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갈수록 확대되는 퇴직연금 시장을 두고 각 증권사가 은행보다 높은 수익률과 각종 혜택을 내세우며 고객 유치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증권사들은 퇴직연금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다. 국내 퇴직연금제도가 의무화되면서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말 약 190조원이던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올 상반기에 20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퇴직금을 자신의 명의로 적립해 연금 등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개인형 퇴직연금(IRP) 적립금이 크게 늘어났다.

갈수록 확대되는 퇴직연금 시장을 두고 각 증권사가 은행보다 높은 수익률과 각종 혜택을 내세우며 고객 유치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 연합뉴스
27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IRP 적립금은 29조5000억원으로 30조원에 육박했다.
업권별로는 증권사 IRP가 크게 늘었다. 증권사의 IRP 적립금은 지난해 말 5조원에서 1조1000억원 늘어나며 20% 이상 증가했다. IRP 적립금은 2015년 말(10조9000억원) 처음 10조원을 넘어선 뒤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말에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연금고객 확보 경쟁 치열' 각종 혜택 쏟아내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연금저축 펀드는 은행·보험사에서 판매되는 연금저축 상품과는 달리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은행권은 자산의 80% 이상을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투자하는 반면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위험이 큰 상품에 투자하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
이에 증권사는 퇴직연금 수익성을 내세우면서 수수료 인하, 세미나 등을 통해 신규고객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먼저 삼성증권(016360)은 연금을 주제로 한 'IRP를 시작해' 유튜브 세미나를 진행했다. 삼성증권은 최근 금융시장 투자열풍이 불면서 연금계좌를 투자에 활용하고자 하는 투자자의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세미나를 마련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개설된 연금계좌가 2만5000건에 달하는 등 지난해 한해 개설된 연금계좌의 약 1.5배에 이르렀다. 삼성증권의 경우 IRP에 대한 운용·자산관리 수수료를 무료로 적용하고 있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를 거래할 때는 매매수수료까지 면제한다.
미래에셋대우(006800)는 내년 말까지 다이렉트 연금 고객을 대상으로 온라인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수수료 이벤트를 실시한다. 온라인 ETF 매매수수료율을 기존 0.014%에서 0.0040305%(변동가능)으로 71% 낮추고 다이렉트 연금저축계좌에서 온라인으로 ETF를 매매할 때 혜택을 볼 수 있다.
윤상화 미래에셋대우 디지털비즈본부장은 "다이렉트 연금저축 자산의 상당한 비중이 ETF로 운영되고 있고 신규 고객이 계속 유입되는 만큼 많은 고객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금리연동형 상품 일변도의 연금저축 시장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003530)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힘내라 대한민국!' 퇴직연금 이벤트를 열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벤트 기간에 한화투자증권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기업의 수수료를 1년 동안 면제해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등 퇴직연금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2분기 DC형 퇴직연금 수익률 부문에서 전체 사업자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KB증권은 IRP 신규가입이나 다른 금융기관 연금저축이나 IRP를 계좌 이전한 고객 중 선착순 1000명에게 입금 금액에 따라 최고 1만원의 해피머니 온라인상품권을 매주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IRP 신규계좌 개설 고객을 대상으로 쿠폰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이번달 말까지 진행한다. 신한금융투자는 고객의 연금자산을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는 '퇴직연금 新 시스템'을 오픈해 별도의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아도 모바일에서 퇴직연금자산의 조회 및 금융상품 거래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고객의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IRP 수수료를 지난 6월 인하했다. 개인퇴직연금의 기본 수수료율은 0.2%(적립금 1억5000만원 초과) ~ 0.25%(적립금 1억5000만원 이하)이며 2년차 이후부터 기본수수료의 20%를, 11년차 이후부터는 기본 수수료에 25%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즉 적립금이 1억5000만원을 넘는 가입자가 11년 이상 가입시 국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0.15%의 수수료로 IRP 계좌를 운용할 수 있다.
키움증권(039490)은 연금계좌로 ETF를 매매하면 상품권을 지급한다. 연금계좌에서 연금펀드와 KODEX ETF, TIGER ETF를 최초로 매수한 고객은 펀드 쿠폰(1만원권 1매)과 통합 모바일 상품권(최대 2만원) 총 3만원 혜택을 제공한다. 추가 순증 금액에 따라 최대 7만원의 백화점 상품권도 지급한다.
◆'연금과 ETF 만남' 증권사 투자 차별화 전략
연금저축과 퇴직연금(DC, IRP) 적립금은 상장지수 펀드(ETF)에 투자할 수 있다. ETF는 증권사에서만 사고팔 수 있기 때문에 은행과 보험사에 연금저축과 퇴직연금 계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증권사로 해당 계좌를 옮겨야 한다. 이에 증권사들은 저렴한 보수와 배당소득세 면제를 내세우며 연금투자 차별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퇴직연금 투자자들 또한 ETF 투자에 관심이 점차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은 연금 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는 ETF 종류를 늘려가고 있다.
미래에셋대우가 2012년 가장 먼저 퇴직연금 ETF 매매 서비스를 도입한 데 이어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등도 시스템을 갖췄다. 지난해엔 NH투자증권(005940)과 KB증권이, 올해는 한국투자증권이 ETF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투자할 수 있는 상품 수는 증권사 별로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대략 200~250개 수준이다.
단 기초 지수가 떨어질 때 수익을 내는 인버스 ETF와 기초 지수 하루 등락폭의 두 배만큼 수익률이 움직이는 레버리지 ETF는 연금 계좌에 담을 수 없다.
ETF의 장점은 저렴한 운용보수를 꼽을 수 있다. 공모펀드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 연평균 운용 보수는 1.29%다. 주식형 ETF는 4분의 1 수준인 0.33%다. 매니저가 품을 들여 종목을 선별하는 액티브 주식형 펀드와 달리 ETF는 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이다.
수수료와 세금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해외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할 때 일반 주식 계좌에서 투자하면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야한다. 반면 퇴직연금을 통해 같은 상품에 투자하면 연금을 수령하는 시점에 발생한 이익에 대해 연금소득세 3.3~5.5%만 납부하면 된다. 연금 소득세가 배당 소득세보다 낮은 수준인데다 배당금을 받고 바로 세금을 내는 대신 계좌 안에서 재투자할 수 있어 복리 효과를 낼 수 있다
수수료 또한 보통 ETF를 거래할 때는 증권사에 매매수수료를 내지만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를 매매시 수수료는 부과되지 않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세제 혜택 요구가 커지면서 연금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고 IRP에 가입할 수 있는 시스템도 크게 편리해졌다"며 "상반기 주가 변동성이 커서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늘어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