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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속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론 대두

이명박 정부 ‘MB노믹스’ 100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8.05.28 07:05:16

[프라임경제]경제살리기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였지만, 지금 많은 국민들과 전문가들이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기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밖으로는 해외 경제 위축, 안으로는 정책 혼선 등 여러 문제가 겹친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사회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외풍’에 배 뒤집힐 판

우리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변동 등 외부 요인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5월 초 올해 경제 전망 수정치를 발표하면서 “(경상 수지 계산시) 유가 상승으로 인한 적자 부분이 7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연말까지 유가가 얼마나 오르는가에 따라 유가로 인한 적자 부분이 경상수지 적자폭을 더 크게 늘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유 외에 비철과 곡물 등 다른 원자재들도 더 오를 전망(5월 셋째 주 현재)이다. 리먼브라더스 경제연구원 등 일부 해외 기관에서 “원유를 포함한 상품가는 연말부터 조정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지만,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중국의 성장 문제와 브라질· 중국 등 자원생산국이 자원 수출을 통제하며 무기화 경향을 보이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에 지워진 원자재 쇼크는 단기간에 좋아질 가능성보다는 만성화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스테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더욱이 이같은 자원 쇼크로 인한 물가 상승은 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간 고성장을 거듭해온 한국 경제가 이미 성장 동력을 잃어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물가는 오르고 있어 자칫 만성적인 침체 현상이 우리 경제를 지배할 수도 있다는 암울한 분석까지 파다하다.

서둘러 경제 성장 동력을 빨리 찾거나 물가를 잡지 못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747 정책은커녕 장기적인 경기불황 수렁에 빠져들 우려마저 있다. 하지만 이미 연내 7% 성장은 어려운 것으로 판명난 터에, 정부가 부랴부랴 마련한 ‘물가 중점 관리 52개 품목’에 대한 가격 통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빠른 대책 마련은 요원해 보인다. 자칫 이대로 가다간 스테그플레이션에 빠져들 수도 있는 상황이다. 스테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우려만 확산되고 있을뿐 정치인들은 물론, 경제전문가들도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실한 사령탑 ‘역할 부재론’

이 같은 경제행정의 난맥상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제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경제 부처 간에 제대로 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서 큰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이 한국은행이나 여당인 한나라당과 다른 의견을 내며 서로 좌충우돌하고 있는 현상이 아직 100여일밖에 안 된 정권 초기임에도 여러 차례 목격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충돌이 세계잉여금의 추경 편성 논쟁 부분이다.

우선 강 장관은 대표적인 성장론자다. 때문에 기획재정부는 감세와 세계잉여금의 추경예산 편성 등을 해법으로 잡고 있다. 재정을 확대해서라도 경제 규모를 크게 꾸려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기본 그림이다. 하지만 이런 입장은 한나라당에 의해 이미 연초부터 거부됐었다.

한나라당 정책위원장 이한구 의원은 “경제의 기본 바탕을 강화해야지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올바른 해법이 아닐뿐 아니라 꼼수에 불과하다”고 맹공격하면서 기획재정부의 추경 띄우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의 뒤를 이어 18대 국회에서 여당의 새 정책위원장이 될 임태희 의원은 아예 추경 뿐만 아니라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구사하는 감세 정책 자체에 대해서도 본질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형편이라 정부 부처와 각 기관간, 그리고 여당간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불협화음을 낼 것으로 보인다.

◆과대포장 청사진부터 벗겨야

결국 이러한 혼선은 단순히 외부 요인에 흔들리는 현상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대선후보 시절이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에서부터 내걸었던 많은 장밋빛 전망들이 대체로 뿌리가 없는 약속인 데서 기인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일단 원자재난을 맞이해 허상으로 드러난 ‘자원 외교’ 공약과 이에 대한 재점검은 차치하고라도,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수단으로 이명박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생각해 온 대폭적인 감세, 기업규제 완화, 대운하 등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이에 대한 막연한 기대로 정권이 수립된 게 아닌지, 이제라도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대폭적인 감세와 기업규제완화가 과연 기업들의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창출할 것인지, 한반도대운하로 대표되는 대규모 토건사업이 과연 지속가능한 발전 동력이 될지, 한미 FTA 같은 대외개방정책은 우리나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확실한 답을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투명한 정책 수립 과정을 보여줘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이한구 의원이 최근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747공약은 이미 정책이 아닌 비전”이라고 지적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내건 공약의 상당 부분이 (그 구조적인 부실 혹은 세계 원자재 대란 같은 외부 요인으로) 이미 형해화되었고 또 기본 전제부터가 실현불가능해졌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세계 경제가 호황의 끝자락을 기록하던 참여정부 말기에 MB캠프가 수립했던 정책은 현재 세계 경제 흐름 속에서는 상당 부분 수정을 요하지 않을 수 없다.

◆‘정책 공감대’ 새로 쌓을 기회?

이명박 정부는 출범 100일 남짓한 시점에 닥친 총체적 난국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상황을 전면 재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감세와 규제 완화 등 친대기업 정책이 과연 효과적이며, 우리가 장기적으로 추수해야 할 경제 기조인지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없다는 점도 이번 기회에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안팎으로 일고 있다. 

김종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재벌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 가능성은 무척 적다”며 “더욱이 무분별한 대외개방주의 특히 한미 FTA 추진 등도 문제”라고 주장한다. 유병구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 역시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새로운 상생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파행적 성장이 지속되고 성장잠재력의 확충을 이룰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집권 초기부터 찬반양론에 몸살을 앓고 있는 한반도대운하 공사도 그 실효성과 타당성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해 있다.

결국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국민과 경제 문제를 놓고 어떤 폭과 깊이로 ‘소통’을 시도할 것인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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