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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방 경보②] "가입비 먹튀" 주린이 두 번 울리는 '피해구제 시스템 부재'

법조계, 유사투자자문업 폐업·신설 용이해 "실질적으로 구제 어려워"

이정훈 기자 | ljh@newsprime.co.kr | 2021.06.16 15:27:11
[프라임경제] 주린이를 노리는 부적격 리딩방이 활개를 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주식시장 광풍과 SNS 활성화가 '주식 리딩방'이란 허상을 만들었고, 그들의 그럴듯한 속삭임은 투자자를 고통으로 유인한다. 자본시장법을 위반하고, 사기를 자행하면서도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란 말로 꼬리 자르는 데 급급한 리딩방 운영사들. 이러한 불법 유사투자자문업에 대해 심층 파악한다. - 편집자 주

현재 증권시장은 '코스피 3000시대' 등 여러 신조어가 창출될 정도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2030 젊은 층에게는 주식이 '계층 간 이동 사다리'로 인식되며, 다수의 주린이(주식·어린이 합성어)들이 증권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와 비례하게 이들을 노리는 불법 유사투자자문업자도 득실거리고 있는 상황. 금융당국이 이들을 손볼 수 있는 조치는 현행법상 미비한 상태다.

◆과장 광고·가입비 먹튀 '극성' 금감원 직권말소 범위 '이탈'

유사투자자문업은 투자자문업의 보완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지난 1997년에 도입됐다. 유사투자자문업자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금융투자상품 투자판단에 대한 조언을 하는 경우 투자자문업자가 대응하지 못하는 시장수요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도입 이유다.

주식시장이 활황일수록 불법 유사투자자문업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이들을 규제할 수 있는 직권말소 범위가 △폐업 후 영업재개 의사 없음 △의무교육 미이수라는 점에서 실제 투자자들이 겪은 피해 사례와 동떨어진 처사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픽사베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투자자문업자는 제도상 투자자 종류를 불문하고 자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에도 현실적으로 소액 개인투자자 자문까지 응하긴 어렵다"며 "따라서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이 금융위 신고만으로 자유롭게 영위하며, 소액 개인투자자 자문수요를 대응해주길 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큰손'이라 불리는 주식 투자자와 달리, 투자정보를 얻기 어려운 소액 투자자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유사투자자문업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 도입 취지와 거리가 먼 일부 유사투자자문업체들이 등장하면서, 불법적인 리딩과 광고로 투자자들을 현혹해 다수의 피해자를 낳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유사투자자문업자로부터 피해를 본 사례를 인지한다"며 "금융당국으로써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 5월 전체 유사투자자문업자 2109개(지난해 10월 말 기준)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실시한 결과 494개 부적격 업자를 직권말소 처리한 바 있다. 

그러나 직권말소 사유를 살펴보면 △폐업 후 영업재개 의사가 없음 △의무교육을 미이수 등이다. 실제 투자자들이 겪은 주된 피해사례가 유사투자자문업체 가입비 '먹튀'라는 점에서 금감원의 전수조사와 조치는 일엽장목(一葉障目)의 우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피해자들은 유사투자자문업체들이 과장된 수익률을 미끼로 일대일 투자 정보를 제공해주겠다며 가입비를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계약 이후 수익률은 커녕 손실만 지속돼 전액환불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전액환불 '불가'였다. 심한 경우 피해자를 담당했던 업체 직원은 연락을 차단하며 잠적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박세훈 변호사는 "대부분 투자자들이 유사투자자문업체로부터 입은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 한국소비자원에 민원을 제기한다"며 "한국소비자원은 강제성 있는 해결 권한이 없고, 임의적 해결을 '권고'하는 기관이기에 업체 측에서 일부라도 돌려주려는 자발적 의사를 보이지 않는다면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소비자원을 통한 해결이 어려울 경우 형사 고소를 통해 합의 등 피해구제를 유도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수밖에 없다"며 "폐업과 신설이 용이한 유사투자자문업 특성상 실질적인 구제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물론 유혹에 현혹된 투자자들의 잘못도 존재하지만, 교육 이수 등 자격요건만 갖추면 유사투자자문업을 영위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와 아울러 이를 감시하고 규제하는 감독기관의 제대로된 역할론이 대두되는 이유다. 

◆"월수익 150% · 급등주 추천" 리딩방 과장 광고, 처벌 강화

이러한 투자자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팔을 걷어붙였다. 김 의원은 유사투자자문업체를 음지에서 양지로 활성화시키면서도 부적격 업체에 대해선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는 금융위의 직권말소 범위를 '방문판매 등에 관환 법률 49조'와 '전자상거래 등에서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32조'를 추가했다. 김 의원은 유사투자자문업체를 활성화시키면서도 부적격 업체에 대해선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 연합뉴스


김 의원이 지난 3월 대표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명칭변경(유사투자자문업→투자정보업) △범위확장 △금융위 직권말소 추가 △허위·과장 광고 금지 △정보이용료·약관에 관한 보고·공시 △벌칙 신설로 구성됐다.

우선 금융위 직권말소는 기존 폐업과 교육 미이수에서 '방문판매 등에 관환 법률 49조', '전자상거래 등에서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32조'에 따른 시정조치를 아니한 자를 추가했다. 

이는 정보이용료나 약관 등에 문제가 있을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상거래 등에서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금융위는 공정위의 시정조치 결과를 확인 후 유사투자자문업체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직권말소 시킬 수 있다.

"월수익 150% 보장", "급등주 추천" 등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는 유사투자자문업의 광고성 문자메시지다. 이러한 광고는 주식시장이 활황일수록 극성을 부린다. 이에 김 의원은 유사투자자문업체의 허위·과장 광고 금지 사항도 개정안에 담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수익률 등을 사실과 다르게 광고하거나 지나치게 부풀리는 행위 △비교 대상 및 기준을 명시하지 아니하거나 객관적인 근거 없이 자기 투자판단, 금융투자상품 가치에 관한 조언이 다른 투자정보업을 영위하는 자보다 유리하다고 주장하는 행위 등 허위·과장 광고 금지 조항을 개정안에 명시했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이하 벌금에 처하는 처벌 조항도 명시했다.

다만 유사투자자문업자가 활동할 수 있는 범위는 폭넓게 인정했다. 간행물이나 전자우편 뿐만 아니라 문자메시지와 인터넷 홈페이지 및 동영상공유서비스 등을 활용하는 경우도 유사투자자문업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금융당국도 힘을 보탰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유사투자자문업자 관리·감독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유사투자자문업자 주식 리딩방 금지를 비롯해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위반, 자료 제출·보고 의무를 두 번 위반하면 곧바로 직권말소하는 '투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국도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유료 주식 리딩방 운영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다만, 7월 말까지 신고를 위한 유예 기간을 두고 있어 일반 투자자들에게 눈에 띈 성과를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부적격 유사투자자문업체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금융당국과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들의 노력이 개미투자자들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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