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IT업계가 최근 네이버(035420)의 대규모 인사로 소란스럽다.
40대 청년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앉힌 것도 놀랍지만,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사개편은 쏙 빠졌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는 네이버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전달하면서, 동시에 기업 가치관을 만천하에 드러낸 계기가 됐다는 평이 나온다.

올해 6월 네이버 그린팩토리 앞에서 열린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동조합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 관계자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18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CEO로 최수연 글로벌 사업지원 책임리더를, 새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김남선 사업개발·투자·인수합병(M&A) 책임리더를 내정했다.
이번 인사는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된다. 현 한성숙 대표는 향후 유럽에서 신산업 발굴 등을 맡을 계획이다.
네이버는 "이사회는 최 내정자가 다양한 국내외 사업 전반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문제해결 능력과 시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도를 높이 평가했다"며 "또 회사에 대한 안팎의 균형 잡힌 시각을 견지해 장기적인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후보자라고 봤다"고 새 대표 선임 이유를 설명했다.
최 신임대표는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졸업 후 2005년 네이버(당시 NHN)에 공채 입사해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조직에서 4년간 근무했다. 그 뒤로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법무법인 율촌에서 기업 M&A와 회사법을 다루는 변호사로 일했다. 이후 미국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뒤 2019년 11월 네이버에 돌아와 CEO 직속 조직에서 글로벌 사업 지원을 총괄했다.

최수연 네이버 신임 CEO와 김남선 신임 CFO. ⓒ 네이버
CFO로 내정된 김남선 책임리더 역시 서울대 공대와 하버드 로스쿨 출신이다. 미국 로펌에서 변호사로 2년간 일하다 모건스탠리·맥쿼리 등에서 M&A 전문가로 일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네이버 사업개발·투자 및 M&A 총괄리더로 합류했다. 이후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 인수(6600억원 규모)·이마트·신세계와 지분 교환(2500억원 규모) 등 최근 1년간 잇따라 나온 주요 투자를 주도했다.
◆직장 내 괴롭힘 해결 대신 '글로벌'에 방점
이번 네이버 인사 특징은 '젊은 세대 중심'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최 신임대표는 1981년생으로 만 40세 청년이다. 최휘영·김상헌 전 대표도 40대였으나 당시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 책임투자자(GIO) 또한 40대였다. 당시 네이버는 포털 중심의 회사로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으나 현재 규모에서 40세 임원을 단독대표로 선임한 건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두 내정자 모두 네이버에 합류한지 1~2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네이버 1세대가 물러가고 밖에서 글로벌 경험을 쌓은 젊은 세대로 교체된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일이나,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시끄러운 회사 안정화에 기여할 리더십이 충분할지 의문이라는 것.
특히 한 대표가 임기 1년 이상을 남기고 사임한 배경엔 지난 5월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이번 인사개편은 글로벌 사업으로만 초점이 맞춰진 모습이다.
조직문화 쇄신을 위해서는 회사 내부 업무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가 중요하지만 이번 인사개편에서 제외됐다. 이 자리는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 사건 당시 COO 자리에 있던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 뒤 공석인 채로 남아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27일 특별근로감독 결과 5월 숨진 네이버 직원 A씨를 포함한 직원 여러 명이 COO에게 직장 내 괴롭힘 문제 제기를 했지만, 네이버가 사실관계 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