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공정위는 SPC그룹이 장기간 계열사를 통해 총수 일가가 지분을 다량 보유한 SPC삼립(005610)에 부당지원한 행위를 적발하고 그룹 총수와 경영진 및 법인을 형사고발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기업집단 SPC 계열회사들이 SPC삼립(이하 삼립)을 장기간 부당지원한 행위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647억원을 부과하고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 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이사와 파리크라상, SPL, 비알코리아 3개 법인 등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과장금은 △파리크라상(252억3700만원) △에스피엘(76억4700만원) △비알코리아(11억500만원), 샤니(15억6700만원) △삼립(291억4400만원) 등 총 647억원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SPC는 총수가 관여해 그룹 차원에서 삼립을 부당지원해왔다. △샤니의 판매망을 삼립에 저가로 양도하고, 삼립이 샤니의 상표권을 무상사용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하던 밀다원 주식을 삼립에 저가로 양도 △파리크라상, SPL, 비알코리아가 생산계열사의 원재료/완제품을 역할 없는 삼립을 통해 구매 등이다.
◆SPC계열사 거래 과정에 '삼립' 끼워넣기
SPC계열사에서 삼립으로 지급한 '통행세'는 약 381억원에 이른다. 파리크라상, SPL, 비알코리아 등 제빵계열사에서 밀다원, 에그팜 등 8개 계열사가 생산한 제빵 원재료 거래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 없이 삼립을 끼워넣었다.
제빵 계열사에서는 그룹의 지시로 삼립을 통해 밀가루 등 원재료를 더 비싸게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삼립은 2%에서 최대 44%까지 마진을 남겼다.

공정위는 SPC그룹 9개 생산계열사가 제빵 계열사로 원재료 등이 거래되는 과정에서 삼립이 평균 9%의 마진을 남기는 등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 공정위
SPC는 통행세 거래 구조 유지를 위해 2011년 샤니에서는 연구·개발 자산과 판매망 등을 정상가 대비 낮은 가격에 삼립에 양도했으며, 상표권을 8년간 무상 제공하면서 삼립은 약 13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또 파리크라상과 샤니를 통해 밀다원 주식을 정상가격(404원)보다 훨씬 낮은 주당 255원에 삼립에 양도했다. 이로 인해 삼립은 20억원의 차익을 남기게 됐으며, 삼립이 밀다원 주식 100%를 보유하면서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에서 제외됐다.
약 7년간 지속된 지원행위로 삼립은 총 414억원의 부당이익을 얻게 됐다. 공정위는 "밀가루·액란 등 원재료시장의 상당부분이 봉쇄돼 경쟁사업자, 특히 중소기업의 경쟁기반 침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삼립이 통행세 거래 과정에 끼어들면서 제빵 제품의 소비자 가격이 상승했다고 판단했다. 삼립으로 인해 원재료를 정상가 대비 비싸게 구매한 파리크라상, 비알코리아, SPL 3개 계열사 제품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
공정위는 2011년 삼립이 양산빵 시장 점유율 1위였던 '샤니'의 판매망을 삼립 중심으로 통합한 것도 부당지원행위의 일종으로 규정했다. 이를 통해 삼립은 점유율 73%로 양산빵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서게 됐으며, 샤니는 0.5% 내외의 낮은 영업이익률로 삼립에 양산빵을 공급하는 제조공장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공정위, 삼립에 일감 몰아주기 목적은 '경영권 승계'
SPC는 총수일가가 일부 계열사를 제외한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삼립의 경우 파리크라상이 40.66%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총수 일가 중에서는 허영인 회장 4.64%, 허 회장의 장남 허진수 16.31%, 차남 허희수 11.94%를 보유하고 있다.
SPC는 사실상 지주사 격인 파리크라상을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허 회장이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파리크라상에서 총수 2세 지분을 높여 지배력을 강화하고자 한 것이라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현재 파리크라상은 허영인 63.5%, 허 회장의 처 이미향 3.6%, 허진수 20.2%, 허희수 12.7% 등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PC 지분도. ⓒ 공정위
공정위는 "SPC 내부자료에 따르면 삼립의 주식가치를 높인 후 2세들이 보유하는 삼립 주식을 파리크라상에 현물출자하거나 파리크라상 주식으로 교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파리크라상의 2세 지분을 높일 수 있으므로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립의 매출을 늘려 주식가치를 제고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행위에 총수와 경영진도 개입한 것으로 판단했다. 허영인 회장이 그룹 주요 회의체인 주간경영회의 등에 참석해 의사결정을 했고, 부당지원행위 조사가 시작되자 그룹차원에서 은폐를 했다는 것. 조상호 전 사장과 황재복 대표이사 등은 주요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면서 결정 사항을 집행했다는 것이 이유다.
SPC그룹 관계자는 "판매망 및 지분 양도는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적법 여부에 대한 자문을 거쳐 객관적으로 이뤄졌고, 계열사 간 거래 역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직계열화 전략"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삼립은 총수일가 지분이 적고, 기업 주식이 상장된 회사로 승계의 수단이 될 수 없으며, 총수가 의사결정에 전혀 관여한 바 없음을 충분히 소명했으나 과도한 처분이 이뤄져 안타깝다"며 "향후 의결서가 도착하면, 면밀히 검토해 대응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통행세거래 등 대기업집단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중견기업집단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프랜차이즈 제빵시장의 유력사업자인 파리크라상, 비알코리아에 대해 통행세거래로 지원객체에 이익이 귀속된 행위를 시정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보다 저가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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