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하는 모습.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지난해 택배노동자 과로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택배상자 분류 작업'이 여전히 성행하면서, 택배기사들이 출근 지연 등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단체 행동에 나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이날부터 출근과 배송 출발을 2시간 늦추기로 했다.
지난해 택배기사들이 잇단 과로사로 쓰러지자 정부는 택배사와 노조,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했고, 지난 1월21일 1차 사회적 합의문을 마련했다.
노조는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택배사들이 분류작업을 택배기사에게 전가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분류 전담 인력을 충원하기로 했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택배상자를 배송구역에 맞춰 나누고 차에 싣는 분류작업은 택배기사들에게 과중한 업무 부담을 지우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택배사들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들며 분류 인력을 점차 늘리기로 했지만 실체는 택배기사 과반수 이상이 아직도 분류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가 이달 2~3일 전국 택배노동자 118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4.7%(1005명)가 여전히 분류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으며, 별도 인력이 투입되지 않아 택배기사가 전적으로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경우도 30.2%(304명)로 집계됐다.
노조 관계자는 "1차 사회적 합의가 마련된 이후에도 로젠과 쿠팡에서 과로사, CJ대한통운에서 과로로 인한 뇌출혈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원청 택배사들은 지금이라도 노동조합과 머리를 맞대고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택배사들이 인력 충원과 분류 자동화 등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며 택배요금을 인상했지만, 오롯이 택배사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럼에도 택배사들은 오히려 인력 충원 기간을 1년가량 더 늦춰 달라고 하는 등 과로사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조는 "택배사들은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과로사 대책 시행의 유예기간을 또다시 1년을 두자는 등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차 사회적 합의에 따라 CJ대한통운은 4월 택배 요금을 250원 인상했고, 이로 인해 1∼2월 대비 5월 요금이 150원가량 올랐으나 노동자 수수료는 8원만 증가했다"며 "요금 인상 이득 대부분이 택배사의 초과 이윤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택배노조는 오는 8일 사회적 합의기구 2차 합의문 체결에 앞서 분류 작업 문제를 명백히 짚고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코로나19로 배송 물량이 늘어난 시점에서 인력 투입 지연은 과로사 문제를 계속 끌고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는 "택배노동자의 과로사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사회적 합의가 한낱 말뿐인 합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노력이 과로사 방지라는 결실로 맺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