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부산 김해발, 김포행 제주항공 7213편이 기체 이상으로 멈춰서면서 항공사가 마련한 대체 항공기에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본지 기자가 탑승한 해당 항공기는 정원 189명에 빈자리가 안보일 정도로 승객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륙준비는 순조로웠다. 비상대피 시범을 끝낸 승무원들도 자리에서 출발을 기다렸다.
그런데 대기시간이 점점 길어졌고 기장으로부터 "안전점검 중"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순간 기내를 밝히던 실내등이 모두 꺼졌고, 통로 유도등과 비상구 위치를 알리는 불빛만이 어둠을 밝혔다.
그 상태로 10여분 지나 드디어 계류장에 멈춰 서있던 기체가 서서히 움직이는가 싶더니 얼마 못가서 그 자리에 다시 멈춰 서 버렸다. 이륙 예정시간 보다 40분가량 지체되고 있었다. 비행기가 아픈 게 분명했다. 결국 캡틴에 입에서 비행기를 교체한다는 멘트와 함께 하기 명령이 떨어졌다. 그 순간 일부승객들 입에서 한숨 섞인 반응도 있었지만 그도 잠시뿐, 승객의 안전을 고려한 결정에 모두들 가져 온 짐을 챙겨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트랩 아래에는 교체 비행기로 승객들을 싣고 갈 버스 3대가 시동을 켜고 나란히 대기 중이었다. 버스에 탈 땐 내린 순서였지만 반대로 비행기 탑승은 뒷자리 승객을 태운 버스가 먼저였다. 탑승시간 최소화를 위한 나름의 조치로 보였다. 예비 항공기 주변에는 항공사 지상 근무 직원들도 나와 승객들의 신속한 이동을 도왔고, 21시30분경 교체된 항공기에 모두 탑승을 마칠 수 있었다.
승객들만큼 고단한 하루였을 승무원들은 이처럼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이륙 전 비상대피요령을 빠트리지 않았다.
예비 항공기는 활주로 위를 미끄러지듯 내달려 당초 이륙시간(20시40분) 보다 1시간23분 지연된 4일 22시03분에 김해상공을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다. 비행기는 고도 7000m상공에서 시속 690Km 운항속도로 목적지인 김포공항에 22시42분경 안전하게 착륙했다.
지난 4일 예비 항공기 탑승을 위해 승객들이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한편, 후속 취재결과 이날 승객들이 타고 온 비행기는 비슷한 시간 김해에 도착한 19시50분 김포발 제주항공으로 알려졌다. 이 비행기는 김해에서 하룻밤을 쉬고 이튿날 아침 운항스케줄이 잡혀 있었다.
한국공항공사 부산본부와 제주항공에 따르면, 제주항공 7213편 운항 중단 사유는 기체 엔진부분에서 이상이 발견 돼 정비가 필요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A 항공사 기장에 따르면 "엔진부품을 교체할 경우 두 세 시간은 족히 소요된다"며 "문제 발생 시 운항여부는 기장·항공사·정비사 등 관련 3곳에 의견을 종합해 결정하고, 이중에서 조종간를 잡는 기장이 가장 보수적인 입장"라고 설명했다.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매출이 급감해 항공업계 전체가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있다. 이같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날 제주항공 캡틴 기장의 신속한 판단과 항공사의 대승적 결정은 매우 모범적인 자세라고 항공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항공기는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알려져 있지만, 반면에 한번 터지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게 사실이다. 전 세계의 모든 항공사가 승무원 안전교육에 만전을 기하고, 철저한 기체정비를 통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해 고객이 언제나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