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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골든타임 가로막는 골목길 불법 주정차, 소방차는 외롭다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0.05.13 06:01:04
[프라임경제] #1. 설 명절 기간 충북 진천의 한 도로에서 만삭의 임산부를 이송하던 구급차에 차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비상등을 켜고 옆으로 비켜서며 길을 양보했다.
 
#2. 제주시에서 뇌졸중 의심환자를 태운 구급차가 진입하자 두 개 차로로 달리던 차량이 도로 옆으로 길을 터줬다. 

이는 소방청이 제공한 '소방차 길 터주기' 사례들 중 일부입니다. 소방차 길 터주기는 백 번, 천 번을 강조해도 절대 지나치지 않는 것 중 하나인데요. 이는 소방차 길 터주기가 바로 생명을 살리는 작은 실천의 시작이기 때문이죠. 

우리는 흔히 소방차에게 시민들이 길을 열어주는 것을 보고 '도로 위 모세의 기적'이라고 부릅니다. 소방차 길 터주기가 '기적'이라고까지 불리는 이유는 골든타임과도 직결됩니다. 

예를 들어 화재발생 시 골든타임은 5분 이내, 응급환자의 경우 골든타임은 4~6분 이내인데요. 골든타임을 놓치면 우리는 상상해서도 안 될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6월 세종 소방본부 직원들과 의용소방대원들이 세종시 일대에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즉,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위급상황은 1분 1초를 다투는 촌각의 순간이니 만큼 소방차의 도착시간을 단축시켜주기 위해 '소방차 길 터주기'를 충실히 지키는 건 우리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지름길인 것이죠. 

소방차 길 터주기에서의 성숙한 시민의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닌데요. 10년 전 오늘인 2010년 5월13일에도 소방차의 원활한 긴급출동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했습니다.

당시 소방방재청은 모든 소방차에 단속용 카메라를 달아 진로를 막거나 양보하지 않은 차량을 촬영해 차주한테 2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소방차의 카메라로 위반 차량을 촬영해 그 결과를 경찰에 통보하면 운전자의 신원 확인 없이 곧바로 차주한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교통체증이 심각해진 현실을 고려해 미국의 소방차전용로(Fire Lane)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도로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긴급차량이 출동할 때 신호 교차로에서 감속하거나 정지하지 않고 곧바로 통과할 수 있도록 교통신호 제어시스템 구축도 예고했습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강릉소방서가 강릉시 중앙시장 일원에서 소방출동로 확보 훈련을 시행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특히 소방청은 지속적으로 전국 단위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과 캠페인 등을 실시해 소방차 길 터주기의 중요성을 알리고 시민들이 양보운전 요령을 체득하게 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소방차 길 터주기 문화를 상당히 개선시켰는데요.

나아가 2018년에는 소방기본법 개정을 통해 긴급출동에 장애가 되는 차량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직전 해인 2017년 12월 충북 제천 화재 참사 때 불법 주차된 20여대의 차량들로 인해 화재 진압과 구조가 지장 받은 것이 큰 계기가 됐었습니다.

소방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소방차의 긴급출동에 방해되는 불법 주정차 차량은 훼손여부를 따지지 않고 이동 경로에서 제거되는 것을 넘어, 차량을 치우면서 발생한 훼손에 대해서도 차주는 보상받지 못하게 됐는데요.

기존 소방기본법에도 긴급 출동에 방해가 되는 차량을 제거·이동시키는 것은 가능하게 돼있었지만, 이렇게 하다가 차량이 훼손되면 소방관들이 사비로 이를 변상해주는 등 민·형사상 책임 논란이 따라 다녔었습니다.

지난해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주택가에서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소속 소방관들이 소방활동 방해 주차 차량 강제처분 훈련을 하며, 통행로를 막은 불법주차 차량을 소방차로 파손하며 출동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만, 소방기본법이 개정됐다 하더라도 여전히 논란거리는 존재합니다. 도시의 주차장은 신축된 아파트나 상업·업무 시설에 집중돼 있어서 주차장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불법주차를 하는 오래된 아파트나 주택가에서의 민원 제기가 불가피해서죠.

또 강제처분의 정당성을 소명할 책임이 소방관에게 있는데, 아직 제대로 된 사례가 없다보니 소방차를 가로막은 차량을 끌어내거나 부수도록 규정이 바뀌었음에도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소방 활동 중에 훼손된 차량 소유자와의 분쟁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전히 좁은 골목길을 가로막고 있는 불법 주정차 차량들 때문에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한 소방차가 애를 먹는 경우는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곤 합니다. 1분 1초가 아깝지만 별다른 수가 없습니다. 

물론, 중장기적으로 각 지역에 필요한 수준의 주차장 확보가 우선시 돼야 하는 문제인 탓에 하루아침에 불법 주정차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소방차 길 터주기 문화 역시 과거에 비해 상당 부분 개선됐습니다. 그렇기에 불법 주정차 문제도 과태료 처분에 따른 강제적 준수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안전벨트를 매는 습관처럼 정착되지 못하란 법은 없지 않을까요.

불법 주정차 문제에서 촉발된 소방차의 진로방해가 위급한 현장으로 달려가는 소방차의 골든타임을 가로막지 않는 그런 문화가 정착된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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