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부산상의 '돈 선거' 진통…경찰조사 요구 등 공정 선거에 '찬물'

대의원 선거 역대급 투표율 기록…회비대납 정황 포착 등 신뢰도 추락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21.03.16 20:16:27

부산상공회의소 전경.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오는 17일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선거를 앞두고 오피니언 리더 공동체에 대한 각성과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에는 부산상의 133년 역사상 처음으로 추대가 아닌 직접선거를 거쳐  회장을 뽑는다. 이는 상의 정관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다. 회장 선거는 이제 하루를 앞두고 있으나, 그간의 과정은 눈살 찌푸리기에 충분했다.

투표 자격 복구를 위해 밀린 상의 회비를 몰아낸 경우도 적지 않았고, 일부에서는 500만원에 가까운 이 돈을 대납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이와 관련된 정황이 본지를 비롯한 몇몇 언론사 취재 보도를 통해 알려졌고, 초등학교 학급 반장 선거보다 못하다는 조롱에 부산경제 컨트롤타워의 권위는 밑바닥으로 추락했다.  

급기야 지난 15일 부산경실련은 제24대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선거를 앞두고 치른 의원 선거를 가리켜 "돈 주고 매표행위를 해 온 정황이 확실해 보이는 데도 부산상의 사무국이 이를 수수방관 하고 있다"며 신랄한 비판을 하고 나섰다. 

부산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부산상의 집행부와 선관위가 회비 대납 의혹에 대해 객관적 조사를 통해 투명하게 밝히고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며 "(재발방지를 위해) 필요하다면 경찰 조사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부산경제계를 이끌어 가는 수장을 뽑는 선거가 돈 주고 표를 얻어 당선된다면 부산상의를 누가 신뢰하겠느냐"며 지역 경제계에 책임 있는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직접 선거 낳은 '엄청난 투표율'…'추대 중단' 법원 가처분 '기폭제'

부산상의 대의원격인 제24대 의원선거 결과가 지난 11일 발표됐다. 기록적인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선거는 일반의원 정원 100명에 135명이 후보등록을 했고 특별의원은 20명 정원에 27명이 후보등록을 했다. 선거권수 기준으로 일반의원은 94.5%, 특별의원 93.0%에 달했다.

이와 같은 열기가 도출된 가장 큰 원인으로 직접선거를 꼽는다. 그동안 부산상의는 줄곧 추대로 차기 회장을 지목해 왔다. 현 회장 임원진들이 모여 후임 회장을 지목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따라서 그간에 100여년 전통을 깨뜨리고 직접선거로 전환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11월16일 부산지법 제14민사부는 지역 경제인 14명이 제기한 부산상의 임시 의원총회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16일 받아들이며 차기 회장 후보 추대 절차를 중단시켰다.

23대 회장단이 새 회장단을 사실상 '점지하는' 합의추대 방안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인데, 이는 '신선한 피' 공급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짜여진 추대 관행은 상공회의소법과 정관 규정을 위반해 위법하다고 본 것으로 해석됐다.

재판부는 "부산상의가 소집한 의원총회 결의로 합의추대 방식이 가결될 경우 현 회장단이 꾸린 추대위원회가 추대하는 1인의 후보자 외에 다른 후보자가 이의를 제기하며 선거 진행을 요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가처분을 인용했다.

특히 "상의법과 정관 등에 따라 부산상의 24대 회장은 24대 의원 선거 1주 이내에 의원총회에서 선출하는 게 맞다"면서 쐐기를 박았다. 그러면서 "회장 후보자가 1인일 경우 만장일치 또는 무기명투표로, 후보자가 2인 이상인 경우는 무기명투표를 통해 회장 당선자를 결정한다"고 짚어, 아무 눈치 볼 필요 없이 비밀이 보장되는 선거의 중요함을 역설했다.

제24대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선거 후보자. 송정석 삼강금속 회장 (좌), 장인화 동일철강 회장(우). ⓒ 부산상의

투표 통한 선출에 세대 교체론 등 두고두고 회자될 선거 

대의원들의 손으로 직접 뽑는 이번 선거는 그야말로 한 치의 양보가 없는 치열한 한판 승부를 예고한다. 선거제 개편과 맞물려 신선하고 바르게 지도부를 이끌 인물을 뽑자는 대명제가 부각되면서 각각의 지지세가 결집하고 있다.

장인화 동일철강 회장과 송정석 삼강금속 회장의 대결은 그야말로 1세대 상공인과 2세대 상공인의 세대 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일찍부터 제기돼 왔다.

둘 다 유능하고 성공한 경제인이지만, 장 회장은 지역의 대표 2세 상공인이자 젊은 상공계 그룹의 지지세가 크다고 알려져 있고, 1세대 상공인인 송정석 삼강금속 회장과는 지지층도 약간 다르다는 소리가 나온다. 장인화 회장은 만58세, 송정석 회장은 만72세로 그야말로 신·구의 대결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송 회장으로서는 대단히 억울할 지각변동 전망이 이런 맥락의 틈새로 파고들고 있다. 스스로 일군 1세대가 수성에 성공한 2세대보다 도저히 넘을 수 없을 정도로 존경스러운 것만이 아니듯, 구세대가 신세대보다 무조건 나쁘고 도태되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두 후보 모두 장점과 매력을 부각하고 공정히 대결할 수 있도록 바라봐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다만, 회비 대납 의혹 등 구태를 바꿔야 한다는 경고음이 이번에 들어왔고 그렇잖아도 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할 기회를 공평히 주라는 무기명투표 원칙의 확인이 부산지법에서 나왔다는 점 때문에 신선함과 교체론 목소리가 더 부각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지역 사회에 자유선거의 바람을 불어닥친 상황에 승부에 나선 후보들의 면면도 화려해, 그야말로 이중삼중으로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두 후보에게만 중요한 선거가 아니라 부산경제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격변의 선거라는 점은 분명하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