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묻고 더블로 가!"라는 외침은 단순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도박 전략 이상을 담고 있다. 아무 때나 배짱을 부려서는 본전도 찾을 길 없다. 현재 상황과 자산에 대한 냉정한 분석은 기본. 그게 충족될 때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 아울러 꼭 이기고 싶다는 승부욕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도 만만찮기에 지금까지의 투자보다 더블은 더 해야 한다는 결단이 무모함이 아닌 과감성으로 정당화된다. 한·중·일 사이의 허브공항 전쟁 2막이 열린 지금, 과감한 가덕신공항 투자 시나리오를 우리가 고려해야 할 이유다.
인천 단일허브 구상은 지금까지 우리 항공 및 물류 정책의 기조였다. 동남권신공항 재검증 문제가 진행되면서, 이 허브공항 독점 문제는 수술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인천공항 건립으로 동북아 허브공항 문제가 마무리됐다고 생각해 온 우리로서는, 이제 중국과 일본이 허브공항을 다수 세워 동북아 허브공항 전쟁 2라운드를 여는 현 상황이 달갑지 않다.
언젠가 아주 먼 나중에나 건드려 보거나 혹은 영영 닥치지 않을 것 같았던 수술 그것도 대형 수술이 급하게 잡힌 것 같은 상황이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정치인으로서는 이런 문제를 내놓고 이야기하기 보다는 차라리 입장을 모호하게 가져 가는 게 나을 수 있다.
재검증 문제가 늦어지는 상황에 청와대와 정부 부담이 쏠리고 있어서, 모두 달갑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연결 끈이 튼튼한 여당 정치인이, 그것도 부울경 정치인도 아닌 타지역 기반 정치인이 이런 무리수를 두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1963년 전남 고흥 출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변호사 생활을 한, 당시로서는 흔치 않은 이력의 소유자다.
"동남권신공항 재검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총리 두 분 모두 국토부 관료들의 논리에 현혹되긴 마찬가지다."
이런 폐부를 찌르는 지적을 마다하지 않는 그의 이면에는 단순한 변호사가 아닌 노동전문변호사, 인권변호사 출신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서슬퍼런 5공화국 당시 여당인 민주정의당 당사 점거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옥살이까지 한 고생이 숨어 있다.
민정당 당사 점거 사건 배후로 수감되면서 제적돼 뒤늦게 대학을 졸업했고, 전국택시노조연맹 인천시지부 사무국장을 지낸 인연으로 노동변호사로 활동했다. 5선 관록의 정치인이 돈독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사이에도 불구하고 신공항 문제 해법을 놓고는 이 같은 날카로운 송곳을 자꾸 꺼내드는 배경에는 이처럼 독특하고 고집스러운 이력이 녹아 있다.
송영길 의원이 부울경 언론 유튜브체널 '쎈tv 시사임당'에 출연, 가덕신공항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프라임경제
◆직접 해 보니 공항이 축복, 부산 발전 위해 필요한 지원은 해 줘야
송 의원은 수도권에 여당의 중진의원임에도 수년전부터 부산을 찾아와 줄곧 김해신공항은 허브가 될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해 왔고, 아울러 부울경의 부활을 위해서는 반드시 가덕도에 공항을 유치해야 한다며 목표를 확실히 설정해 논쟁에 앞장서 온 인물이다.
송 의원은 최근 '프라임경제'와 '쎈tv 시사임당' 공동 인터뷰에 출연, 김해신공항은 확장이 아닌 축소라며 총리실과 국토부를 향해 거침없는 쓴 소리를 날렸다.
그는 "김해신공항은 TK에 기반을 둔 박근혜 정부가 갖가지 위험고정 장애물 요소같은 것을 배제시킨 채 면적이 좁으니까 V자 라는 편법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국토부를 겨냥했다.
이어 "20년 베테랑기장 5명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전 세계 공항을 통틀어 핸디캡 1,2,3번이 있는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곳이 바로 현재 운영 중에 있는 김해공항이라고 입을 모은다"면서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김해공항은 금정산 충돌 위험이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음에도 국토부는 자신들의 결정을 번복하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송 의원은 "방송 전에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과 전화통화를 했다. 말투로 봐서는 죽도 밥도 아닌 보고서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지금 검증위원들은 국토부가 맨날 돈 주고 용역 맡기는 그런 사람들인데 과연 국토부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있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 한반도가 큰 땅도 아니고, 국회의원으로서 수도권 집중화현상의 심각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하면서, 그런 점에서 국토부의 현재 행태는 국가적 비극이라고까지 해석했다.
