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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위클리 재팬] 일왕 올림픽 염려 무시하는 스가와 아베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1.06.29 09:46:02
[프라임경제] '126대 일왕' 나루히토 즉위 직후인 2019년 5월 초 닛케이 신문이 조사한 황실친밀도가 역대 최고치인 76%를 기록했다. 당시 50%를 넘나들던 아베 내각 지지율을 훨씬 능가하는 수치다. 

나루히토는 지난 3월 열린 신년 정례행사 '와카 피로연'에서 "사람들 소망과 노력이 열매 맺어 평온한 세상이 되기를 기원한다"라는 단가를 발표했다.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극복하는 노력이 열매를 맺어 평온한 세상이 찾아오기를 바란다는 의미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감염상황이 수습되지 않은 상태에서 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개최 한 달을 앞둔 지난 24일, 황실 대변인 궁내청 장관이 정례회견를 통해 "명예총재를 맡고 계신 (일왕이) 올림픽·패럴림픽이 감염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하시는 것으로 헤아리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궁내청 장관이 일왕이나 황실 소식을 전달할 때 사용하는 소위 '배찰(헤아려 살핌)' 메시지다. 

일본 헌법은 일왕이 정치에 관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신망 높은 일왕이 올림픽이라는 지구촌 운동회에서 국민 건강을 염려하는 건 정치 이전 생존권에 대한 정당한 지적이다. 특히 지난 19일 올림픽 특례 적용을 받아 격리가 면제된 채 입국한 우간다 선수단에서 변이바이러스가 검출되며 일왕 염려가 현실미를 더하고 있다. 

일왕은 올림픽 개회를 선언하고, 황족은 각종 경기를 관전하게 돼있다. 황실로서 올림픽과 일정한 거리를 두기 위해 메시지를 내야만 하는 타이밍이었다. 

스가 총리는 이에 대해 "장관 본인 견해를 말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라며 의미를 축소했고, 하시모토 조직위원장 역시 "불안을 없애기 위한 안전 대책, 그 안전이 안심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정면대응을 피했다. 

이를 받아 해외 매체는 일제히 '일왕의 우려'에 동조하고, 정치권을 비난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워싱턴포스트가 "올림픽 개최에 중요한 불신임투표"라는 제목으로 포문을 열었고, 영국 파이낸셜의 경우 일왕이 올림픽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BBC도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 사태에서도 개최되는가?"라며 기본적 의문을 제기하고, 뉴욕타임스는 아예 "왜 도쿄 올림픽은 중지되지 않는가?"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스가 정권(엄밀하게 말하면 아베 손아귀 정권)은 일왕 염려와 상관없이 비상사태를 선포해 무관중으로라도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결연한(?) 자세를 굽히지 않는다. 집단면역 형성에 어림없는 수치로 바람을 잡고, 선수들 건강은 콘돔과 주류 제공 등 시시한 논쟁거리를 만들어 희화화시키고 있다. 

물론 올림픽이 시작되면 일본 선수를 비롯한 각국 선수들 활약상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감동 스토리가 줄지어 올라올 것이다. 그때부터 웬만한 감염 상황 정도는 적당히 주무르고 넘어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악명 높은 7~8월 도쿄 뙤약볕이 평생 한 번 맛보는 값비싼 경험으로 둔갑할지도 모를 일. 또 대폭발이 예고되는 도쿄발 신종 변이 따윈 올림픽 이후 얘기인 만큼 당장 신경 쓸 필요가 없고, 올림픽 후 이어질 패럴림픽은 한참 먼 얘기다. 

지금 일본은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오는 7월4일 도쿄도 의회선거가 끝나면, 가을이 가기 전 치러야 할 전국단위 총선거가 기다린다. 집권 자민당을 비롯한 정치권 최대 관심사는 바로 이 총선거에 쏠려있다. 

스가 총리는 어떻게든 올림픽을 지렛대로 선거에서 승리해 세력을 늘리려고 배수진을 친 상태다. 

이런 흐름을 꿰고 있는 아베 전 총리가 최근 곳곳에 얼굴을 드러내고, 측근을 통해 힘을 과시하고 있다. 일왕 경고 정도는 가볍게 무시해 버리는 전략도 거리낌이 구사한다. 총선을 염두에 두고, 당내 최대 파벌 호소다파의 실질적 오너 입장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올림픽 성공은 자신과 스가의 공동작품이고, 실패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스가가 지게 된다. 아베로서는 불리할 게 없는 싸움이다. 

최장수 자민당 간사장 니카이를 제거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총선 결과에 따라서는 아베가 세 번째 등판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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