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김포공항 주기장에 저비용항공사(LCC) 소속 여객기들이 세워져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전례 없는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국내 저비용항공사(이하 LCC)들은 올해 피가 말리는 한 해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익 대부분이 여객에서 나오는 LCC들은 하늘길이 사실상 끊긴 것과 다름없는 상황에 놓이면서 사상 최악의 위기에 대면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LCC들은 이런 힘든 시기를 견디기 위해 직원들에 대한 유·무급 휴직, 국내선 노선 확대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국토교통부 항공포털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내·국제선 이용 여객 수는 전년 동기(1억1300만2373명) 대비 66.9% 급감한 3745만9920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국가 간 입출국이 제한되고,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소비자들의 여행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수요가 줄다 보니 항공업계 실적은 당연히 대폭 줄었다. 대한항공(003490) 및 아시아나항공(020560)과 같은 대형항공사(FSC)들은 화물운송을 늘려 줄어든 여객사업 부문 실적을 메웠지만, 여객사업 중심의 LCC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먼저, 코로나19 여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며 6분기 연속 적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제주항공(089590)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매출 322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1조693억원보다 69.8% 감소했다. 특히 제주항공의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항공운송 부문 매출이 뚝 떨어졌다. 아울러 영업손실은 2173억원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 115억원을 달성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급격히 줄어든 여객으로 직원들의 순환휴직을 실시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던 제주항공은 LCC 중 처음으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 321억원을 수혈 받았다.
뿐만 아니라 국내 첫 항공사간 기업결합으로 주목받았던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도 지난 7월 끝내 무산됐다. 제주항공은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자신들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해 내놓은 결정이었다.
다른 LCC들의 처지 역시 마찬가지다. 앞서 국토교통부로부터 등기임원 불법 재직, 갑질 논란 등으로 19개월간의 제재를 받아온 진에어(272450)는 지난 3월 제재 해제를 받았지만, 1년 넘게 이어진 제재로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했다. 진에어는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결국 6분기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진에어의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지난해(7280억원)보다 69.7% 폭락한 2206억원을 기록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영업이익 113억원을 올린 진에어지만, 올해는 영업손실 1401억원을 보이며 적자 전환했다.
또 티웨이항공(091810)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지난해 6257억원보다 64.4% 급감한 2225억원을 기록하며, 경영악화에 치달았다. 지난해에는 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간신히 흑자를 달성했지만, 올해는 102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늪에 빠졌다.
이에 티웨이항공은 자금 마련을 위해 유상증자도 단행했다. 지난 7월 한차례 유상증자를 시도해 실패하기도 했지만, 9월 72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해 668억원의 신규자금을 확보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쓸 자금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는 당장의 불을 끌 정도의 한숨은 돌렸지만, 코로나19가 좀처럼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구조 개선 등 자구책 마련은 더 필요할 전망이다.
자금줄이 말랐던 에어부산(298690)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올해 가장 손실이 심각했다. 에어부산 부채비율은 4584.3%로, 지난해 811.8%에서 무려 6배 정도 증가했고, 자본잠식률은 59.2%에 달한다. 특히 에어부산이 갚아야 할 빚은 1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한 1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4370억원이었던 부채총액은 올 3분기 9781억원이나 증가하며 부담을 키우고 있다.
그나마 에어부산은 이달 초 진행한 유상증자를 통해 836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일단, 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던 에어부산은 이번 유상증자로 내년 4월까지 버틸 수 있는 여력을 갖추게 된다.
다만, 유상증자로 확보한 현금으로는 내년 상반기까지 최대한 버틸 수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아,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이 절실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에어부산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작년(4900억원)보다 68.2% 급감한 1554억원이다. 영업손실은 지난해 3분기 359억원에서 올해 1323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더욱 커졌다.
일각에서는 에어부산이 내년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어부산은 LCC 중 제주항공과 함께 유일하게 지원 요건을 갖춘 곳이다.
한편, 제주항공과 M&A가 무산된 이스타항공은 재매각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린 것은 물론, 일각에서는 청산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스타항공의 모회사인 이스타홀딩스가 매각주관사를 통해 당초 10월까지 재매각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을 향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계속 지연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이스타항공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3월부터 전체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 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잇따라 소송전까지 휘말린 탓에, 항공업계는 이스타항공의 정상화 가능성을 낮게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