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정국이 혼란한 가운데 여야는 한미FTA 국회비준 문제로 극한 대립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게다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도 한미 FTA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향후 각종 FTA문제가 이명박 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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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EU FTA가 연내 협상 타결이 가능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
문제는 현재 이명박 정부의 ‘경제 살리기’ 정책에 미국, EU, 일본, 중국과의 FTA체결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현재의 정국 구도로 본다면 향후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협상 문제에서 실리를 챙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전망 마저 나오고 있다. <편집자 주>
◆ 공공서비스 분야 유럽 돌진 ‘무방비’
경제적 이익 많은 나라들이 앞 다투어 FTA를 체결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역장벽을 낮춰 국가간 경제통합으로 경제적 이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10위권인 우리나라도 주요 교역 대상국간의 FTA체결은 점차 필수불가결한 수순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는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들이 가장 많이 교역되는 곳이고 세계 최대 시장을 공략한다는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더욱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미국 이외에도 현재 EU와 일본, 중국과의 FTA체결이 사실상 직접 논의되고 있지만 현재 쇠고기 수입 문제로 사실상 제동이 걸렸다. 이명박 정부 임기 5년 내 반드시 처리되어야할 국가 과제다.
현재, 미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연내 타결이 유력한 곳은 EU와의 FTA체결로 이미 지난 해 5월 한-EU 통상장관회담을 서울에서 갖고 협상 출범을 공식 선언한 뒤 7차에 걸친 실무 회담이 진행 중에 있다.
한국과 EU는 최근 7차 협상을 마치고 다음 협상이 협정 타결을 위한 마지막 협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협상의 핵심은 자동차 문제로 이 부분만 타결된다면 연내 처리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U측 이그나시아 가르시아 베르세로 수석대표는 “양측 모두 연내 협상 타결이 가능하고, 또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지만 이견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현재 한국이 EU의 원산지 규정을 문제 삼고, EU가 자동차 등 공업제품에 대한 관세와 자동차 부문 비관세 장벽을 문제 삼으면서 타결에 이르지 못했지만 EU 집행위원회에서 조만간 EU의 원산지 규정과 관련된 절충안을 한국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혀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시민단체의 입장은 한미FTA와 마찬가지로 EU와의 협상체결도 신중해야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한-EU FTA 역시 관세철폐에 따른 공정한 무역체계의 붕괴는 물론이고 자동차 등 제조업, 농업 등에서 심각한 영향을 초래한다고 본다. 협상에서 거론되지 않을 뿐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여타 공공서비스 분야역시 자발적인 민영화로 인해 유럽자본의 진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한-EU FTA가 한미 FTA협상과 같이 국민적 지지나 동의 없이 졸속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원의 김득갑 연구원은 “EU와의 협상 타결을 위해서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 문제가 선결된 과제”라며 “현 난국에 어떤 협상을 하든지간에 사회적인 저항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감대 형성을 통해 저항을 최소화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U와의 협상은 올해 9~10월 중에 재개될 전망이며, 최대 3대 쟁점인 자동차 표준문제와 원산지 규정, 상품관세에 대해 논의될 예정이다.
현재 정부는 한미 FTA 비준에 상관없이 EU와의 협상을 끝내고자 하고 있지만 쇠고기 파동으로 뒷전으로 밀리면서 당분간 논의가 지지부진할 전망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국민 여론 수렴 없는 졸속 협상을 경계해야 한다”며 “통상절차법과 같은 시스템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국민적 합의와 동의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 한일 FTA “남 좋은일만 시킬 뿐”
<사진= 한-일 FTA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한일 FTA는 미국과 EU와 같은 맥락에서 협정 체결 문제도 신중하게 논의되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일본과의 협상은 2004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중단된 상태지만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 방일에서 논의가 되어 그 불씨를 살린 경우. 현재 정부는 오는 25일 도쿄에서 한일 FTA협정 체결을 위한 추진될 예정에 있지만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일FTA는 우리나라의 최대 경상수지 적자국으로 국내 제조업의 직접 피해가 현실화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는 당장 제조업에서 일본보다 경쟁력이 낮아 무역적자 폭이 확대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투자협력을 해 나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 우리 측 입장이다. 그러나 일본은 농수산 부분에 대한 개방 거부권을 보유하고 있어 협상이 원활치 않아 보인다.
실제로 우리정부는 농수산물 분야의 90%이상 개방을 요구하고 있으나 갈등을 빚는 실정이다. 일본과 FTA가 체결되면 중국과의 관계 악화의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
외교에 있어서도 일본과의 협상은 북한문제도 민감하게 작용하는데, 정치적 문제를 포함해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으며, 과거 일본과의 민족감정 역시 걸림돌로 작용하여 협상을 장기화 시킬 가능성이 다분하다.
따라서 한·일간 FTA협상에는 사전에 양국 사이에 적절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각계의 의견이다.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이득될 게 없으면 무리한 협상은 남좋은 일 시키는 꼴이 되고 말 수 있다. 더욱이 한미간 FTA에 자극받았던 일본이 최근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비준이 불투명해지자 일본 역시 적극성에서 한발 물러난 실정.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일본 방한때 논의한 협상 체결을 현실화 하기에는 아직까지 정부의 ‘실리 외교’라는 점에서 의구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리한 한일 FTA협정 체결은 민감해진 민심을 또 다시 동요하게 만들 뿐이다.
◆ “3년 내 중국 제품 한국 기술력 추월”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각국간의 자유무역협정 중 최대의 화약고는 단연 중국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국으로 수입과 수출, 인적자원 교류 등 모든 분야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 받고 있다.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 때 이루어진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중 FTA를 ‘적극 검토’하기로 합의한 후 물꼬가 터진 한중 FTA는 사실상 중국 측이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다. 한국이 세계 1, 2위 경제권인 미국, EU와의 FTA 협상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어 중국으로서는 한국과의 FTA가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은 농수산물 시장 개방을 비롯한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협상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교역파트너이기 때문에 한중FTA가 우리 경제에 미치게 될 파급효과는 한미FTA를 넘어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 2007년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액은 820억 달러, 수입액 630억 달러로 중국은 지난 2004년 이후 미국을 제치고 제1위 교역 국으로 우뚝 섰다. 전체적으로 볼 때 우리 수출입의 5분의1을 차지한다. 지리적 근접성과 교역 규모를 감안하면, 한ㆍ중FTA는 거대 중국시장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아직도 중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 비교적 높아, FTA를 통한 무역확대의 효과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국내 산업, 특히 농업분야 및 중소제조업에 대한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돼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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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중 FTA는 중국측의 집요한 요구로 조만간 협상이 논의될 예정이다> | ||
그러나 경제대국으로 떠오른 중국과의 통상 문턱을 낮추는 것은 좋지만 업종별로 이해관계가 워낙 크게 엇갈리다 보니 우려 또한 많은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협상으로 인한 피해를 입는 쪽이 대부분 중소기업이나 농수산업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종사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최근 무역협회는 조만간 중국이 한국의 기술력과 품질을 따라 잡아 심각한 무역역조도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한중 FTA 체결시 수출보다는 수입이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과 중국의 기술력의 차이가 갈 수록 줄어드는 것에 기인하고 있다”며 “전세계 모든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이 활발히 이뤄지는 것을 감안해 국내 절반 이상의 업체가 향후 3년내 중국제품의 기술과 품질이 한국제품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해 한중간의 FTA체결 문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공동취재= 이상미 기자 it@newsprime.co.kr , 권지현 기자 culture@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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