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0년 전 오늘인 2010년 11월4일, 이날은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중국 정부로부터 액정표시장치(이하 LCD) 생산라인 투자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입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중국 중앙정부는 국무원 회의를 통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동시에 신청한 중국 내 LCD 생산라인 투자 요청 승인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죠.
이에 앞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2009년 12월 한국 정부의 승인을 거쳐 중국 현지에 대규모 LCD패널 생산라인 건설을 하기 위한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는데요.
실제로 삼성전자는 2조6000억원을 투자해 중국 쑤저우에 7.5세대 LCD패널 공장을, LG디스플레이는 4조원을 들여 중국 광저우에 8세대 LCD패널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내용의 투자 계획안을 중국 정부에 각각 제출했죠.

삼성디스플레이 중국 8세대 LCD(액정표시장치) 생산공장인 '삼성쑤저우LCD' 공장 전경. ⓒ 연합뉴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조 단위 투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양사의 요청에 대한 답을 1년여가 지났음에도 내놓지 않았죠. 그 배경에는 중국이 자국 LCD 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 등이 존재합니다.
중국 정부가 최종 승인을 내린 데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었던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아시안게임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기로 돼 있었던 점 등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죠.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한국에 지으면 편할 텐데, 도대체 왜? 중국 정부 승인을 받기 위해 1년여를 기다렸는지 궁금증이 생기실 텐데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잠재 가능성이 높은 중국의 '시장성' 때문이었습니다.
2010년 시장조사업체가 전망한 2011년 중국 LCD TV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35% 상승할 것으로 봤고, 다음 해인 2012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LCD TV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죠.
여기에 중국 정부가 자국 내 LCD 공급과잉 등을 이유로 각종 혜택을 철회하면서 노골적으로 자국 업체 우선 원칙을 공표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고, 중국과 국내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던 삼성과 LG 입장에서는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투자를 감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국내 LCD 사업 사실상 '탈LCD'
10년이 지난 현재 국내 LCD 사업은 사실상 '탈LCD' 쪽으로 무게추가 기운 상태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선택을 내린 데는 거액의 투자가 이뤄졌던 국가인 중국 때문이었죠.
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자 LCD 사업부가 2012년 4월 이 명칭으로 분할됨)와 LG디스플레이가 탈 LCD를 선언한 데는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던 탓인데요.
양사가 이 같은 실적 부진을 겪은 데는 TV용 LCD 패널을 저가로 생산해 납품하는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경쟁에서 뾰족한 묘수를 꺼내 들지 못했고, 결국 주도권을 중국 업체들에게 내줬습니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자사가 개발한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TV 사진. ⓒ 삼성전자
이에 양사는 LCD 사업을 계속 영위하고, 이전처럼 조 단위의 투자를 지속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게 당연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는 2020년 말까지만 대형 LCD 패널을 생산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구체적으로 지분 60%를 보유한 중국 쑤저우 8.5세대 LCD 패널 생산 공장은 매각할 계획이며, LCD 관련 인력도 삼성그룹 계열사로 재배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2019년 경기 파주 8세대 TV용 LCD 패널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한데 이어 7세대 라인도 올 연말까지만 가동하며, 8세대 라인에 멈춰 있는 대형 LCD 생산 장비는 중국 업체에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다만, LG디스플레이는 LCD사업 완전 철수가 아닌 '선택과 집중'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죠.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체제 전환
이처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LCD 사업 정리 수순을 들어갔지만, 양사에게 전략적 카드는 따로 존재합니다. 바로 퀀텀닷(이하 QD)디스플레이와 유기발광다이오드(이하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그 주인공이죠.
양사는 이미 중국발 과잉 생산으로 투자 대비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LCD 보다 차세대 고화질 TV 필수 부품으로 꼽히는 'OLED' 시장 공략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이미 다 세워놓고 실행에 옮기고 있는 중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충남 아산 QD 생산 공정에 13조1000억원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이에 앞서 LG디스플레이도 라인 증설과 구조조정을 통해 OLED 체제 전환을 선언한 상태죠.
양사의 미래 전략 방향은 비슷하면서도 다른데요. OLED는 빛의 삼원색인 R(적색)·G(녹색)·B(청색)으로 각각 발광하는 유기물을 이용한 디스플레이인데, 이 삼원색이 조화를 이뤄내 흰색을 내는 원리지만 이를 실현하려면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합니다.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 ⓒ LG디스플레이
이에 LG디스플레이는 삼원색이 흰색을 낼 수 있도록 흰색 필터를 추가한 '화이트 OLED'를 양산하고 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LG와 달리 흰색 필터 대신 블루 필터를 택해 '블루 OLED'를 상용화할 계획인 것이죠.
양사는 이 기술력을 앞세워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OLED, 특히 대형 OLED를 생산해 경쟁사들과의 '초격차'를 벌이겠다는 방침입니다.
다시 말해, 중국에 빼앗긴 디스플레이 시장을 '기술력'으로 다시 선점하겠다는 게 양사의 공통된 계획인 것이죠.
주목할 점은 LCD 시장 점유율 차지에만 혈안이 돼 있던 중국 디스플레이 생산 기업들은 아직 대형 OLED 생산 능력이 없어 국내 기업들의 과감한 선택은 우선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10년 후에는 중국 업체들이 시장 진입조차 하지 못할 정도의 기술 격차를 벌려 놓은 상태에서 새로운 디스플레이가 계속 개발돼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선전했다는 소식만 들려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