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그야말로 '시계제로'다. 15일 국회의원 선거로 제 21대 국회가 구성된다. 앞으로 4년간 우리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고 사회 전반의 갈등을 조정하면서 국민 공감대를 형성해 내야 하는 다음 국회를 어떻게 구성할지 국민들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진다.
과거 19대 국회가 마무리될 때 '일 안 하고 존재감도 없었던 최악의 국회'로 지칭했지만 이번 20대 국회는 그 혹평을 갱신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으로 박근혜 정부가 무너지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일명 '촛불 정신'은 '대의제'를 뒤흔드는 위협 요소로 작용했다. 여권 내부의 당 ·정 ·청 관계에서도 그렇지만, 보수 야권은 특히 한동안 힘을 쓰지 못했고 이것이 국회 무력화를 강화하는 촉매로 작용했다.
특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논란으로 국회 내부 갈등은 다수의 의원들이 수사 대상이 되는 상황이 빚어졌으며, 이는 야권의 위상 폭락으로 이어졌다. 보수 야권은 당연히 충격파를 정면으로 맞았지만, 진보계열 야권 역시 자신들의 몫을 키우기 위해 사실상 야합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의도는 좋았으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이후의 생명력'이다.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패스트트랙 정국에 위기를 느낀 미래통합당은 이후 '위성정당'을 창당해 비례대표 의원 당선자 규모를 오히려 늘리겠다는 초강수로 맞섰다.
더불어민주당 등은 이를 비판했지만 결국 여당인 민주당이 일명 위성정당을 2개 거느리는 상황에 어느 쪽이 진짜 자매정당이냐는 논란이 선거 내내 치열하게 전개됐다. 급기야 정봉주씨가 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을 겨냥해 욕설을 퍼붓는 최악의 상황까지 열렸다.
많은 정당에서 넌덜머리를 내는 것도 당연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럼에도 선진적 정치 정착 가능성을 제고하고 대결 중심 국회를 지양하기 위해서는 언젠가 더 심도있게 고민해 봐야 할 아이템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어느 쪽이 주도권을 잡든 당장은 선거법 재개정으로 문제를 수정하더라도, 지역구도 등에 좌우될 여지를 줄이고 정치 전문성을 높일 방안을 찾는 노력은 지속되어야 하고 그 씨앗은 다름아닌 21대 국회에서 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스 정치의 어설픈 부활'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새 국회의 정식 개원 이전에라도 15일 선거를 통해 당선될 선량들이 삼삼오오 모여 해결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제기된다. 과거의 '3김 정치' 같은 철두철미한 보스 정치로 한국 정치가 재단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당수를 중심으로 다음 대선 준비라는 미명 하에 독주 우려가 생기고, 또한 그러면서도 갈등이 제대로 선제 관리되거나 적절히 봉합되는 것도 아니라는 이중고는 분명 우려할 만한 문제다.

21대 국회는 보스형 정치의 부활 우려는 물론 경제난과 국론 분열 등을 해소하고 국가적 미래를 정책으로 열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된다. ⓒ 프라임경제
여권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종로에 공천하는 등 정권 연장을 위한 포석을 이미 깔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미통당의 경우도 '원외' 황교안 대표의 원내 진입과 이를 통한 대선 수순 준비라는 문제를 외면하지 못했다. 이번 총선이 대의제를 위한 의미있는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대선의 디딤돌 정도로 전락하는 상황이 불가피했다는 이야기다.
특히 선거법 패스트트랙 여파로 인한 위성정당 창당과 공천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여력 부족 사태가 빚어진 점은 공천 갈등을 초래하고 말았다. 문제는 경선 불복 혹은 전략(단수)공천 불만 등이 많은 지역구에서 터져 나오면서 당 중앙과 지방의 조직간 불협화음은 물론, 당 전반이 흔들리는 갈등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수습과 희생은 불가피한 것이지만 공천을 외부 명망가에게 의존하고 다시 당이 이를 뒤엎는 상황이 두드러지게 부각됐다는 풀이는 뼈저리다.
이해찬 대표나 황교안 대표로 대변되는 당 최상위층 내지 핵심 조직은 공천을 위해 탄생한 공천관리위원회가 빚은 각종 잡음을 최고위원회가 언제든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위상 강화라는 단기적 효과를 거뒀다. 다만 당의 주인임이 명백하던 3김 시대의 '총재 정치'가 아니라 오너십이 부족한 관리형 당대표들이 비상대책으로 문제를 끌고 가는 상황은 정치 거물 개개인의 총선 이후 역풍 가능성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그렇게 구성된 21대 총선은 태생적으로 또 어떤 정치적 상황의 구심력과 원동력에 끌려다닐 유약함을 안고 있다는 우려가 남는 것.
단기적으로 정치인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서 역량과 책임을 강화하게끔 경계하고 자성하는 방법밖에 없지만, 자꾸 대선 준비 명목으로 거물 중심 정치의 자기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국회를 지양할 방안을 연구해야 할 장기 과제가 필요하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부각되는 '대책반장'이 보스 정치 이후의 리더 정치 정착을 일구게 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선심성 정치, '포퓰리즘 논란'의 극복 역시 21대 의원으로 당선된 이들의 급한 과제다. 코로나 19로 인한 재난생계자금 지원 의제는 총선을 의식해 각당이 백가쟁명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설레발에 여당이 적극적으로 뒤따르고 미통당도 나름대로의 답을 내놓는 등 장단을 맞추기에 급급했다는 점은 위기 국면임을 감안해도 모범적인 정치 행태는 아니다.
