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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값 인상에 조선·車 울상...포스코는 실적 잔치

상반기 가격 올려 역대급 실적…하반기 추가 인상에 제조업 압박 가중

이수영 기자 | lsy2@newsprime.co.kr | 2021.07.22 17:15:50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5고로에서 한 근로자가 뜨거운 쇳물 곁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국내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005490)가 선박용 후판과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연속으로 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포스코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수익성 개선에 성공하며 재정적 여유가 생겼지만, 오랜 고객사인 조선·자동차 업계는 급등한 원가 부담에 허덕이고 있어 온도차를 보인다.

22일 포스코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194.12%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 2조원대는 이번이 처음이자 2006년 이래 최대 실적이다.

매출은 18조2900억원, 순이익은 1조8100억원으로 각각 33.31%, 1710% 늘었다. 전 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13.8%, 영업이익은 41.9% 확대돼 호실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의 2분기 성적표는 그룹 핵심 산업인 철강 부문의 호조 덕분이다. 철강제품을 만드는 주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급등하자 포스코는 후판이나 강판 등 철강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전날 철광석 가격(중국 칭다오항 수입 물량 기준)은 톤당 214.79달러로, 연초 대비 29.95% 급등했다.

포스코의 실적 호조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포스코의 올해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치였던 2008년(7조170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점친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은 계속 오르면서 정상화하는 단계"라며 "3분기에는 호주와 캐나다 등의 광산에서 일부 감산 요인이 있어 가격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고, 4분기에는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포스코가 선박 건조에 쓰이는 후판 가격을 인상하면서 조선업계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철강값 줄인상…제조업계 깊어지는 주름

포스코가 실적 잔치를 벌이는 반면, 주 고객사인 조선·자동차 업계는 마냥 축하할 수 없는 노릇이다. 원자재 가격이 선박이나 자동차 판매 수익에 있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의 경우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철강업계와 선박 건조에 쓰이는 후판 공급 가격을 협상한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은 톤당 10만원 가량 올랐고, 조선사들은 인상분을 반영한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후판 가격은 선박 건조 비용의 15~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조선 3사 중 가장 먼저 2분기 실적을 공개한 한국조선해양(009540)만 봐도 후판 가격 상승으로 인해 충당금 폭탄을 맞고 무려 9000억원대 적자로 방향을 틀었다. 하반기 후판 가격 인상이 예상되자 가격 인상분을 미리 실적에 반영한 것이다.

내달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중공업(010140)과 대우조선해양(042660)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포스코가 후판 가격의 추가 인상을 요구하면서 조선사들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점이다. 

하반기 협상 테이블에서 포스코는 조선 3사에 후판 공급가로 톤당 115만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한 차례 가격 인상으로 후판 공급가가 70만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번에 40만원 넘게 인상하겠다는 의미다. 

자동차 업계 역시 상반기 강판 공급 가격이 톤당 5만원으로 인상됐으며, 하반기 추가 인상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다보니 일각에선 "포스코가 코로나19로 억눌린 실적을 회복하기 위해 고삐를 당기는 모양새"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문제는 업계 1위 포스코가 가격을 올리면 현대제철(004020)과 동국제강(001230) 등 다른 철강사들도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결국 포스코의 결정에 따라 고객사와 경쟁사 실적이 요동치는 셈인데, 조선·자동차 업계에서 아쉬운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차는 이날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제조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제조업계가 어려운 상황에 추가 인상은 무리라고 본다"며 "원가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바로 반영할 수 없어 당분간 수익성 악화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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