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ITC 판결 거부권 여부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 향배가 드러날 전망이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096770)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줬지만, 양사간 소송이 다시금 늘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ITC 최종 결정에 불복한 SK이노베이션의 항소 가능성이 남은 것인데, 항소로 인해 양사간 자존심 싸움이 장기화될 지 주목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따라 항소를 결정할 방침이다. 미국 대통령은 공익에 반하는 경우를 판단해 ITC 결정 심의 기간인 60일 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바이든 대통령 결정을 보고 전략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ITC 판결 직후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실질적인 판단이 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대통령 거부권 등 절차로 이번 결정을 바로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한편 ITC의 판결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항소 등 정해진 절차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 진실을 가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SK이노베이션의 수입금지 조치 효력은 상실되고, 양사의 배터리 소송은 미국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민사 소송에서 결판난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양사간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또 다시 장기화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수입금지 조치가 발효되므로 SK이노베이션은 연방고등법원에 항소를 고려할 수 있어서다. 델라웨어 법원은 ITC 판결을 기반으로 손해배상 규모를 결정하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은 항소로 인해 합의금 규모도 줄일 수 있다. 다만 항소 결과가 나오는 1년여 동안 수입금지로 인한 손해를 고스란히 안고 가야 하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우선 SK이노베이션은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미국 조지아주에 약 2조9000억원을 들여 짓고 있는 자사 공장이 일자리 6000개를 창출하는 등 공공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적극 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공장이 위치한 미 조지아주 여론과 일부 정치권도 힘을 보태고 있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ITC 결정 때문에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는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ITC가 SK이노베이션에게 미국 내 배터리 팩·셀·부품 등의 수입을 10년간 금지하면서도,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과 포드에 공급하는 배터리에 대해서는 각각 2년, 4년간 수입을 허용하는 유예조치를 뒀기 때문.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평소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조해 온 데다, 특허 침해가 아닌 영업비밀 침해 건에 대해 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이유다.
거부권에 희망을 걸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계획이 무산되면 LG에너지솔루션이 제시한 합의금이나 요구를 거의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LG에너지솔루션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받을 수 있는 배상 규모가 축소될 수 있어, 양사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이전에 합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넘어야 할 관문은 양사가 생각하는 합의금 격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까지 2조5000억∼3조원 가량을 요구하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SKIET)의 상장 지분 일부 제공을 포함해 적게는 1000억원대, 많게는 5000억∼6000억원대를 제시했다는 소문이 나온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영업손실 2조5688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한데다 매출도 30.7% 감소한 상황이라 LG에너지솔루션이 바라는 조 단위 합의금 마련에는 무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