송 의원은 "인천시장 시절에 20~30분 거리에 위치한 송도 경제자유구역과 청라국제도시에 해외인프라를 유치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무기가 바로 인천공항이었다"며 "항공물류를 필요로 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과 같은 기업들은 공항이 없었다면 언감생심 엄두도 못 냈을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국토부가 결정한 김해신공항은 그저 동네 공항에 불과하다"며 "V자 활주로 놓게 되면 공간이 더욱 줄어 연간 항공물류 처리량은 겨우 6~7만톤 밖에 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현재 인천공항의 화물처리 총용적율은 500만톤, 지난해에는 380만톤을 소화했다. 이는 국내 전체 항공물류 92%에 해당된다. 김해공항은 1%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인천공항 처리량에 20%가 부울경에서 상경한 화물이다.
그는 "부울경에 짓는 허브공항의 항공물류 처리용량은 적어도 일본 간사이공항 수준(80만톤)은 돼야한다"며 "항공물류는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는 구조다. 기업이 있어서 공항을 짓는 게 아니라 공항이 그곳에 있기 때문에 기업이 찾아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부산신항 처음 만들 때 논란이 많았다. 근데 지금은 총 2200만 TEU을 처리하는 세계 5대 항구가 되었지 않은가? 부산에 허브공항이 생기면 인천공항의 물동량 빼앗아 간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고 짚었다.
부산에도 허브공항급 신공항만 들어선다면 반도체, 바이오, IT와 같은 첨단산업이 수도권처럼 집중될 수 있다고 주저 없이 말한다.
송 의원은 "특히 IT산업은 R&D(연구개발) 인력이 중요한데 지금 판교테크노밸리 그 저지선 밑으로 내려가면 R&D 인력을 못 구하는 게 현실이다. 지방에 있던 LG 사이언스빌리지가 왜 마곡지구로 왔겠나"며 "만약 부산에 제대로 된 허브공항이 생기면 좋은 인력과 기업을 유치할 기회가 많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가 코로나19 백신개발에 열 올리고 있다. 근데 생산라인을 우리나라가 유치한다고 가정했을 때 당연히 공항인근이 유력하지 않겠느냐"면서 "지금처럼 6시간 통행금지 되는 김해공항은 아예 꿈 꿀 생각조차 말아야한다"고 덧붙였다.
송영길 의원이 김해신공항 백지화와 가덕신공항 유치 지원을 위해 부산을 방문, 서면 시내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기업 유치 경험과 공항 전문성으로 부산시장 차출론까지...본인은 말 아껴
송 의원의 범상찮은 이력과 할 말은 하는 성격을 이루는 경력 중 하나가 바로 대학 시절 첫 직선제 학생회장이라는 경험이다.
지금 586세대 학생운동의 맏형격이 되는 셈. 연세대의 송영길-고려대의 김영춘이 당시 운동의 2톱으로 꼽혔는데, 송 의원은 이런 시대정신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여러 고생을 했고 변호사가 된 이후에도 20평대 아파트 전세를 오래 사는 등 부유함이나 특권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인천에서 5번 금배지를 단 외에도 그는 인천시장을 역임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인천시의 부채 비율을 크게 줄였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송도에 유치하는 등 굵직한 실적을 쌓았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 그는 신공항 등 인프라가 풍부했던 덕이라며 애써 공을 돌린다. 이 같은 상황에 일부에서는 차라리 송영길에게 부산시장 선거를 맡기자는 제안을 하기도 한다.
민주당 쪽 선거주자가 제대로 부각되지 않는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기 힘든 터에 이슈 메이커인 그를 호출하는 셈인데, 그 외에도 다양한 의미가 숨어있는 농담이다. 첨예하다 못해 모든 것을 삼켜 버릴 수도 있는 공항 문제를 제대로 드리블해 나갈 수 있는 선굵은 인물에 목마른 지역 정계와 관가의 정서가 일정 부분 녹아있는 소리이기 때문.
아직까지는 그의 주변 인사들은 이런 소리를 공항 문제에 대한 관심과 호의로만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다음 당권 도전 등 요동치는 정권 말 상황에서 그가 떠안아야 할 역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동남권신공항 이슈가 부울경 주민들의 바람에 보다 걸맞은 형태로 마무리된 이후에까지 굳이 이들이 이방인인 그를 믿고 호출한다면 그가 이를 굳이 마다할지 단언하기 어렵다.
그만큼 그가 동남권신공항의 위상과 바람직한 방향에 미친 영향이 크고 또 앞으로도 관문공항 시대에 참고할 만한 경제도시 경영 경험을 들려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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