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논쟁이 길어질수록 중국과 일본 배터리 기업들에게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SK이노베이션(096770)이 자사와 배터리 소송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을 향해 "분리막 특허를 동원한 LG의 SK 발목잡기 시도는 결국 실패했다"라고 저격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즉각 날선 입장을 표명하면서, 양사 관계는 복구하기 어려워 보인다.
소송으로 인해 양사 배터리 사업에 타격이 예상되지만 여전히 소모전을 펼치고 있어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각각 입장문을 내고 서로를 향해 날을 세웠다.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특허소송에서 패소했음에도 2년 후 같은 내용으로 또 소송을 건 것에 대해 경쟁사 '발목잡기'라는 입장이다.
LG가 소송을 건 시점이 SK가 사업을 확대하며 성과를 내던 시기였기 때문에, 자사 배터리 사업을 견제하기 위해 무의미한 소송을 걸었다는 주장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2011년 국내에서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배터리 분리막 특허소송을 걸었고, SK도 맞소송으로 대응한 바 있다. 해당 소송은 2013년 특허법원·심판원에서 LG의 분리막 특허가 무효라고 판결해 SK 승리로 끝났다.
이후 LG와 SK는 또 한번 배터리 특허침해 여부를 두고 2019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소송전을 벌였고, ITC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예비판결에서 SK 손을 들어줬다.
배터리 특허 침해와 관련해 국내외 2번이나 같은 판결이 나온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을 통해 "LG는 2011년과 2019년 두 차례 배터리 분리막 특허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사실상 SK의 승리로 마무리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허 소송은 통상 가장 핵심적인 특허로 소송을 제기하는데, 한미 양국에서 LG의 분리막 특허에 대한 무효 또는 비침해 결정이 나오면서 LG는 10년간의 소송으로 스스로 그 특허가치를 낮춘 결과를 맞게 됐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배터리 특허침해 소송 예비판결을 토대로 남아있는 LG와의 모든 소송에서 끝까지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LG의 발목잡기를 끝내기 위해선 이 같이 결정 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소송 본질을 통한 정상적인 대응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으로 LG가 시작한 ITC의 모든 소송에서 끝까지 정정당당하고 엄정하게 대응해 갈 것"이라며 "이것이 LG의 발목잡기식 소송으로부터 이해관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이다"라고 말했다.
경쟁사의 도발에 LG에너지솔루션은 즉각 반응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특허소송이 예비결정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승리로 마무리된 것처럼 표현하면서 판결내용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다"며 "2년전부터 수차례에 걸쳐 동일한 억지 주장을 펼쳐가는 SK의 이러한 행태가 오히려 발목잡기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SK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하며 합의의 문을 열어놓고 있음에도 소송 해결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비방전에만 몰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LG-SK 배터리 분쟁, 제 살 깎아먹기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결과로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내 10년 수입금지' 조치를 받았고, LG에너지솔루션도 특허침해 소송에서 패소 예비판결을 받은 상태다. 통상 예비판결은 최종판결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LG도 소송으로 인한 사업적 타격이 불가피한 셈이다.
결국 LG와 SK의 소모전으로 웃는 곳은 중국·일본 등 배터리 기업이다. 중국과 일본 배터리 기업들은 LG와 SK가 싸우는 동안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고, 이미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에게 1위 자리를 뺏겼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에서 중국기업 CATL이 8GWh 사용량을 기록하며 2위 LG에너지솔루션(4.8GWh)을 제쳤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까지만 해도 세계 배터리 사용량과 점유율에서 1위였다.
LG와 SK의 공방으로 이들과 계약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도 지쳐가고 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은 LG와 SK가 공급하는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CATL 등 중국 기업이 주력하는 각형 배터리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폭스바겐이 LG와 SK의 소송으로 안전한 배터리 공급에 불확실성이 커지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LG와 SK 소송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다른 자동차 업체의 손절도 시간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결국 합의만이 'K배터리' 위상을 지킬 유일한 길이지만, 현재 양사 분위기를 감안하면 한쪽이 굽히지 않는 이상 끝까지 갈 추세다.
임수길 SK이노베이션 벨류크리에이션센터장은 "한국에 이어 미국까지 분리막 특허 소송이 10년 동안 진행되었는 바,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끝까지 엄정하게 대응해간다는 것이 회사의 일관된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는 후발주자로서 빠른 성장을 위해 불가피하게 기술을 탈취해 갔다면 이를 인정하고 배상을 통해 정당하게 사업을 영위할 방안을 찾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