특히 경제가 침체될 위험이 큰 상황에서 새로운 경제 동력원을 개발하고 강화하는 데 정치 역량이 결집되고 법안과 정책 마련에 여의도 국회가 앞장설 필요가 높다. 국제통화기금은 글로벌 경제가 침체되고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1999년 외환위기 이래 첫 '마이너스 성장'일 것으로 14일(현지시각) 전망했다. 수출과 내수 전반이 얼어붙는 상황에서 가 보지 않은 길 앞에 한국 경제가 서 있다. 어떻게 방향 모색을 할지 길잡이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 정치가 기업과 국민에게 영영 외면받는 분기점으로 21대 국회가 기록될 위험도 존재한다.
이른바 '조국 대 윤석열 구도'로 치러진 점을 반성하고 이제 역사의 페이지를 접고 넘어갈 돌파구 모색을 해야 할 숙제도 있다. 총선 득표 비율이 어떻게 배분될지는 16일 새벽에나 윤곽이 드러날 일이지만, 이 과제는 다수당이 될 정당의 정치적 색깔에 기조가 좌우될 것이 아니고 또한 물론 다른 여러 정당이 이해득실을 넘어서서 모색해야 할 필요가 높은 일이다.

후속 세대를 위해 새로운 미래를 연다는 각오로 21대 국회가 일해야 한다는 당부가 높다. 사진은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손과 뺨 그리고 아기의 얼굴에 기표 도장으로 투표 기념 흔적을 남긴 모습. ⓒ 프라임경제
개혁의 아이콘에서 '온갖 불공정의 농축물'로 전락한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그를 감싸는 여권의 태도 그리고 조국 죽이기에 열을 올리는 보수 야당의 갈등 정치는 결국 사회 개혁을 느리게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화풀이 정치로 정치적 협력망이 무너지는 상황으로 연결될 수 있다. 당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고치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소리가 안철수 전 의원 등 국민의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미통당이 이번 총선에서 힘을 크게 얻고 '청와대 등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파헤치는 데 열을 올린다면, '경찰 수사권 독립론'의 기수로 대전에서 출마한 황운하씨의 정치적 교수형으로 폭주할 수도 있다.
이는 검찰과 경찰간 관계 재정립 등으로 부득이 연결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앞으로 다시는 경찰이 검찰 아래서 못 벗어나는 구도가 다시 열린다 혹은 그것이 영구화된다는 가능성 문제가 아니다. 기존에 패스트트랙 무리수로 탄생했지만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 등 각종 개혁 논의가 이뤄진 정신 전반이 증발되고 마는 것은 낭비이자 문제라는 시민사회계 일각의 불만이 생기고 또다른 갈등과 여의도 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검찰의 보조자이든, 검찰과 경찰이 상호대든협력관계이든 그 곁가지에 공수처가 있든 없든 간에 가장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제도 개혁을 정착하지 못한다면 문재인 정부가 정권 유지를 위해 검찰 개혁을 핑계로 삼고 보수 정치인들은 이를 장기적으로 태클거느라 다음 대선까지 내내 공회전했다는 후대의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제도 개혁을 함부로 추진하지도, 어설프게 궤도에 올리지도 못하게 탄탄한 연구와 결정의 프로세스를 짜야 한다는 당부가 나온다. 그 중심은 대의제의 꽃인 국회가 될 수밖에 없다.
난제만 있는 건 아니다. 사상 최고치라는 사전투표율은, 단순히 정권 심판론이나 야당 심판론 등 울분의 정치 산물만은 아니다. 국회가 위기에 빠질 때 인공호흡을 해줘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이 강렬함을 방증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다행히 고등학생 유권자들이 총선에 목소리를 낼 수 있게 제도 수정이 이뤄지는 등 이번 총선과 이로써 등장할 새 국회에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에너지가 부여된 것은 기대할 만한 구석이다.
아이돌형 정치인, 팬덤 정치 문화 등 근래 한국 정치와 대의제를 위협하는 이상한 행태 대신 견제와 균형 목소리를 신선하고 발랄하게 전달하면서 대의제에 일을 믿고 맡기는 불가근불가원의 정치권-유권자 관계가 형성되는 가 보지 않은 길에서는 권위의식을 내려놓은 의원들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정치적 선호나 지향점이 다르더라도,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4일 이번 총선을 돌이켜 본 발언을 국민과 선량 모두가 곱씹어볼 만하다.
심 대표는 "30년 만에 첫발을 내디딘 선거제 개혁이 거대 양당의 꼼수 위헌정당으로 왜곡된 모습은 앞으로 민주주의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면서도 "지더라도 원칙을 지키는 '바보 노무현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고 반성했다. 바보 같이 정론과 정도의 정치를 정파를 막론하고 고민할 책무가 여의도 1번지에 부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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