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택배노동조합은 20일 서울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사들도 갑질 아파트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수영 기자
[프라임경제] 택배차 진입을 막은 아파트 단지와 택배기사 간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택배노동조합이 '갑질 아파트' 대상으로 배송 수수료를 인상하고, 관계자임에도 이번 사태에서 발 뺀 CJ대한통운 강신호 대표를 고발하겠다는 강경책을 내놨다.
택배노조는 택배업계 1위 CJ대한통운(000120)이 이번 문제를 외면한데다, 다른 택배사들마저 '강 건너 불구경' 하고 있어 문제 해결을 위해 이 같이 결단했다는 설명이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20일 오후 1시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방침을 밝혔다.
노조는 택배차량 진입을 막은 아파트를 대상으로 배송 수수료를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금 같은 아파트 방침으로는 단지 입구에서부터 문 앞까지 손수레로 끌어다 배송해야 해 택배기사의 시간적·신체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택배사 역시 '택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동구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고, 이런 곳이 전국에 179곳이나 된다면서 이참에 다른 아파트 문제까지 함께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현재 CJ대한통운 등 택배사들은 아파트의 일방적 결정으로 택배 배송서비스에 문제가 생기고 소속 노동자들이 부당한 갑질을 당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택배노조는 "아파트 갑질로 인해 택배노동자들에게는 더 과중한 노동이 전가되고 노동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는데도 택배사는 소속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은 안중에 없고 이익창출에만 혈안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오는 22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CJ대한통운 대표와 담당 택배대리점 소장을 고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난 13일 CJ대한통운이 아파트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지상탑차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를 통해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사업주 등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저상탑차는 기존 택배차량보다 짐칸 높이가 낮고 실을 수 있는 물량도 적다. 허리를 굽힌 채 반복 작업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택배기사들이 근골격계 질환 위험에 노출된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그럼에도 CJ대한통운이 자사 노동자 편이 아닌 아파트 쪽에 서서 택배기사들을 빼놓고 저상탑차 도입에 합의했다고 노조는 밝혔다.
노조는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예방조치를 취해야 하는 대리점장과 택배사가 택배노동자들을 배제한 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저탑차량을 통한 지하주차장 배달을 합의했다"며 "택배사도 택배노동자들에게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전가한 공범이다"라고 꼬집었다.

택배기사들이 도입 반대하는 저상탑차 모습. =이수영 기자
택배노조는 오는 25일 대의원대회에서 총 파업을 포함한 투쟁 계획을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도 이번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택배노조는 "택배사는 지금 즉시 해당 아파트를 배송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추가요금을 부과해야 하며 저탑차량을 모두 정탑차량으로 교체해야 한다"며 "노동부에는 즉각 '산업안전법상 근골격계 위험요인인 저탑차량 사용중지 명령' 등의 적극적인 행정 조치와 감독권한을 행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지난 16일 택배노조는 택배기사를 배려하지 않는 아파트 측에 대응해 '문앞 배송'을 중단했다. 여기에 동참한 택배기사들은 롯데택배와 우체국택배 소속 기사들로, 가장 배송 물량이 많은 업계 1위 CJ대한통운 기사들은 참여하지 않아 파급력이 낮은 편이었다.
당시 롯데·우체국 택배기사들이 입주민으로부터 "다른 택배기사(CJ대한통운)들은 제대로 배송하는데 왜 너희만 안하느냐", "사태 해결될 때까지 본사에 신고·민원 넣을테니 다른 택배기사에게 지역구를 양도하던지 해라" 등 협박성 문자와 전화폭탄 등에 시달리기도 했다.
결국 택배노조는 택배기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문앞 배송을 일시 재개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