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 초 각 게임사에서는 인재채용에 열을 올리며 고연봉을 비롯한 다양한 혜택을 제시했다. 코로나19로 취업이 쉽지 않은 현재 많은 인재들이 각 게임사에 이력서를 제출하는 등 게임 취업 시장에 '청신호'가 들어온 것. 하지만 최근 게임사 프로젝트 중단 시 직원들이 '대기발령'이나 '임금 삭감'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주춤하는 추세다. 이에 문제점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하나의 게임이 출시되기 위해서는 시나리오를 비롯해 △캐릭터 △아이템 △음악 △아트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서로 협업해야 하는데 프로젝트가 끝까지 잘 마무리 돼 게임이 출시된다면 업데이트 등 이벤트로 인해 바쁜 일상을 보내야 한다.
문제는 게임 개발 과정에서 프로젝트가 드롭(중단) 될 경우다. 이 경우 게임을 개발하던 직원들이 바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거나 진행중인 다른 프로젝트로 이동하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프로젝트를 바로 시작한다는 것은 쉽지 않기에 대부분의 게임사에서는 진행 중인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프로젝트가 중단된 직원이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해당 부서에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다시 봐야 하는데 여기서 합격하지 못하면 이를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정직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구직자가 되는 것이다.
한 게임사 개발자는 "프로젝트가 중단됐을 때 이력서를 다시 내고 면접을 보는 문화는 게임사 초창기부터 있었고, '대기발령' 역시 오래된 관행"이라며 "새로운 프로젝트가 진행될때까지 '대기발령' 직원들은 다른 부서로 이동하거나 '대기발령'인 채로 회사에 남아있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상 '대기발령'으로 남아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며 "일부 게임사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진행될때까지 해당직원들은 다른 부서로 이동하거나 '대기발령' 제도도 없어서 '권고사직'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넥슨, 전환배치 대기자 '대기발령·임금 75% 지급'
이런 가운데 최근 넥슨이 '대기발령'과 '월급 75% 삭감'으로 도마에 올랐다. 넥슨은 지난 3일 프로젝트 중단 등으로 1년 넘게 업무가 재배치되지 않는 직원 15명에게 3개월의 대기발령과 기존 임금의 75%만 지급하기로 했다.
또 3개월 동안 직원들은 회사에 출근하는 대신 외부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넥슨은 교육비 200만원을 별도로 지급키로 하고, 3개월 후 복귀 시 100% 급여를 지급 및 전환배치를 위한 면접을 봐야 한다.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은 "대기발령은 이해할 수 있지만 '임금 삭감'은 공감할 수 없다"며 "임금은 생존권이 걸린 문제인데 당사자 동의 없이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 적절한 조치였는지 의문점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넥슨 관계자는 "이번 대기발령은 집중업무역량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1년 이상 전환배치 기간이 경과한 분들 중 직군 역량평가 및 현업배치 평가 결과를 종합해 대상자를 확정했다"며 "대기발령에 앞서 1년 이상 전환배치에 지원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지만 지원할 수 있는 포지션에는 거의 대부분 지원한 상황임을 감안해 해당직원들이 집중적인 역량향상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3개월의 대기발령 기간 동안 200만원의 외부교육 수강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3개월의 기간 동안 업무 없이 교육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며 "업무가 없이 휴업 상태로 전환해 '휴업수당'에 해당하는 임금의 75%를 지급하는 것이지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배 지회장은 지난 9일 간담회에서 △2019년도 게임사 최초 단체협약 체결 △당사자 의견 존중하며 전환배치에 대한 선언적 문구 발표 △프로젝트 드롭으로 인한 권고사직 폐지 △자회사 폐업 시 직원 전체 본사로 흡수 △팀방출 제도 폐지 등은 넥슨이 잘 한 점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대부분의 회사에서 대기발령을 낸 경우 본인의 자발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대법원 판례에 따라 대기발령은 회사의 고유 권한으로 근로자가 결정할 수 없고, 대신 휴업수당으로 기본급의 70%의 임금을 주도록 돼 있다. 즉 넥슨의 경우 대법원 판례에서 5%를 더 추가해서 주는 셈이다.
한편 노조가 없는 게임사나 다른 곳에서는 '배부른 소리하고 있다' '대기발령이면 어떤가 회사에 남게 해 주는 것만으로도 좋다' '대기발령인데 교육비도 지급해준다고' 등 반박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 게임사 전체적으로 봤을 때 대기발령으로 전환배치가 되는 곳은 전체 게임사의 10%에 불과하고, 대다수의 게임사가 대기발령 및 전환배치 시스템 없이 '권고사직'을 한다.
게임사 관계자는 "90% 이상이 프로젝트가 중단되면 이직을 해야 한다"며 "오히려 프로젝트가 중단 됐는데 남아 있는 경우 능력 부족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많은 경쟁률을 뚫고 게임사 개발자로 취업했다는 것 자체가 능력이 있는 것인데 오랜 시간동안 관행처럼 이어진 문화 때문에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알아주는 게임 강국이다. 하지만 잘못된 관행으로 우수한 인재들이 우리나라를 떠나 해외 게임사로 이직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문화콘텐츠 산업 진흥과 우수한 IT 인재발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했다. 문화콘텐츠 산업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 산업의 우수 인재들이 잘못된 관행으로 우리나라를 떠나는 시점에서 게임 개발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