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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민주당, 실용주의 협력 시작

장외투쟁 장기화는 모두에게 독,원내정치 가동 시급 공감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8.06.12 09:32:05

[프라임경제]야당의 장외투쟁이 6·10 촛불시위로 고비를 넘기면서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대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일단 촛불집회가 탄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장기적인 화두로 활용하기에는 어렵다는 판단이 야당, 특히 통합민주당 내부에서 작용하면서 여야간 모색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자유선진당이 10일 국회 등원 방침을 발표했고, 13일에는 야당이 등원의 조건으로 내세운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 한나라당이 참석하기로 이미 합의했다.12일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대표간의 회담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뿐만 아니라 18대 국회 개원 문제, 상임위 구성 등 제반 사안에 대해 접점을 찾는다.

이러한 양당간 노력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필요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한나라당, '정부에 명분 제공하고 원구성도 일석이조' 노려

우선 한나라당은 더 이상 정부가 조성한 난국에 함께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위기 의식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홍준표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정부의 잘못을 감싸는 게 여당의 몫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번 촛불집회 장기화와 컨테이너 장벽 설치 등으로 정부가 아직도 소통 부재를 겪고 있는 상황에, 여당이 먼저 나서서 물꼬를 터야 한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민심에 보다 가까운 정당쪽에서 청와대와 정부를 리드하겠다는 포석이다.

더욱이 개원이 마냥 늦어지는 상황을 방치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으므로 차라리 야당들이 원하는 대로 가축전염예방법 개정 추진 문제에서 한 걸음 물러서 공청회 정도를 같이 하는 것으로 해 주고, 등원 문제의 길을 여는 게 나을 수 있다. 또 야당들의 가축전염예방법 문제가 공청회 이후 개정 추진을 위해 본격적 수순을 밟기 위해서는 결국 상임위와 본회의 등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원 구성이 절실해 민주당도 여당이 바라는 바와 사실상 비슷하게 움직여 줄 것이라는 계산도 가능하다.

더욱이 정부 스스로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풀기 어렵고 문제 접근에 명분이 서지 않는다면, 차라리 여당이 '총대를 매고' 국회가 정부를 압박해서 재협상이 불가피하다는 명분을 공급하는 것도 적절한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대화를 틀 필요가 있다. 다가오는 개각 가능성을 염두에 두더라도, 민주당에 어느 정도 양보를 하고 국회 정상화를 해야 장관 후보자들의 청문회 등을 준비할 수 있기도 하다.

◆민주당, '촛불은 단기 호재,본질은 역시 원내 정치'

통합민주당은 이번 촛불 정국에서 단기 이익은 많이 얻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당과 대의정치의 역할에 국민들이 평가절하를 하기 시작했다는 숙제를 얻었다. 이런 점에서 현재 접촉 추진과 합의점 모색 노력은 시기상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의 의원들은 국회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국민은 정치권, 야당의 (촛불집회) 동참을 적극 환영하지만 시민사회와 정치권, 정당의 분명한 역할 구분이 있어야 한다는 국민적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며 등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원내 정치를 하라는 주문이 실제로 시민사회에서 강하다기 보다는 시민사회의 장외 투쟁 정치가 강화되는 것을 장기간 방치해서는 원내 제 1 야당의 위치와 존립 이유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촛불집회가 여당과 정부의 브레이크로 작용한 점은 야당들에게도 분명 호재였으나, 장기간 이에만 매달리는 실익이 그다지 많지 않다. 촛불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것보다는 반사 이득만 얻고 있는 '방외자'의 상황이기 때문에 마냥 즐길 수도 없는 것. 대신 적절한 시점에서 이를 카드로 활용, 원내 정치로 초점을 옮겨야 할 필요가 충분하다.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이 "민주당은 원내 투쟁과 장외 투쟁을 병행해야 된다"며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는 점에 방점을 반드시 찍는 발언을 반복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또 민주당, 선진당, 민주노동당 등이 공조를 해 쇠고기 대책 등 향후 정국을 풀어가는 게 적절하다는 부분도 있다. 가축전염예방법 등에서만 해도 민노당의 강기갑 의원이 한때 20개월령 이하 쇠고기를 명시하는 별개의 안을 준비하면서 민주당과의 공동법안 제출에 먹구름이 꼈던 것도 민주당으로서는 좋지 않은 추억이다. 원내에서는 원내 제 1 야당이라는 프리미엄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장외에서는 기성정당들에 대한 불만족 지수만 높아져 가는 상황에서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상황을 타결하기 위해서는 여당인 한나라당과 야당의 맏형격인 민주당간의 대결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할 필요가 있다.

◆원내대표 회동은 분수령 아닌 언덕일 뿐

이에 따라 12일 오전의 회동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만나 교환하는 내용은 양당간 협력의 수준과 속도를 조절하는 선에서 의미가 크지만, 이 회동이 모든 것을 가른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이날 양쪽이 암중모색한 성과와 12일 오전 중으로 나오는 정부의 쇠고기 방미단 성과 발표의 영향에 따라 16일 가축전염예방법 발의를 전후해 양당이 협력을 본격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동상이몽이 얼마나 유지될지에 대해 동기부여를 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12일 원내대표간에 무릎을 맞대고 진행되는 대화의 질은 유의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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