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555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이상직 무소속 의원이 증거 변조와 진술 회유 가능성 여부로 구속 수사를 받게 된 가운데, 이 의원이 지난해 이미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 의원의 혐의 중 회삿돈으로 딸에게 고급 외제차를 리스해 준 내역이 있는데,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 대량해고 책임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다음 날 바로 해당 차량의 리스 계약을 끊은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검찰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 2017년 7월 조카인 이스타항공 재무팀장 이모 씨에게 자신의 딸이 탈 승용차 리스계약을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그 과정에서 이 의원 딸은 개인적으로 사용할 '포르쉐 마칸 GTS' 모델을 직접 골라 이모 씨에게 통지했고, 이모 씨는 같은 달 27일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SSCL, 포르쉐 국내 공식 딜러)와 포르쉐 마칸 GTS 승용차에 대한 리스 계약을 체결했다.
검찰 조사 결과 해당 차량의 리스 기간은 2017년 12월26일부터 2020년 9월25일까지다. 이 의원과 일가는 약 2년9개월(33개월) 동안 해당 차량을 빌리는 데 들어간 돈을 모두 이 의원 딸이 대표로 있는 이스타홀딩스 자금으로 처리했다. 차량 리스 비용과 보험료, 계약금 등을 포함해 회삿돈 총 1억1062만4485원이 개인적인 용도로 쓰였다.
흥미로운 점은 위약금까지 감안해가며 차량 리스 계약을 중도 해지했다는 부분이다. 포르쉐는 자동차 리스 계약시 24개월, 36개월 등 연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는데, 이 의원 딸은 포르쉐 마칸 GTS을 33개월간 빌려 탔다. 연 단위 계약을 감안하면, 최소 3개월 일찍 계약을 해지한 셈이다.
리스 계약을 해지한 날은 이 의원이 탈당한 다음 날로, 횡령·배임 의혹으로 수사망이 좁혀지자 급히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 임직원 대량해고 사태와 관련해 임금체불⋅횡령⋅배임 의혹을 받자 지난해 9월24일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포르쉐 리스계약 관련 상담사는 "차량 리스의 경우 12개월, 36개월, 60개월 등 연 단위로 계약을 진행하며 해지 위약금은 잔여 계약 기간에 따라 금융리스 2%, 운용리스 13%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며 "리스 신차를 인수하려면 1년 정도 대기 시간이 필요한데, 계약 후 6개월 안에 차량을 인도받으려면 기존 중고 모델을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이 의원은 회삿돈으로 포르쉐를 리스한 혐의에 대해 과거 교통사고를 당한 딸을 위해 회사 업무용 차량으로 사용한 것뿐이라고 해명해 왔다. 딸이 교통사고에 대해 극심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 주변 사람들이 비교적 안전한 차라고 추천한 외제차를 할부로 리스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위약금을 내면서까지 리스 계약을 중도 해지한 정황이 나오면서, 횡령·배임 의혹이 나온 시기상 제 발 저린 게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갑작스러운 계약 해지로 인해 애초 공감 받지 못했던 이 의원의 해명은 더욱 신빙성을 잃게 됐다.
포르쉐는 '스포츠카'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독일의 고급 자동차 제조업체로, 자동차 업계에서는 "차량 구매에 있어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면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쉐의 마칸 GTS 말고 다른 선택지가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한편, 이날 전주지법 김승곤 영장전담판사는 이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번 영장 발부로 이 의원은 체포 기간 포함 최장 20일간 구속 수사를 받는다. 이 기간 기소가 이뤄지면 재판 또한 구속 상태에서 진행된다.
김 판사는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피의자의 행태를 참작할 때 증거 변조나 진술 회유의 가능성이 있다"며 "피의자는 관련자들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증거인멸의 우려도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또 "주식의 시가나 채권 가치에 대한 평가 등 일부 쟁점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이지만, 구속영장 심사 단계에서 요구되는 혐의 사실에 대한 소명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조만간 이 의원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기소할 전망이다. 이 의원이 재판에 넘겨지면 먼저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스타항공 재무팀장 이모 씨와 함께 재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