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 2016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시행을 시작으로 금융당국이 '보험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음에도 불구, 좀처럼 보험사기 규모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나아가 지난해에는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 보다 강력한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
# 배달업체 직원 A씨(26세)는 '돈 필요한 사람 연락주세요'라는 SNS광고를 본 뒤 게시자에게 연락했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은 A씨는 가해자와 피해자, 동승자 등 역할을 분담해 고의 접촉사고를 일으켜 보험금을 수령했다. 하지만 반복된 사고를 수상하게 여긴 보험사가 조사 후 수사기관에 인계했다.
# 직장인 B씨(41세)는 "보험금을 받게 해주겠다"는 병원 측 권유로 내원 및 치료 사실이 없음에도 허위 진단서와 진료비영수증을 발급받아 보험금을 청구했다. 이를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이야기를 꺼냈고, 주변에서 해당 내용을 들은 C씨가 금융감독원에 신고해 보험사기로 적발됐다.
최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전년대비 10.4% 증가한 8809억원에 달했다. 적발인원도 16.9%나 늘어난 9만2538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특히 보험사기 82%에 해당하는 1인당 평균 적발금액이 약 900만원 미만 '소액 보험사기'인 점을 감안, 하루 평균 254명이 24억원 상당 보험사기로 적발된 셈이다.
무엇보다 보험사기는 보험금 지급 증가로 인해 일반 가입자 보험료 인상, 즉 '보험 가입자 공동책임'으로 전가된다는 점에서 하루 빨리 적절한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 더군다나 예측불가 다양성을 가지고 있어 사기 여부도 가려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 관계자는 "현재 보험사기 적발 대부분은 제보에 의한 것이지만, 보험사나 수사기관에서 먼저 인지하기도 한다"며 "보험사기는 민영보험은 물론 건강보험료 인상 등 전 국민에게 피해를 입히는 심각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이런 보험사기의 심각성이 대두되자 최근 보험업계는 인공지능(AI) 및 예측시스템 등을 도입해 여러 변수 분석 및 위험률 산출을 통해 보험사기를 적발 및 예방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AI 빅데이터 분석 관련 변수 찾아
실제 보험업계는 매년 증가하는 보험사기와 다양해지는 수법을 예방하기 위해 AI 도입하는 등 다방면에서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선 ABL생명은 지난해 11월부터 머신러닝 기법 AI를 도입한 '보험사기 예측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보험사기 예측시스템은 AI가 과거 사례부터 현재까지의 보험금 청구 빅데이터를 분석해 보험사기 관련 △계약 후 사고 경과기간 △청구금액 △특약 가입비율 등 800여개 변수를 고려해 사기 여부를 예측한다.
이렇게 산출된 위험도 상위 3% 내 보험금 청구 건을 심사자에게 제공하고, 심사자는 사기 혐의점을 식별하는 방식이다.
해당 시스템 도입 후 보험사기 예측률은 무려 1.8배나 상승했으며, 추가심사 및 조사 없이 자동 지급되는 보험금 비율(3월말 기준)은 72.8%로 확인됐다.
여기에 보험금 심사인원들이 고위험 청구 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고보험금 실시간 지급 서비스'도 지난 6일부터 도입하는 등 보험 사기 예방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ABL생명 관계자는 "인공지능이 활용된 보험사기 예측시스템으로 보험사기 조사 정확도가 향상됐으며, 최근 '사고보험금 실시간 지급 서비스' 도입으로 심사인력이 고위험 심사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예측시스템 고도화와 함께 심사인력들의 심사 집중을 통해 보험사기를 예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 역시 지난 1월 '클레임 AI 자동 심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AI 머신러닝 기술인 '클레임 AI 자동 심사 시스템'은 지난 3년간 1100만건 보험금 청구 데이터를 학습해 현재 보험금 소액 청구권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머신러닝 기법인 만큼 향후 보험사기 예방 단계까지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한화생명은 해당 시스템 도입을 통해 기존 자동심사율(보험금 청구 25%)대비 10% 향상했으며, 향후 이를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현재 정액보험금 100만원, 실손 10만원 이하 건을 AI가 처리하고 있다"라며 "아직 일정 및 한도는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향후 점진적으로 금액 상한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의 경우 지난해 10월 도입한 AI 언더라이팅(보험계약 인수 심사) 시스템 '바로(BARO)'가 보험계약을 승낙 혹은 거절하고 있다. '바로'가 판단하기 어려울 경우 관련 정보를 인수 심사자에게 인계하는 방식이다.
'언더라이팅'은 고지의무 위반 및 보험사기 등을 사전 예방하기 위해 계약 단계에서 △고객 신체적 △재정적 △도덕성·환경 등을 종합 판단해 인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교보생명에 따르면, 현재 전체 보험 가입 심사건 약 80%와 계약시 고객 질의 60% 정도를 '바로'가 처리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학습 기반 AI '바로'는 매월 재학습을 통해 성능을 향상시키고 있으며, 자동심사 정밀도(3월 기준)도 도입 당시(85.5%)보다 상승한 96%"라며 "향후 자연어 학습 기반 AI를 보험심사 외에도 계약대출이나 사기 예측, 채용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KB손해보험은 AI 머신러닝 모델을 장기보상 보험금 지급과 전산자동심사 등에 도입하고 있으며, 올해까지 모든 업무영역에 적용할 계획이다.
◆유관기관 공조, 검·경찰 수사 통해 적발…형사처분
금융당국 역시 보험사기 예방 및 적발을 위한 AI를 도입하고 있다
사실 보험사기는 국민제보나 보험사 인지 등으로 혐의점 발견시 유관기관 공조 조사와 검·경찰 수사를 통해 적발된다.
보험사기 제보는 △보험사기방지센터 △금융민원센터 △각 보험사 등을 통해 이뤄지며,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사실관계 조사 후 유관기관과의 공조 조사를 진행한다. 이후 인계된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시작하면, 결과 여부에 따라 보험사기자를 형사처분한다.
보험사에서는 보험금 지급 신청시 △서류 확인 △질병·상해 치료(진단)기록 △가입내역 등을 종합해 보험사기를 인지하거나, 보험금을 지급한 후 현장 확인과 자료 분석 등을 통해 보험사기를 파악한다.
금감원의 경우 기존 조사자 직관 및 경험 등에 의존한 조사방법에서 벗어나 '보험사기 인지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계약 및 사고정보 등을 데이터베이스로 관리·분석해 사기 혐의자를 자동 추출할 수 있다.
이외에도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는 AI 기반 자동차 견적 시스템 'AOS 알파(Automobile cost On-line Service α)'를 지난 2일부터 도입했다.
이는 사고로 파손된 차량 사진 기반으로 AI가 손상 부위 판독과 수리비 견적 산출까지 자동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해당 시스템이 자리 잡을 경우 AI 산출 견적과 정비공장 견적을 비교할 수 있으며, 수리비 과다청구 등을 통한 보험사기도 예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전히 보험사기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의 이런 대처가 적절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