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미국 정부의 영업기밀 자료 제출에 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 측이 강제성을 지속적으로 시사하고 있어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미국 정부의 영업기밀 자료 제출에 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지난달 24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 등 반도체 기업에 △주요고객 3사 △ 주문량 △주력제품 재고 △증설 계획 등 기업의 핵심 영업기밀이 담긴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GM 이어 TSMC, 美 요구 '콜'…기밀 출 우려 여전해
표면적으로는 요청 형태지만 사실상 강제에 가까운 요구에 글로벌 1위 기업 TSMC는 25일(현지시간) 데이터 제출 요청에 응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고객 기밀 정보'는 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지나 러만도 미 상무부 장관이 한 외신과 인터뷰를 통해 "기업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수단이 있다"며 "거기까지 가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래야 한다면 그럴 것"이라고 이번 요청에 강제성이 있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했기 때문.
로이터통신은 미 상무부 대변인이 "(정보 요청은) 자발적이지만, 이 정보는 반도체 공급망 투명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데 중요하다"며 "강제 조치를 해야 하는지 여부는 얼마나 많은 기업이 동참하느냐와 제공된 정보의 질에 달려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으로 자료 미제출 시 미 정부가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해 정보 강제 제출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법은 1950년 9월 제정된 미국 연방법으로 미국이 냉전 당시 실시한 전쟁 동원령 관련 정책 중 하나다.
국가비상사태 시 정부가 산업을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미 정부가 현재 지속되고 있는 반도체 부족 문제를 국가비상사태로 보고 있다는 것.
이들이 정해놓은 마감 시한은 내달 8일이다. GM에 이어 TSMC까지 자료 제출에 응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데드라인이 다가오는 시점에 국내 기업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주요 기밀이 경쟁업체에 노출될지 모르는 상황을 맞닥뜨린 것으로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제출한 기밀이 미국 내에서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한 인텔에게 흘러들어가진 않을까 경계하고 있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를 쏟아 붓는 '칩스 포 아메리카'와 '자국 내 제조 촉진 법안(FABS)'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중심에는 인텔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검토 중"…정부도 미국行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국기업을 향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미국과 달리 우리 정부는 국내 기업이 핵심 기밀을 미국에 강제로 넘기게 된 상황에서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25일 김정일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은 제러미 펠터 미 상무부 차관보와의 면담에서 영업비밀 유출 등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입장을 전달했다. ⓒ 연합뉴스
이에 25일 김정일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은 제러미 펠터 미 상무부 차관보와의 면담에서 영업비밀 유출 등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입장을 전달했다.
앞서 미 정부는 단순히 반도체 제조사 정보를 받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반도체 공급망을 투명하게 관리하려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우리 측 입장을 전달했지만 자료제출 범위 축소 등 우려를 잠식시킬만한 해결책이 나오진 않는 상황이다.
자료제출 마감 시한이 다가오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관련 내용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전자전시회 KES 2021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내놓은 것.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여러 가지 사항을 잘 고려해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도 "내부에서 검토 중이며 정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는 미국 반도체 공급에 협력하면서 한국 기업의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계약상 비밀유지 조항과 국내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제공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 제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