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말 가계대출 잔액(잠정)은 1744조7000억원이며, 가계신용 잔액은 1844조9000억원이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은행권은 올해도 배부른 한 해를 보냈다. 모두들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잠재리스크라 판단하고 있지만, 은행권은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며 한 걸음 나아갔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3분기 총 9조5009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기록인 7조5763억원과 비교했을 때 25.4% 증가한 수치다.
올해 부동산과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가계부채는 끝없이 늘어났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여신 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 같은 상황은 자연히 은행권 이익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 부풀어 오른 가계부채를 제어하고자 더욱 강력한 관리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내년에도 은행권 성장세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4대은행, 2조 클럽 입성 코앞…우리은행 순이익 71.4% 증가
지난 3분기까지의 성적표를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이 선두로 나선 가운데 신한은행이 바짝 뒤쫓고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며, 2조클럽 가입을 목전에 뒀다.
1위를 기록 중인 KB국민은행은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지난해 1조8824억원에서 16.9% 증가한 2조2003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뒤쫓는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20.6% 늘어난 2조1301억원을 달성했다. 신한은행의 성장폭이 더 크고, 불과 700억원 차이밖에 안 나고 있어 '리딩뱅크' 타이틀이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4분기 실적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2조 클럽 입성을 눈앞에 뒀다. 우리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9867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기록인 1조1586억원에서 무려 71.4% 증가한 수치다. 5대 은행 중 단연코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다. 하나은행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9470억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6% 상승했다. NH농협은행은 10.9% 늘어난 1조2375억원을 기록했다.
은행권 영업 호조의 이유를 두고 업계에선 △코로나19 확산 △부동산 열풍 △빚투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원인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늘면서 은행 이자이익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말 가계대출 잔액은 1744조7000억원으로 작년 동기 1585억7000억원 대비 약 10% 증가했다. 이 중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901조9630억원이다. 3분기까지 이미 52조940억원이 늘었다.
아울러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대출수요도 확연하게 늘어났다. 올해 3분기 자영업자(비법인 기업)의 전체 예금은행 대출 잔액은 직전 분기 대비 11조1000억원 증가한 429조6000억원으로 파악됐다.
5대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자이익은 23조48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21조1897억원에 비해 약 8.7%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2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내년에도 인상이 예고돼 있어, 업계에선 은행들이 올해의 호조세를 이어갈 것이라 분석하기도 한다. 기준금리가 오른다 해도 수시입출금 통장과 같은 저비용 예금의 이자율에는 거의 영향이 없어 실질적인 예대마진이 늘어난다. 때문에 은행 수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통화정책 정상화를 지속하겠다는 기조는 바뀐 것이 없다"며 물가와 금융 불균형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서 적절한 속도로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조이기 나선 금융당국…내년 대출 문턱 높아진다
올해 가계부채가 끝없이 불어나자 금융당국은 칼을 빼 들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29일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은행들에게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5~6% 내외'로 관리하도록 지시했다.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 중인 고승범 금융위원장. ⓒ 연합뉴스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내놓은 목표치를 지키기 위해 대출 중단, 한도 축소 등을 진행했고 이는 대출절벽으로 이어졌다. 올해 10월에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조차 이 때문에 영업 개시 9일 만에 대출을 중단한 바 있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막히자 대출수요가 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일어났고, 그로 인해 상호금융·저축은행들도 한 때 신규대출을 중단했다.
여기에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를 이유로 들며 △가산금리는 높이고 △우대금리는 줄이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높여 예대금리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10월 은행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저축성 수신 금리는 1.29% △가계대출 금리는 3.46%로 집계됐다. 예대금리차가 2.17%p에 달했다. 이는 2010년 10월(2.20%p)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격차다.
그럼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자 금융당국은 10월26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내년 7월로 예정돼 있던 '차주단위 DSR 2단계'를 1월로 앞당겨 조기 적용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내년부터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신규대출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가 적용되고 7월부터는 1억원만 넘어도 대상이 된다. DSR은 개인의 모든 금융사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이 비율에 한해서 대출 한도가 정해진다.
대출 문턱은 당장 내달부터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대출을 보유한 차주가 추가 대출을 받으려고 하면 대부분 DSR 40%를 넘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은행권에서 올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던 '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가 예정된 2022년, 어떤 행보로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