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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립서비스' 뒷감당 가능할까?

'문제 생기면 쇠고기 수입중단'… 이 대통령의 '아전인수 셈법'

김동현 기자 | pen1969 | 2008.05.15 11:05:24

[프라임경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것'이라는 한미 쇠고기 수입 협상 내용과 이 내용을 강조하는 우리측 정부의 주장을 놓고 실효성 논란이 뜨겁다. 이 같은 협상 내용은 표면적으로 볼 때, '문제 발생? 수입 중단'이란 단순 조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통상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수입 중단 조건'을 성명으로 발표한 미국측의 원론적 입장에 대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쇠고기 수입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며 공감을 표했다. 들불처럼 피어오르고 있는 쇠고기 파문을 잠재우기 위한 안간힘으로 받아들여졌지만, 당장의 불을 끄기 위한 '위험한 립서비스'란 지적이 강하다. '문제가 터지면 그때 막으면 될 것 아니냐'는 대통령의 인식이 파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문제 발발시 쇠고기 수입 중단'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내에서 광우병이 다시 발생할 경우 실제로 우리가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을까. '당연히 할 수 있다는 게 이명박 대통령 및 정부 당국의 공통적 인식이다. 최소한 겉으로는 그렇게 강조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광우병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도 절대 안전하다'는 캠페인까지 벌일 태세다. 

지난 4월 18일 도출된 한미쇠고기협상 합의문에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미국 정부는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한국 정부에 통보해 협의하며,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 광우병 지위 분류에 부정적 변경을 인정할 경우 한국 정부는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것이다'고 명시돼 있다.

◆광우병 발생 때까지 먹어라?

이 합의문이 알려지자마자 쇠고기 파문은 걷잡을 수 없는 광풍으로 온 나라를 덮었다. 10대 학생들까지 나서서 촛불시위에 가담하고 있고, 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운동은 봇물처럼 번졌다. 탄핵서명자가 삽시간에 100만명을 넘었고, 150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태가 심각하게 진행되던 지난 5월 8일 한승수 국무총리는 대국민담화에서 '수입중단 조치'를 강조했다. 한 총리는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생하여 국민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수입되는 모든 쇠고기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즉각 조사단을 미국에 보내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몇일 후 미국측으로부터 화답이 왔다. 한 총리의 입장과 동일하다는 내용이었다.

5월 12일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성명을 통해 "한승수 국무총리가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해 한국 정부가 국민건강 보호를 정책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면서 "미국은 한 총리의 성명을 수용하고 지지하며 다른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이명박 대통령이 나섰다. 이 대통령은 슈워브 대표의 성명이 있었던 바로 다음날인 지난 13일 "미국정부가 한국 국무총리의 담화문 내용을 수용하고 문제가 될 때는 우리가 쇠고기 수입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최초 쇠고기 협상문 내용을 바탕으로 한 종전의 입장 그대로였지만 대통령의 발언은 '무책임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는 거냐'는 등의 즉각적인 반발을 낳았다.

더 심각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광우병 문제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통상적으로 수입 중단 조치까지 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통상전문가들은 슈워브 대표가 ‘관세무역 일반협정(가트) 20조’는 국민 건강을 위해 한국 정부가 필요한 조처를 취할 권리를 보호한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 ‘법적 효력 없는 원론적 수준’의 입장 표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수입중단 조처를 인정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수많은 시민들이 서울 시청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의도적 확대해석 왜?

이 대통령은 왜 슈워브 대표의 성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을까. 파장을 예상하지 못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미국측의 원론적 입장 표명을 의도적으로 확대해석해 국내 쇠고기 재협상 요구를 막아보려는 의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문제가 생기면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수입중단을 실행할 것이기 때문에 굳이 재협상을 할 필요 없다'는 속셈이란  해석이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판단이 후일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야권은 말할 것도 없고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뒷감당이 되겠느냐"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슈워브 대표의 성명은 국제 규정에 대한 원론적 입장이 분명해 보이는데, 이 대통령의 발언대로, 이를 빌미삼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경우 심각한 통상마찰을 각오해야 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광우병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실제로 수입중단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도 크다. 협정문에 따르면, 광우병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의 광우병 지위 분류에 부정적인 변경을 인정할 경우에만 한국 정부는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곧장 수입중단을 할 수 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경우 가트 20조 규정이 요구하는 기준을 총족하는 지 우리측이 입증해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견이 조정되지 않을 경우 수입중단은 국가통상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국이 슈퍼301조를 발동해 무역보복을 가할 수도 있다.

슈워브 대표의 성명에 대한 '이 대통령식 해석'의 위험성은 이뿐 아니다. 슈워브 대표의 성명은 서명이 담긴 확약서 형식이 아니다. 때문에 궁극의 문제에 봉착했을 때 슈워브 대표의 성명은 한미 양측이 서면으로 합의한 수입위생조건에 앞설 수 없다. 따라서 슈어브 대표의 원론적 입장 표명의 구절구절을 곧이 곧 대로 해석해 '문제가 발생하면 수입을 전면 중단할 수 있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버릴 경우 심각한 외교마찰을 야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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