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차대조표는 특정시점 현재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경제적 자원)과 부채(경제적 의무), 자본의 잔액에 대한 정보를 담은 보고서를 말하는데요. 쉽게 말해 기업의 자금 상황을 알고자 할 때 사용되는 것이 대차대조표입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상황을 알고자 한다는 큰 골자는 유지한 채 한자를 조금 다르게 해서 대차대조를 사용하려고 합니다. 수레 차(車)와 고를 조(調). 바로 '대車대調'로 말이죠.
세상에는 수많은 자동차가 있고, 자동차를 만드는 다양한 브랜드들이 존재하는데요. 그 속은 온통 라이벌 천지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언제, 어떤 브랜드가 우위에 서게 될지 가늠할 수 없죠. 이에 대차대조를 통해 다양한 이야깃거리로 빼곡히 채워지고 있는 경쟁 속에서 재밌는 이슈와 트렌드를 선별해 풀어보려고 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현대자동차 캐스퍼 △기아 레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소비자 트렌드' 품은 엔트리 SUV…'높은 공간 활용성' 앞세운 박스카
"작은 차 큰 기쁨" 대우국민차의 '티코'를 필두로 제작되기 시작한 경형 모델은 30년 동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경형 모델은 정부 주도하에 만들어진 모델이었던 만큼 △다양한 세제혜택 △유류비 환급 △공영주차장 할인 등으로 뛰어난 경제성을 갖출 수 있었고, 그 덕분에 2013년 한 해 동안 20만대 이상 판매될 만큼 인기 있는 세그먼트였죠.
시간이 흐르면서 소비 트렌드 변화(큰 차를 선호하는)와 함께 소형 SUV 흥행으로 경차 시장은 침체되기 시작했습니다.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걷던 경차 시장은 결국 작년 한해 10만대 이하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고요.
그러나 판매량 저조로 위기감이 고조된 경차 시장에 새로운 활력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엔트리 SUV '캐스퍼'입니다.
겨우(?) 캐스퍼의 등장으로 경형 모델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집중됐다는 말이 과장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엄연히 사실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캐스퍼는 경형 모델답게 경제성은 기본이고, 변화된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높은 활용성과 감성까지 지녔기 때문이죠. 이를 바탕으로 캐스퍼는 지난 10월에 2506대나 판매됐습니다.
무엇보다 캐스퍼는 넓은 실내공간을 선호하는 트렌드에 맞춰 실내 공간 확보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는데요. 국내 최초 전 좌석 풀 플랫 기능을 비롯해 1열 센터콘솔을 없애는 등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했습니다. 이를 통해 차박도 가능한 실내 공간을 갖출 수 있게 됐죠.
그동안 캐스퍼 등장 전 경형 모델 중 공간 활용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녀석은 기아 레이가 유일했는데요. 완화된 튜닝 규제와 더불어 박스형이 주는 차별적 강점을 바탕으로 차박과 캠핑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꽤나 많은 선택을 받던 녀석이었죠.
특히 캐스퍼의 등장으로 다시금 집중된 경형 모델에 대한 관심은 레이에게도 덩달아 호재로 작용한 모습이고요. 실제로 지난달 레이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35.9% 증가한 3399대라는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둘을 놓고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도 늘어났는데요. 이에 두 녀석은 전혀 다른 콘셉트를 바탕으로 매력 어필에 나섰습니다.
먼저, 캐스퍼 디자인은 언뜻 미니와 피아트 모델을 닮아 있습니다. 까다로운 경차 규격 내에서도 볼륨감 있는 펜더(fender)와 루프랙 등을 통해 SUV만의 스포티한 감성을 놓치지 않았는데요. 잘생겼다는 말이 잘 어울죠.
반면, 레이는 허니콤 그릴을 바탕으로 한 깔끔하고 모던한 외관 디자인을 갖췄습니다. 박스카 모델인 탓에 디자인 다양성에 한계가 있던 것도 사실이지만, 특별히 모난 부분 없이 기본에 충실합니다.
캐스퍼의 실내는 캡슐 형상의 조형 요소를 외관과 공유하면서도 곡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요. 시인성 좋은 4.2인치 클러스터와 더불어 D컷 스티어링 휠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경형 모델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듯 보입니다.
다만 디자인에 너무 힘을 준 탓일까요. 조금은 정신없게 느껴지는 △하운드 투스 패턴 천장 △라이트 그레이와 블루색상이 조합된 실내 시트 색상은 소비자들에게 혹평을 받고 있습니다.
레이의 실내는 높은 전고를 바탕으로 한 시원한 개방감이 일품입니다. 그중에서도 와이드 오픈 슬라이딩 도어는 평범한 승용차에서 느껴보지 못한 완전히 다른 차라는 느낌을 주는데요.
여기에 곳곳에 숨어있는 비밀스런 수납공간은 레이의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합니다. 동승석 시트 밑 트레이 형태의 수납공간, 2열 바닥을 열면 나타나는 플로어 언더트레이는 운전자에게 재미마저 선사합니다.
운전자 편의사양의 경우 캐스퍼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를 비롯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최신 사양을 도입했습니다. 이에 질세라 최근 레이도 편의 및 안전 사양을 기본 적용한 베스트셀렉션 트림을 내놨습니다.
캐스퍼의 파워트레인은 가솔린 1.0 엔진을 탑재한 기본 모델을 비롯해 가솔린 1.0 터보 엔진을 탑재한 모델을 추가로 운영합니다. 두 모델 모두 4단 자동변속기와 조화를 통해 가솔린 1.0 모델은 △최고출력 76마력 △최대토크 9.7㎏·m, 가솔린 1.0 터보 모델은 △최고출력 100마력 △최대토크 17.5㎏·m의 성능을 갖췄죠.
레이는 캐스퍼 기본 모델과 동일한 가솔린 1.0 엔진만이 탑재됐습니다. 변속기도 동일한 4단 자동변속기인 만큼, 성능(△최고출력 76마력 △최대토크 9.7㎏·m)도 동일합니다.
개인적으로 캐스퍼의 파워트레인 구성은 정말 칭찬하고 싶은데요. 판매량 저조로 더 이상 모닝과 레이에서는 선택할 수 없는 터보 모델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시 도입하며, 저배기량 엔진의 낮은 출력을 조금은 극복할 수 있게끔 했기 때문입니다.
규격을 충족해야 하는 경차 특성상 두 녀석의 전반적인 치수는 전고를 제외하고는 비슷한데요. 캐스퍼는 △전장 3595㎜ △전고 1575㎜ △전폭 1595㎜ △휠베이스 2400㎜, 레이가 △전장 3595㎜ △전고 1700㎜ △전폭 1595㎜ △휠베이스 2520㎜입니다.
기본적으로 캐스퍼와 레이 모두 주어진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점만큼은 분명한데요. 박스형이기에 가능한 뛰어난 공간감을 가진 레이와 SUV의 특·장점을 최대한 살린 캐스퍼. 그렇기 때문에 공간을 여유 있게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레이가, 젊은 감각의 개성 있는 모델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캐스퍼가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겠죠.
한편, 국내 판매가격은 △캐스퍼 1385만~1960만원 △레이 1275만~1580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