에 자금이 몰린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개인은 상반기까지 50조원 넘는 자금을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하면서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유용이 가능해진 이유로는 통화완화정책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 통화완화정책을 펼치면서 기준금리를 1.25%에서 0.5%까지 인하하는 빅컷을 결정했다.
저금리 속에 자금 유용이 가능해진 개인투자자들은 빚투와 영끌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동학개미운동을 일으켰다.
이에 상반기 증시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39조와 19조를 각각 순매도했음에도 불구, 상승세를 나타낼 수 있었다. 이는 개인투자자가 63조2590억원을 순매수하며 증시를 견인했기 때문이다. 이런 개인의 '묻지마 투자'는 코스피를 역대 최고치인 3300포인트까지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가 순매수한 국내 주식 규모는 지난 28일까지 72조8001억원으로 지난해 순매수 금액 63조9240억원대비 13.89% 상승한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개인투자자의 주식 시장 참여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더해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사들이면서 '10만전자' 달성을 눈앞에 두는 등, 시장에서 기름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처럼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시작된 증권시장 활성화는 기업에게 좋은 자금조달 기회가 되기도 했다.
올해 하반기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신종 바이러스, 테이퍼링, 기준금리 인상 등 대내외 요인들로 증시가 주춤하면서 동학개미의 투자 열기도 점차 줄어들었다. 이처럼 국내 증시가 주춤한 사이 투자자들은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리며, 이른바 '서학 개미'로 불리는 투자자들 또한 늘어났다.
◆하반기 증시조정 속 '개인' 거래대금 ETF·해외증시 이동
올해 하반기는 '코스피 3000'을 견인한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과 중국 등으로 투자처를 옮기며 주춤한 모양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분기 33조3000억원이었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2분기 27조1000억원 △3분기 26조3000억원으로 하향세를 기록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일평균 거래대금으로 따져볼 경우 지난 1월 47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달 24일에는 24조원으로 19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증시 조정과 암호화폐 활성화로 인한 개인 투자들의 주식거래 위축이 주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구연구원은 "국내와 달리 해외 주식 거래대금은 지난 11월 기준 49조8000억원으로 반등했다"며 "증권주의 장기 전망은 밝지만, 거래대금 감소로 단기 모멘텀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올해 3분기까지 국내 투자자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월평균 30조원 수준을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코스피 비중을 줄이고 해외 주식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올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33개 증권사 외화예금은 총 7조64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조1421억원 대비 7.1% 증가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개인투자자는 해외주식시장에서 지난해동기(23조4439억원·197억3400만달러)대비 14.76% 늘어난 26조9046억원(226억4700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개인 투자자들은 하반기에 미국과 중국 등으로 투자처를 옮겼다. ⓒ 연합뉴스
시장별로는 미국 주식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 27일까지 개인투자자가 미국 증시에서 사들인 주식 규모는 25조4897억원(214억5600만달러)으로 전체 해외주식시장 순매수 규모의 94.74%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70조원을 넘어 71조원을 넘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까지 개인은 국내에 상장된 ETF를 10조원 가까이 순매수,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외 시장 간 수익률 차이도 '동학개미의 서학개미화' 현상에 한 몫을 담당했다. 올해 들어 다우(19.7%↑), 나스닥(25.0%), S&P 500(29.5%) 등 미국 증시 3대 지수가 20% 안팎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달리 코스피는 2.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투자자 관심이 국내 증시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개인투자자는 모멘텀 상승 시 다른 주체보다 매매가 활발해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하반기 이후 국내 증시 동력이 약화돼 추세가 살아있는 미국 주식이나 가상 자산, ETF 등으로 자금이 이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