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배상을 외면해온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채권에 대한 압류 결정을 내리면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실질적인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 정부 반발이 예상되면서, 다소 잠잠해진 듯하던 한일 관계는 다시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지난 12일 미쓰비시중공업이 국내 기업인 LS엠트론(LS그룹 계열사)으로부터 받게 될 물품대금 채권 8억5310만원에 대한 압류·추심 명령을 내렸다.
압류된 채권액은 대법원판결로 확정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4명의 손해배상금 3억4000여만원을 비롯해 지연손해금, 집행비용 등을 합한 금액이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4명의 가족은 미쓰비시가 LS엠트론과 거래해 온 사실을 확인하고 이달 초 법원에 물품대금 채권을 압류해달라는 신청을 했다. 대법원판결에도 불구하고 미쓰비시 측이 배상을 이행하지 않자 미쓰비시 국내 채권을 찾아낸 것이다. 압류 효력이 발생함에 따라 LS엠트론은 미쓰비시중공업에 트랙터 엔진 등 공급 대금을 보낼 수 없게 됐다.
이날 판결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의 국내 현금 자산을 압류한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피해자들은 미쓰비시중공업이 판결 이행을 거부하더라도 추심 명령으로 인해 LS엠트론으로부터 배상받을 수 있다.
강제동원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해마루는 "미쓰비시 측에 판결에 따른 배상금 지급 및 역사적 사실인정과 사과를 요구한다"며 "만약 미쓰비시가 지금과 같이 판결 이행을 거부할 경우 압류채권에 대한 추심명령에 근거해 LS엠트론에 직접 채권을 추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쓰비시중공업의 판결 수용 여부는 한일 관계의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판결이 나온 후 일본 정부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한일 관계에 대한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만약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에 이르게 되면 한일 관계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한다"며 "한국 측이 조기에 일본 측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할 것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 징용 소송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편, 프라임경제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본사에 전화를 걸어 입장을 확인했으나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