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20년 경자년은 금융권에 있어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의 등장, 그리고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신용대출 중단까지. 악재에 악재가 겹쳤지만 예상외로 은행들은 호실적을 기록하며 한해를 마무리 중이다. 그렇다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불어닥친 생활고에 저금리 기조까지 더해지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대출로 투자)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졌다.
대출 수요는 폭증했고, 기업 부문 실적 부진과 신용위험 등 각종 리스크들이 1~3년 내에 현실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2021년이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올 한해 은행들이 왜 웃을 수밖에 없었는지 살펴보고 각종 논란과 이슈도 되짚어봤다.
◆불꽃 튀는 KB vs 신한, 리딩 금융그룹은 누구?
'리딩 금융그룹' 왕좌를 놓고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나란히 당기순이익 1조원을 넘었다. 금융지주가 분기에 1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은 2008년 금융지주 체제가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신한금융의 경우, 3분기 순이익은 1조1447억원으로 분기 실적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3분기까지 누적 기준 순이익은 2조950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증가해 금융권 역대 최고 실적을 내놨다.
KB금융은 3분기 당기순이익이 1조1666억원이며, 3분기까지 누적 기준 순이익은 2조877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늘었다. 이번 3분기 당기순이익은 KB금융이 1조1666억원으로, 신한금융의 1조1447억원을 소폭 앞지른 셈이다. 이들 은행의 3분기대비 증감률도 각각 24.1%, 16.6%로 큰 성장세를 나타냈다.
올 1분기까지는 신한금융이 KB금융보다 우세했지만, KB금융은 인수·합병(M&A) 등 몸집을 불리며 3분기 역대 최적 실적을 냈다.
이렇듯 3분기 순이익은 KB금융이 200억여 원 앞선 상태. 누적으론 신한금융이 700여억원을 앞서며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아직 나오지 않는 4분기 실적에 따라 리딩 금융그룹의 주인공이 정해질 전망이다.
◆하나·농협금융 선방…우리금융, 아주캐피탈 인수 등 맹추격
하나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각각 2조1061억원, 1조4608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2%, 4.8% 늘었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서는 우리금융만 실적이 악화했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한 1조1404억 원으로 사모펀드 관련 비용 등 일회성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최근 아주캐피탈 인수를 확정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어 4분기 순이익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이 최근 아주캐피탈 인수를 확정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 우리은행
올 한 해 코로나19와 저금리 여파로 금융지주사들의 실적 부진이 예상됐으나, 비은행 부문의 선전과 대출 증가 등을 통한 순이자마진(NIM) 하락 방어로 어느 때보다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4분기에도 비슷한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NIM 하락 폭도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있어 수익성은 더욱 좋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 코로나19, 라임 사모펀드 등과 관련한 충당금도 대거 반영한 상태라 부담감도 줄어든 상태다.
올 2020년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5대 시중은행들 실적을 살펴보면, 누적 당기 순이익(3분기 기준)이 전년 대비 대부분 증가세를 기록할 정도로 국내 경제와 비교해 호황을 누린 편이다.
◆연말 배당 어쩌나…금감원-주주 '눈치 싸움'
연말 실적 집계를 앞둔 금융지주사들은 현재 배당금 규모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코로나19 여파에 대비해 배당을 축소하고 충당금을 쌓아 두라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송년 기자간담회에 은행들에 배당을 자제하라는 금감원 요청에 대해 "금융사들에 코로나19로 발생한 잠재적 부실에 대해 충분히 자금을 쌓았으면 좋겠다고 지난봄 부터 이야기해왔다"며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놓고 적정하게 배당하면 좋지 않겠냐는 게 금융위와 금감원 생각"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코로나19 충격 여파를 가늠하기 위해 진행 중인 '비상시 금융그룹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나오면 금융지주에 구체적인 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여파에 대비하기 위해 은행들에 배당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건 세계적 추세다. 은행이 부실화하고, 그 여파가 실물로 전이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해 보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금융사들은 이미 예년보다 많은 대손충당금을 쌓았다고 반발한다. 코로나19 피해자에 대한 대출 만기를 연장해준 조치로 부실률은 낮아졌지만 '빚투(빚내서 투자)'와 주택경기 활황으로 대출이 증가하면서 이자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주가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라 주주들의 배당 요구가 거셀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하나금융은 금감원 권고에도 지난 상반기 주당 500원의 중간배당을 마쳤다. 이 때문에 다른 금융사들도 금감원 권고를 무시하고 배당에 들어갈 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