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 1일 상시근로자 5인 이상~49인 이하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된 이후 영세 중소기업과 스타트업계의 푸념이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인력 및 비용 확보의 어려움은 물론 제도 준수에 대한 의지도 크지 않은 상황으로, 보다 안정적인 제도 안착을 위해 인건비 지원 외 분야별 세부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말도 안 되는 소리"…中小계 볼멘소리 잇따라
주 52시간 근무제의 문제는 제도의 목적과 수행 방식이 지나치게 일률화돼, 다양한 분야의 중소기업 또는 사업주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한 유통 관련 중소기업 대표는 "사업주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말이 안 되는 제도"라며 "뿌리 기업이나 일반 제조, 생산, 유통 등은 기한을 맞추기 위해 24시간이 모자란 게 통상적인데, 법적으로 이를 규제하니 현실과는 동떨어져도 한참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전에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을 때 문제가 됐다. 이는 당연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높았고 그로 인해 노동 대가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인식수준이 올라 현재 최저임금이 인상된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은 누구를 위한 법인지, 대체 사업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이른바 '제2 벤처 붐'을 맞으며 스케일업에 박차를 가하는 스타트업 시장도 찬물을 맞은 모양새다.
모 디자인 스타트업 대표는 "업무 특성상 마감 일자가 정해져 있고,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 추가 근무를 하는 등 근무시간이 유연하다"며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키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거래처와의 마감 기한은 그대로인데 업무시간은 줄어들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편법과 악용이 난립할 것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한 플랫폼 비즈니스 스타트업 대표는 "보통 스타트업은 극소수로 시작하기 때문에 창업 초 재직 시에는 기업 규모를 키우기 위한 추가근무나 야근에 대해 동의하다가, 퇴사 후 일이 터지는 경우가 많다"며 "혹시라도 제도가 악용되면 바로 범법자가 되는데, 벌써 골치가 아프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편의점의 경우 아르바이트생이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할 경우 시간당 최저시급인 8720원에 주휴수당(20%)을 적용해 1만464원의 시급을 받게 된다. 이런 경우 5일간 3시간씩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던 것을 2시간으로 줄이고, 세금을 줄이기 위해 아르바이트생 한 명을 1시간씩 쓴다"며 "이번 법안도 마찬가지로 좋은 목적대로 흘러가기보다 계속해서 편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 52시간제 준수 인식부터 미지수 '세부 정책 조정 필요'
고용노동부는 주 52시간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탄력 근로제 단위 기간을 2주에서 6개월로 확대하고,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 등 보완제도를 마련했지만, 정교한 정책 논의는 뒷전으로 밀린 양상이다.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가 필요할 뿐 아니라 탄력 근로제 도입 시 임금을 보전할 방안을 정부에 신고해야 하는 등 중소기업 입장에서 시행하기 어려운 조항이 많기 때문.
관련 법안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반발 여론이 강한 상황에서 지켜야 한다는 인식조차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는 게 업계 후문이다.
한 엑셀러레이터 관계자는 "스타트업 시장은 52시간 근무제를 말하기 이전에 기본적인 출결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하는 곳이 태반"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52시간제를 운운하기는 어불성설이다. 업종, 규모별 맞는 제도 정비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52시간제의 취지와 근로 문화 개선의 취지를 모르진 않지만, 획일화될 경우 무고한 기업을 범법자로 만들 수 있다"며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더욱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