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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절감 절박함 호소' 르노삼성, 노조는 "절박한 거 맞냐"

2020년 임단협 6차 본교섭 결렬…르노 그룹은 XM3 수출물량 배정 재검토 경고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1.02.19 16:29:48
[프라임경제] 지난 18일 열린 르노삼성자동차의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 6차 본교섭이 결렬됐다. 이번 교섭의 경우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까지 함께 자리하게 되면서 극적으로 타결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있었지만, 오히려 노사 갈등의 골만 더 깊어졌다.

현재 르노삼성이 해를 넘기도록 2020년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노조와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임금인상도 문제지만,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희망퇴직 때문이다. 

앞서 르노삼성은 지난 1월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서바이벌 플랜'을 발표했고, 플랜 핵심 중 하나가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는 희망퇴직이다. 이번 희망퇴직은 오는 26일까지 신청을 받으며, 퇴직일자는 28일이다.

이번 만남에서 도미닉 시뇨라 사장은 교섭과는 별개로 현 상황을 설명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아울러 그는 노조 측에 지금의 희망퇴직이 고정비 25%를 줄이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고용안정위원회 개최를 통해 최적의 솔루션을 찾기를 희망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는 노조와 논의 없이 일방적인 통보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고, 우리는 물량이 있든 없든 비용절감을 위해 쫓겨 나가야하는 신세가 됐다"며 "신차 물량이 확보 되더라도 정규직은 더는 필요 없으니 나가라는 것이 사측의 입장이다"라고 주장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전경. ⓒ 르노삼성자동차


그러면서 "회사는 이제 고용을 흔들지 않고서는 더 이상 이익을 극대화할 방도가 없다"며 "회사가 원하는 것은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다"라고 지적했다.

또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절박하다고 호소하면서 협력사 대표들은 만나고, 정작 중요한 노조 대표는 외면하는 CEO가 3개월 만에 노조 앞에 나타난 것이 진짜 절박한 사람이 맞는가"라고 날을 세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같은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르노삼성의 2020년 임단협 교섭은 더욱 장기화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르노삼성이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구조 개선과 현재의 판매·생산량에 대응하는 고정비·변동비 축소 및 탄력적 운영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르노삼성의 내수와 수출을 더한 전체 판매대수와 생산물량은 2004년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2012년 이후 8년 만에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또 지난 한 해 동안에만 회사가 보유한 2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소진했고, 1월에는 내수시장 판매실적이 2016년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을 거둔 탓에 보유현금 1000억원 가량이 더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르노삼성은 회사가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만큼, 서바이벌 플랜의 불가피성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수익성·수출 경쟁력 개선 없이는 르노 그룹으로부터 향후 신차 프로젝트 수주를 기대할 수도 없어서다.

멈춰있는 부산공장의 모습. ⓒ 르노삼성자동차


이에 대해 도미닉 시뇨라 사장은 "과감한 비용절감에 대한 절박함이 커지고 있다"며 "르노 그룹 내 공장들 간 제조원가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새로운 차종과 추가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조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실적 부진 속 고정비 지출 부담이 지속된 탓에 재무상황이 악화됐다는 르노삼성과 르노 그룹의 의견과 달리, 노조는 수년간 흑자를 이어갔음에도 한 차례 적자를 기록한 것은 경영진의 판단 오류 및 능력부족이라며 그들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갈등이 지속될수록 노조를 향한 여론의 시선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모두가 고정비 절감을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노조가 자신들만 돈을 더 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지금의 희망퇴직은 명분이 없고 부당하다고만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노조는 2005년 임금협상 당시 사측과 체결한 임금조정 합의서를 공개하며, 16년 전 임금조정 합의서에 맞춰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요구해 현실 인식이 뒤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더불어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르노 그룹 내 경쟁 상대인 스페인 공장 대비 30% 이상 높은 임금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적지 않게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을 바라보는 르노 그룹의 시각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노조는 계속해서 르고 그룹의 신경을 자극시키고 있다"며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르노 그룹 입장에서 한국은 노조라는 걸림돌 때문에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노사갈등이 계속된다면 겨우 받아낸 XM3 수출 물량마저 장담 못하게 되는 것을 넘어 르노삼성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지도 모른다"며 "현재와 같이 부산공장의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고용과 르노삼성의 존립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앞서 지난 9일 르노 그룹의 제조 및 공급 총괄 임원인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Jose Vicente de Los Mozos) 부회장은 르노삼성 부산공장 임직원들에게 영상 메시지를 전달했다. 르노삼성의 생존을 위해 생산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고 현재의 위기상황 돌파를 위한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기 위해서다.

다만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XM3의 성공적인 유럽 진출을 위해 △최고의 품질 △생산비용 절감 △생산 납기 준수의 목표 달성을 주문하면서,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라며 XM3 수출물량 배정을 재검토할 수도 있음을 시사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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