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되던 사모펀드는 정말 황금알을 낳았을까?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최근 잇따라 벌어진 사모펀드 사태는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부터 이미 예견돼 있던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김 대표가 서울 영등포구 금융정의연대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 = 양민호 기자
8일 본지와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최근 잇따라 벌어진 사모펀드 사태는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부터 이미 예견돼 있던 일"이라고 말했다.
2013년 설립된 금융정의연대는 당시 김득의·이광철 공동대표 체제로 시작됐다. 현재는 단독대표 체제로 변경돼 김 대표가 금융정의연대를 이끌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참여연대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이 전 대표는 현재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으로 근무 중이다.
그간 김 대표는 키코, DLF 사태에서부터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대규모 환매 사태에 이르기까지 잇따른 금융사고에 관련해 금융정책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줄곧 강조해왔다.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 이미 예견된 사태
금융위원회는 2015년 10월 사모펀드 활성화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등 개정안 시행에 따라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했다. 설립은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했고, 최소자본금은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아졌다가 2019년엔 10억원까지 대폭 줄였다. 또한 최소 1억원의 투자금액만 있어도 사모펀드(레버리지 200% 이하)에 투자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김 대표는 "사모펀드가 통상 3~5년 사이에 청산하는 걸 고려하면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 이후 현 시점에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며 "개인 투자자에게까지 문을 열어놓고 관리·감독은 소홀한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틈을 노리고 판매사가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을 조작하는 등 불완전판매가 이뤄진 것"이라며 "여기에 영세 운용사까지 대거 난립하면서 불완전판매·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펀드가 나오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OEM펀드는 자산운용 라이선스가 없는 판매사가 펀드 설계 및 운용 등에 직접 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현행 자본시장법상 불법에 해당한다. 최근 옵티머스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NH투자증권과 관련해 OEM 의혹이 제기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판매사 책임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NH투자증권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라임사태 이후 금융위가 올 4월에 사모펀드 최종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옵티머스가 터졌다. 결국 금융위 최종대책 발표 이후에도 운용사가 서류를 위조한 정황을 수탁사나 판매사 모두 사전에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라며 탄식했다.
그러면서 "이제 와서 전수조사에 나서봤자 그저 외양간에 있던 소 몇 마리 잃었나 살피는 격일뿐"이라며 "전수조사를 하려면 라임사태가 터졌을 때 했어야 한다. 사전 규제가 어렵다면 처벌 수위라도 높여 사후 규제라도 강화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라임펀드 보상 환영…다른 사모펀드에도 적용될까?
지난 1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라임자산운용이 판매한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에 대한 원금 전액 배상을 결정했다. 이에 환매가 중단된 옵티머스 등 다른 사모펀드 투자자들도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감원이 발표한 라임 관련 분쟁 조정 결과에 따르면 2018년 11월 이후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받아 투자원금 전액을 배상받는다. 라임자산운용과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가 부실을 인지한 후에도 운용방식을 변경하면서 펀드 판매를 지속했다는 게 판단 근거다.
김 대표는 "라임 피해자 중엔 사모펀드인 줄도 모르고 가입한 사람도 많고 적격 투자자가 아닌 경우도 많다"며 "최소한 투자자 성향을 조작해서 적격 투자자가 아닌 사람이 펀드에 가입하면 100% 계약 무효를 시키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옵티머스도 라임 사태와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선 판매사와 운용사 간 공모정황이나, 자산을 투자하는 시기부터 상품에 손실이 있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며 "옵티머스는 안전성이 높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라고 소개해 자금을 모은 뒤 부실 사모사채에 투자한 일종의 사기다. 투자 이전부터 존재했던 문제를 미리 인지하지 못해 발생한 라임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설령 옵티머스 운용사 사기로 판매사에게 억울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판매사는 자신들을 믿고 투자를 결심한 고객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사고 대책 "집단소송제 징벌적손해배상 반드시 필요"
김 대표는 진정한 사모펀드 대책을 위해선 '집단소송제도'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현재 금융정의연대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해당 법안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집단소송제도는 피해자 중 일부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해 승소하면 다른 피해자들은 별도 소송 없이도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김 대표는 오래전부터 금융권 집단소송제 도입을 주장해왔다.
실제 김 대표는 2008년 SC제일은행에 개인 자격으로 이자 관련 소송을 내 승소한 바 있다.
그는 "이자납입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 같은 은행 휴무일일 때 기산일을 언제로 할 것이냐 하는 문제였는데, 나는 공휴일 다음인 월요일이 맞다고 주장했고, SC제일은행은 금요일이라고 했다"며 "결국 승소했고 이후 금감원에 민원을 넣어 다른 은행이나 카드사, 보험사에 같은 사례가 있을 경우 고객에게 그와 관련한 부당 이득을 돌려주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 대표 개인의 승소로 금융회사들이 피해 고객 전체에게 부당이득을 지급한 일은 집단소송의 효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금융사의 위법행위가 악의적·반사회적일 경우 피해자에게 실제 손실액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배상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김 대표는 "미국은 얼마 전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해 150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한국도 '잘못하면 회사가 망한다'는 경각심을 심어줄 정도로 강력한 처벌과 규제가 있어야 사모펀드와 같은 금융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