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1대 총선 와중에서도 가장 안갯속 혈전이 치러지고 있는 부산, 그 가운데서도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구역 중 하나가 바로 중·영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역구에는 김비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황보승희 미래통합당 후보 등이 후보로 나선 상황이다. 특히 김 후보와 황보 후보는 각각 자기 당내 후보 결정 과정이 치열하다 못해 과열된 양상 끝에 공천장을 받아들었기 때문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거기에 금상첨화 격으로 '아바타 논쟁'까지 터졌다. 김비오 진영에서 "이번 선거는 '김비오 대 김형오 아바타'의 선거"라고 공세를 편 것이다. 이른바 '사천 논란'을 겨냥한 김비오 캠프의 공세지만, 황보승희 캠프에서는 정치적 의리상 대응을 자제하는 듯 하다. 황보 후보와 미통당 공천관리위원장이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정치적 신의를 생각하면 거론 자체를 불쾌하다고 하기는 어려운 것. 다만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풀이도 없지 않다.
17년간의 황보승희식 지역정치 스타일을 두고 나오는 평가다. 왜 그럴까?
◆'학원 강사'하며 경제와 교육 분야 기초 닦은 '영도의 딸'
황보 후보는 영도여고 학생회장 출신으로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전공을 살려 학원 강사 생활도 했다. 정치를 하겠다는 혹은 정치권에 발을 들이는 이들이 젊은 시절부터 실물경제에 발을 담그고 돈을 벌어보는 소중한 경험을 건너뛰기 쉬운데, 황보 후보는 그런 점에서 일단 합격점이라는 평을 듣는다.
의원 비서 등으로 뛰며 국회에서 정치를 배운 그는 꿈의 방향을 고향으로 돌린다. 영도구의원을 3차례 했고, 부산광역시의원도 재선하는 등 지역에서 인정받는 실력과 부지런함으로 중무장했다.

황보승희 후보는 이대 출신으로 전공을 살려 영어 학원 강사 등 실제 경제 활동으로 감각을 키우기도 했다. ⓒ 황보승희 후보 캠프
그래서 황보 후보의 이번 21대 총선 도전이야말로 '중·영도 최초의 여성 국회의원 배출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지지층에서는 대단한 기대를 표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 진영인 김비오 캠프에서는 중·영도 최초의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 기록을 위해 뛰고 있으니, 양자간에 진검승부가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황보 후보는 더더욱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자신의 주특기인 경제 그리고 문화의 두 마리 토끼 잡기라면 제법 강한 상대인 김비오 후보에게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주변의 전망이 있기 때문. 황보 후보는 부산광역시의회 경제문화 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는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지역의 현실성 있는 발전 청사진을 그릴 적임자를 자부하고 있다.
◆한마음비빔밥 만들고 교육 분야 디테일로 '부모 마음 저격'
황보 후보 자신이 영도 출신이지만 중구나 영도 등 새 발전 중심지가 아닌 곳들은 교육 문제에서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 부모들이 교육 발전을 위해 다른 동네 심지어 타지역으로 옮기는 문제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 것. 이런 가운데 '황보승희가 전면에 나선다면 지역의 교육 업그레이드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를 거는 이들도 있다.
경제 문제에만 치중하는 게 아니라, 문화 등 각종 영역을 두루 아우르는 식으로 지역 발전과 화합을 뒷받침하는 정치를 해왔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 논란 즈음에는 한마음비빔밥 행사를 통해 지역의 아픔과 화합 문제를 경제 이슈 외의 큰 맥락에서 바라봤다.
문화 중에서도 그녀는 특히 교육 분야의 '디테일에 강한' 면모를 보여 왔다. 2015년 5월에는 부산시의회 임시회에서 교사가 자신의 전공이 아닌 과목을 가르치는 일명 '상치교사' 문제의 해결을 강하게 촉구해 주목을 받았다. 교육 서비스의 전문성 강화를 통해 타지역 대비 부산 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염원을 담은 발언이었다는 평이다.
2016년에는 '생존 수영' 의무화를 통해 학생들을 단련시키자고 역설했다. 원도심의 폐교 부지를 활용해, 과학과 수학 교육의 공간으로 탈바꿈하자는 아이디어도 2017년 내놨으니 원도심 활성화와 교육의 접목 측면에서 대단히 발걸음이 빠른 선구자 격이었다고 할 수 있다.

21대 총선 승리를 다짐하는 황보승희 후보. ⓒ 황보승희 후보 캠프
이렇게 크고 작은 문제를 아우르면서 지역의 발전을 조금씩 쌓아가는 황보승희 스타일 정치는 여성의 장점이 정치에 접목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세이클럽이나 싸이월드 등에서 크게 유행했던 '아바타 꾸미기'처럼 아기자기한 정치라고도 한다. 하나씩 옷을 갈아 입히고 이것저것 방을 꾸미는 아바타의 매력처럼, 황보승희식 정치도 그간 17년의 시간 동안 동네를 바꿔 왔다는 점은 분명 소중한 그녀의 이력이자 이제 지역구의 자산이다.
뚝심도 발휘한다. '트램 설치 공약'이 그것. 사람들은 즉흥적으로 유행을 타듯 내놓은 게 아니냐고 하지만 일찍이 비용 문제 등 계산을 꼼꼼하게 끝낸 뒤 내세운 공약이라는 설명이라 애착이 크다.
◆아기자기 아바타 가꾸기 이면엔 '갈등도 불사' 한 가닥 하는 뚝심
그래서 황보승희 후보는 강단과 결단으로 정치 격변기에는 소신을 세워오기도 했다. 당이 탄핵 태풍에 말려들던 때에는 지역구 주요 정치인들과의 의리상 함께 바른정당으로 잠시 몸을 옮기기도 했다.
바른정당 탈당과 옛 한국당 복귀 이후 서먹한 상황을 겪은 경험은 그래서 빚어진 것으로, 그녀가 겪어본 몇 안 되는 정치적 시련 중 하나였다. 지역 언론에 안성민 전 부산시의원 등 일부 인사와 원만치 못한 상황이라고 회자되면서 영도구 당협의 갈등은 화제를 모았고 그녀는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어찌 보면 영도구 당협 내 갈등은 김무성 의원과의 의리를 택해 감수한 고통이었고, 이번 공천 과정에서 김비오 후보 측에서 옛 인연을 들먹이며 '김형오 아바타' 운운하는 공격을 하는 국면과 닮은 꼴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국면마다 의리와 인연을 도외시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뜻이나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는 게 황보 후보의 기본 입장이다. 누구의 아바타로 정치적 떡고물을 챙기며 살지 않았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뒤따른다.
'김형오 아바타'라는 마타도어식 비판을 꺾고 중구와 영도 최초의 여성 국회의원 자리를 과연 쟁취할 수 있을까? 황보 후보에게 이번 총선은 아기자기하게 지역을 가꿔온 '영도 아바타'의 소신에 대한 평가이자 잠재력이 측정되는 무대다. 상대 진영이 아바타라는 단어를 택한 게 오히려 그녀의 도약 계기가 돼 줄 것이라는 기대로 총선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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