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불안한 노사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에 시선이 쏠린다. 해를 넘긴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등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또 다시 파업을 무기로 회사를 괴롭히려하고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동차업계는 노조의 파업 강행 탓에 자칫 어려움을 겪고 있는 르노삼성의 완성차 생산 및 수출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르노삼성의 부산공장은 현재 물량의 절반(연간 10만대 정도)을 차지하던 닛산 로그의 수탁생산 계약이 끝나면서, 수출 절벽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XM3가 선적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아직 유럽 수출물량이 로그의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부품 수급이 불안정해 여전히 공장 가동이 수시로 중단될 우려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문제는 한국을 바라보는 르노그룹의 시각이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지난 1월 르노그룹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익성을 중심으로 경영전략을 전환하는 르놀루션(Renaulution)을 발표했다.
특히 한국을 라틴 아메리카 및 인도와 함께 수익성을 강화해야 하는 지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전 세계 각 국가에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는 르노그룹은 한국과 함께 수익성 개선 지역으로 언급된 라틴 아메리카 지역 브라질에서 이미 1300여명을 감원하고 신입사원 임금의 20%를 삭감했다. 노조와의 임단협 주기도 4년으로 변경했을 정도다.

르노 그룹이 르노삼성의 생존을 위해 생산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고, 현재의 위기상황 돌파를 위한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 르노삼성자동차
이런 가운데 르노그룹의 제조 및 공급 총괄 임원인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Jose Vicente de Los Mozos) 부회장이 9일 르노삼성 부산공장 임직원들에게 영상 메시지를 전달했다. 르노삼성의 생존을 위해 생산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고 현재의 위기상황 돌파를 위한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로스 모조스 부회장이 부산공장 임직원들에게 전달한 메시지는 △부산공장의 높은 생산비용에 대한 우려 △세 가지 목표(최고의 품질·생산비용 절감·생산 납기 준수) 달성 주문 △성공적인 서바이벌 플랜 완수 필요성 강조다.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지난해 부산공장을 방문했을 때 부산공장은 뉴 아르카나(XM3 수출명)의 유럽 수출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고 약속했었다"며 "그 약속을 믿고 르노그룹 최고 경영진들을 설득해 뉴 아르카나 유럽물량의 부산공장 생산을 결정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월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부산공장을 직접 방문해 XM3의 경우 경쟁이 치열한 유럽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부산공장이 생산성과 제조원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노사가 화합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후 르노 그룹은 그해 9월에 글로벌시장에서 판매되는 XM3 전량을 부산공장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다만, 그는 "2020년 말 기준으로 그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고, 부산공장의 공장 제조원가는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캡쳐와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한다"며 "이는 부산공장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는 상황으로,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르노 그룹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부회장. ⓒ 르노삼성자동차
공장 제조원가(VTU)는 차량 1대를 생산하는데 제조 과정에서 소요되는 직간접 인건비, 경비, 감가상각비 등을 합산한 금액이다. 르노그룹은 △품질(Q) △비용(C) △시간(T) △생산성(P)을 주요 항목으로 하는 QCTP 지표를 통해 르노 그룹 내 속한 전 세계 총 19개 공장들 간 생산 경쟁력을 평가하고 있다.
르노그룹 내 전 세계 공장들 중 부산공장의 QCTP 순위는 2019년 5위에서 2020년 10위로 하락한 상황이다. 특히 QCTP 항목 중 공장 제조원가 등의 비용 항목 점수가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20년 기준으로 부산공장의 공장 제조원가 점수는 19개 공장 중 평균에도 크게 못 미치는 17위다.
부상공장의 전체적인 생산 경쟁력이 하락한데는 2014년 9월부터 2020년 3월까지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던 닛산 로그가 종료되고, 2020년 9월 이후로는 재고 물량 조정으로 부산공장의 생산 일정이 크게 줄어들면서다.
이처럼 부산공장의 경쟁력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XM3의 성공적인 유럽 진출을 위해 △최고의 품질 △생산비용 절감 △생산 납기 준수의 목표 달성을 주문했다.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뉴 아르카나가 유럽으로 수출을 시작하는 지금 시점에 부산공장의 품질 수준은 최고인 만큼, 품질에 대해서는 부산공장 임직원들을 믿는다"고 독려했다.
그러면서도 "생산 비용의 경우 부산공장은 거리적 한계로 인해 높은 운송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은 잘 알고 있지만, 공장 제조원가가 유럽공장의 두 배이고 여기에 운송비까지 추가되는 상황이라면 한국에서 차량을 생산해 유럽으로 전달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음은 부산공장 임직원들도 느낄 것이다"라고 첨언했다.
덧붙여 "결국 부산공장은 스페인에서 만드는 캡쳐와 동일한 수준의 공장 제조원가로 뉴 아르카나를 생산해 유럽시장에 출시해야 하며, 이는 부산공장이 준수해야 할 책임이다"며 "아울러 부산공장은 안정적인 생산과 납기를 통해 유럽시장 판매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부산공장 임직원들을 믿고 뉴 아르카나 생산을 결정했지만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 만큼, 부산공장의 서바이벌 플랜과 전략이 스스로를 위한 최우선적 생존 계획이라는 것을 명심해줄 것을 당부했다.
르노삼성이 현재 진행 중인 서바이벌 플랜에 대해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부산공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를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이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이 서바이벌 계획을 진행해야만 하고, 수요 대비 공급의 과잉투자 환경에서 경쟁력이 향상되지 않으면 미래에 어려움을 직면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가이드라인은 명확하고, 이 가이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전념해야 한다"며 "부산공장뿐 아니라 다른 모두에게도 쉽지 않은, 경험해보지 못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기에 부산공장이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