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이 지난달 1일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스토리데이 행사에서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수영 기자.jpg
[프라임경제] SK이노베이션(096770)이 배터리와 석유개발(E&P) 사업을 각각 독립 회사로 분할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3일 이사회를 열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이 같이 의결했다고 4일 밝혔다. 오는 9월16일 임시 주주총회 승인을 거친 후, 10월1일부로 신설법인 'SK배터리 주식회사(가칭)'와 'SK이엔피 주식회사(가칭)'를 각각 공식 출범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친환경 포트폴리오 개발을 담당하는 지주회사 역할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분할 방식은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법인의 발행 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단순·물적 분할 방식으로,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법인의 지분 100%를 갖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영역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 사업개발·인수합병(M&A) 역량 강화를 통해 신사업 발굴에 나선다. 현재 새롭게 추진 중인 폐배터리 재활용(BMR) 사업도 본격적으로 성장시킬 방침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지난달 1일 사업간담회에서 이러한 방향성을 밝힌 바 있다.
신설될 SK배터리주식회사는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BaaS(Battery as a Service), ESS(에너지 저장장치) 사업 등을, SK이엔피주식회사는 석유개발 생산·탐사 사업, CCS(탄소 포집∙저장) 사업을 각각 수행한다.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은 "이번 분할은 각 사업의 특성에 맞는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성을 높여 본원적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다"라며, "각 사업별로 투자 유치와 사업 가치 증대를 통해 경영환경에 더욱 폭 넓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SK이노베이션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 중심의 성장 전략을 가속화해 기업가치를 집중적으로 키워 나가겠다"며 분할 필요성을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충북 서산 배터리 공장. ⓒ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분할이 배터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터리 사업은 '1테라와트 +α' 규모의 수주 잔고를 기반해 글로벌 톱(Top)으로 성장을 목표로 한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헝가리 등의 거점에서 연간 40GWh 수준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고 있다. 2023년 85GWh, 2025년에는 20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빠른 속도로 확대해 가겠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미국 포드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하는 등 다각도에서 성장세를 보인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은 2022년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고, 2023년부터는 영업이익률이 빠르게 개선되기 시작해 2025년 이후에는 한 자릿수 후반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ESS, 플라잉카, 로봇 등 새로운 배터리 적용 사업을 확장하고 배터리 제품 외에 서비스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플랫폼 사업 등 신성장 동력 실행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이 원유를 생산하는 베트남 15-1 해상 광구. ⓒ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E&P 사업의 분할에 대해서는 "탄소를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그린 혁신 전략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분할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분할을 통해 E&P 사업이 오랜 기간 축적한 석유개발 사업 경험 및 역량을 활용해 탄소 발생 최소화를 목표로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석유가 탄소 발생 이슈는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에너지원인 만큼, 생산 단계에서부터 탄소 발생을 최소화할 뿐 아니라, 석유 정제 및 사용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해 다시 지하 깊은 구조에 영구저장하는 친환경 사업으로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김준 총괄사장은 "이번 분할 결정은 각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확보와 미래 성장을 가속화 할 수 있는 구조 확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그린 성장 전략을 완성시켜 이해관계자가 만족할 수 있는 기업가치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