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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남의 집 잔치 옛말' 중소형 증권사 IB 판 키우기

대형 증권사 전유물 지나 IB 꾸준한 실적 상승

이지운 기자 | jwn@newsprime.co.kr | 2020.04.13 08:17:25
[프라임경제] 2010년은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본시장법)이 첫 돌을 맞은 해였습니다. 자본시장법은 미국 골드만삭스와 같은 한국판 IB(투자은행)를 육성할 목적으로 △자금중개기능 강화 △자본시장 역할 제고 △증권사 경쟁력 향상 등을 위해 만들어졌죠. 

2010년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현재는 인수를 통해 이름이 바뀐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이 눈에 띈다. ⓒ 연합뉴스

당시 금융당국은 IB 산업 발전을 위해 증권사의 과감한 투자 등 인식전환 필요성을 강조, 인수합병(M&A)이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는데요, 때문에 증권사들은 이에 발맞춰 본격 IB 업무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 4월13일 삼성증권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IB가 모여있는 일본 롯본기에 지점을 개설하고 해외투자를 통한 IB 확대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이외에도 당시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 진출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는 상황이었죠. 그러나 이는 대부분 대형증권사 위주의 성장으로 중소형 증권사에게 IB는 남의 집 잔치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차츰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며 중소형 증권사 IB는 꾸준한 성장을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IB 그림의 떡?…회사별 '빈부격차' 극심 

증권사 IB는 크게 △유상증자 △기업공개(IPO) △주식연계채권을 발행하는 ECM과 회사채 발행, 구조화금융 등 DCM업무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M&A,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다양한 투자, 신탁, 자문 업무를 수행합니다. 

하지만 10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형사에 비해 부족한 인력과 약한 영업력으로 제자리걸음을 유지했죠. 위탁매매(수탁수수료) 등 전통적인 수익 외 돌파구를 찾지 못한 탓에 사실상 IB는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실제 2010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2009사업연도(2009년 4월1일~2010년 3월31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형사 위탁매매 수입이 전체 수수료 수익의 70% 수준인데 반해 대다수의 소형사들은 80~90%대를 기록했습니다. 소형사들은 거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입에 의존하는 단일화 된 수익 구조를 보였던 것이죠.

당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 언론을 통해 "소형사들은 IB업무 등에 있어 기회가 적은 데다 마땅한 인력도 없는 만큼 무리해서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안전한 위탁매매 등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려면 브로커리지, 펀드 판매든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틈새시장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IB 빈부격차는 IPO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는데요, 박신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이 발표한 '2009년 신규상장(IPO)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그 해 신규상장 총 66건 중 77% 수준인 51건을 상위 7개 증권사(2010년 기준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 △현대증권 △신한금융투자 △ 우리투자증권)가 주관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2010년 IPO 시장의 규모는 최대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사상 최대 IPO 시장을 앞에 두고 대부분의 중소형 증권사는 '빈익빈 부익부'를 실감하며 한숨만 쉬는 상황이었죠.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4조원을 웃도는 초대형 투자은행(IB). ⓒ 연합뉴스

틈새공략 본격 시동…IB 실적 '꿈틀' 

하지만 차츰 중소형 증권사들도 IB 틈새공략에 하나둘 나서기 시작했는데요, 2012년 자본시장법 개정안 불발로 당시 증권사 IB본부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개정안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금융회사들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돼 투자은행으로서 프라임 브로커리지 등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대형 증권사들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대형 IB 조건을 맞추기 위해 수천억원을 증자했고, 이에 따른 투자 계획과 인력 충원 계획을 세웠지만 개정안 불발로 모든 계획이 멈춘 상황이었습니다. 

이 같은 침체기를 틈타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IB업무 강화를 위한 인력 발굴, 인수합병을 통해 외형 확대를 시도하며 IB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국내 IPO 경쟁을 피해 틈새시장인 해외기업 단독 IPO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전통 강자들이 주춤한 사이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위탁매매 수수료 의존에서 벗어나 수익 다변화를 통해 실적 개선을 이루게 됩니다. 이를 통해 실제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 2012년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실적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당시 동부증권의 경우 영업이익은 908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845.9%나 증가한 수준을 보였습니다. KTB투자증권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58.4% 늘어난 14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삼성증권(-21.3%), KDB대우증권(-33.5%), 우리투자증권(-52.8%), 현대증권(적자전환) 등 대형 증권사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2020년 꾸준한 판 키우기 기대 

이렇듯 IB는 증권사 실적에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며 그 사업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데요, 현재 IB는 증권사들의 새 먹거리로 부상하면서 전통적 영업이었던 위탁매매, 자산운용을 압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최근 한국신용평가가 발간한 '증권산업 피어 리포트(Peer Report)- 중소형 증권사'에 따르면 국내 26개 증권사의 영업 순수익(영업수익에서 판관비 외의 영업비용을 뺀 금액)에서 IB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10% 후반대에서 올해 상반기 말 35% 수준으로 늘었습니다. 

중소형사들 가운데는 △한화투자증권(순영업수익 비중 31.3%) △현대차증권(45.2%) △유진투자증권(37.0%) △하이투자증권(43.3%) △KTB투자증권(55.5%) △IBK투자증권(45.4%) △부국증권(48.1%) △한양증권(37.9%) △케이프투자증권(72.1%) 등의 IB 부문 비중이 큰 편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중소형 증권사의 IB 사업 키우기는 여전히 진행 중인데요, 지난해엔 IB 부문 경쟁력을 높이고자 조직 재정비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하이투자증권은 주식자본시장(ECM)실 내에 종합금융팀을 추가로 신설했습니다. 유안타증권도 글로벌인베스트먼트(GI)부문과 IB부문 내 종합금융본부를 마련했죠. 앞서 키움증권은 IB출신들을 잇따라 승진시키기도 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어 증권사들은 IB 등의 사업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증권사들은 IB관련 사업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IB 부분의 성장덕에 함박웃음을 짓던 증권사들은 최근 예기치 못한 악재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로 IB 부문에서의 활동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는 사태 진정 이후 올해 하반기부터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공통된 의견을 보였는데요, 악재가 종결되고 난 뒤 증권사 IB도 다시 시동을 걸어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속속 등장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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