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2일 국회 산재 청문회 참석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가운데). =이수영 기자
[프라임경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연임을 앞둔 가운데 임기를 끝까지 못 마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잦은 사고사 발생으로 정부 눈밖에 난데다 두 번째 임기 중간에 신 정부 출범이 맞물려 있어 결국 사퇴 압박에 시달리다 중도 하차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005490)는 오는 12일 오전 9시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에서 제 53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최 회장의 연임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2018년 7월27일 주총을 통해 포스코 회장 자리에 오른 인물로, 현 임기는 이번 주총일까지다. 단독 후보인 최 회장은 연임이 유력시되지만, 연임 후에도 임기를 온전히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포스코는 초대 박태준 회장이 김영삼 대통령 눈밖에 나 연임 도중 사퇴한 것을 시작으로, 역대 회장들 모두 임기를 끝까지 못 채우고 중도에 물러났다. 최 회장의 경우 이미 이번 정권에서부터 눈밖에 났다는 신호가 나온다.
범여권은 최 회장을 향해 지속적인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포스코에서 노동자가 계속 죽어나가고 있는데, 정작 회장이라는 사람은 이익에 눈 멀어 무책임 경영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최근까지 포스코 사업장에서는 노동자 44명이 목숨을 잃었다. 최 회장이 취임한 2018년 7월 이후만 보더라도 14명의 노동자가 협착, 추락, 폭발 등 사고로 사망했다.
전날에도 포스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최 회장 연임과 관련해 '중립' 결정을 내리자 범여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국민연금은 포스코 지분 11.17%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지난 9일 제7차 전문위원회를 열고 최 회장 연임건에 대해 중립을 지키기로 결정했다.
노 의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포스코의 산재는 단순 사고가 아닌 전형적인 인재다"라고 비판하며 "국민연금은 국민 기업 포스코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같은날 브리핑을 통해 "최 회장은 포스코를 산재 1위 기업으로 만들며 기업가치를 현저히 하락시킨 장본인으로, 산재 예방과 안전 책임에 소홀한 최 회장의 연임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며 "국민연금은 이번 결정을 철회하고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결을 할 것을 즉각 재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 역시 지난달 15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 회장은 책임지고 산업 안전과 환경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포스코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투자 기업에 대한 경영 참여)를 실행해 포스코가 사회적 책임 다하도록 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달 초에는 최 회장을 직접 저격하는 국회 토론회까지 열었다. 지난 3일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노웅래·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본관에서 '최정우 회장 3년, 포스코가 위험하다' 토론회를 열고, 최 회장 임기 3년을 되짚었다.
이날 토론회는 산업재해가 잦은 포스코 수장으로서 최 회장의 자질 문제를 논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달 22일 환노위 산재청문회에서 언급된 내용도 다시 들춰졌는데, 당시 증인으로 참석한 최 회장의 책임감 없는 태도에 의원들이 굉장히 벼르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앞서 최 회장은 산재청문회에서 사고사 방지를 위한 안전대책에 1조원 가량을 투자했다고 했으나 어디에 투자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위원회가 포스코 측으로부터 받은 자료에는 부서별 지출내역만 빼곡히 적혀 있을뿐, 안전관리에 비용을 얼마나 들였는지 세부적으로 확인할 길이 없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달 16일 최근 사고 났던 현장을 확인하고 제철소 직원, 협력사 대표들과 현장 위험 요소에 대해 공유하고 개선사항을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날 최 회장은 산업재해 청문회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의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 포스코
애당초 최 회장은 산재청문회도 평소 앓던 허리 지병을 이유로 참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여야로부터 질책 받으며 반강제적으로 불려나온 것이었다. 이러한 사례가 쌓이며 최 회장을 향한 비난과 사퇴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강 의원은 "3월 중 포스코 이사회를 통해 최 회장 연임이 예측되고 있다"며 "더 이상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기업을 배불리는 상황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여권의 '반(反) 최정우' 공세에 노조도 동참한 상황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포스코지회와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지난달 22일 성명을 내고 "주총 전에 최 회장이 겸허하게 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나는 것이 정도 경영이다"라고 압박했다.
이어 지난 9일에는 금속노조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최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임원 64명을 자본시장법 위반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지난해 3월 중하순께 회사 임직원이 잇따라 자사주를 사들인 후 다음 달 이사회에서 1조원 규모 자사주취득신탁계약을 결정했는데, 공개되지 않은 정보로 사들였다는 주장이다.
최 회장 입장에선 정부 눈엣가시로 자리한 것도 불편한 마당에 이제는 내부자 거래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까지 받게 돼 '풍전등화(風前燈火)'에 처한 셈이다.
◆ 최정우 회장 '포스코 관례' 벗어날까
포스코는 지난 2000년 민영화한 기업이지만, 신사업 추진에 있어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통제적 요소가 남은데다 국가 기간산업이다보니 정권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그러다보니 포스코는 정권교체 때마다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역대 회장 모두 곱게 물러난 적이 한 번도 없다. 1968년 설립 당시 고(故) 박태준 초대회장부터 직전 권오준 회장까지 총 8명의 회장이 거쳐 갔지만, 모두 정권과의 불화 등의 이유로 임기 중간에 그만뒀다. 전임 회장들의 공식 사임 이유는 다양했지만, 정치적 요소가 컸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민영화 이후만 보면, 유상부 전 회장(1998~2003)의 경우 노무현 정부 출범 후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로 인해 유죄 판결을 밟고 중도 하차했다. 이구택 전 회장(2003~2009)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1년 뒤인 2009년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했다는 혐의가 불거지자 사퇴 수순을 밟았다. 각종 비리와 비자금 조성 의혹이 일었던 정준양 전 회장(2009~2014)도 임기 도중 자진 사퇴했고, 권오준 전 회장(2014~2018)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구설수에 오르다 회장직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민영화된 지 21년이나 지났지만 정권 방향으로 포스코 회장이 바뀌는 법칙은 이번에도 예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 회장은 잦은 산재 발생으로 내년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라 명예로운 퇴진은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