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시 수정구 우리은행 성남금융센터 입구. = 설소영 기자
[프라임경제] 18일 오전 11시40분, 성남시 수정구 우리은행 성남금융센터 입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탓인지 은행 안은 그야말로 한산했다.
출입문 입구에 '고객님과 직원의 안전 보호를 위해 모든 직원과 고객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하고 있다'는 안내 문구와 함께 '마스크 미착용시 업무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은행을 들어간 순간 청원 경찰이 발열 온도 체크와 함께 손소독제 사용을 권유하며, 예방과 안전에 더욱 민감한 모습이다. 은행 내부는 최근 코로나19 때문인지 사람들이 적었고, 직원들과 그나마 몇 명의 방문객들은 입을 마스크로 가린 채 은행 업무를 보고 있었다.
이처럼 평소와 다른 광경 속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각 창구 앞에 설치된 전자 문서 형태 태블릿 모니터다.
사실 어느 순간부터 가입 동의와 서명 등 기본 은행 업무는 대부분 태블릿 모니터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기술 발전과 시대 흐름에 따른 것이었을 터. 다만 은행 방문객 대다수가 60세 이상의 노령층이라는 현실은 은행이 안고가야 할 과도기적 숙제인 셈이다.
◆시대 흐름 맞춘 '전자문서' 현장 체감은 '글쎄'
전자문서는 절차 간소화와 더불어 업무 시간도 단축시킬 수 있는 등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은 간편 수단이다. 다만 일명 '금융소외계층'인 65세 이상 고령층은 여전히 종이문서에 적힌 내용을 읽고 직접 펜을 들어 사인을 하는 게 익숙하다. 그들에게 전자문서는 여간 불편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60대 여성 A씨는 "직원들이 설명을 잘 해줘서 서명을 하긴 했지만, 아직 어려움이 적지 않아 종이문서를 찾을 수밖에 없다"며 "나 같은 사람은 태블릿으로 보는 게 더 불편하고, 집중도 되지 않아 그냥 종이 서류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최근 은행들은 업무처리에 있어서 '종이문서에서 전자문서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맞고 있다. 때문에 지난 9일부터 전 영업지점에 전자문서 시스템(2단계)을 적용한 우리은행의 현재 상황에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
우리은행 전자문서 시스템 2단계는 종이 서류를 없애고, 태블릿 모니터 등 단말기 내 전자문서 형태로 모든 업무를 처리한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6월 영업점 대상으로 진행한 전자문서시스템 1단계는 △일괄서명(날인) △형광펜 기능 △확대 서식 등을 도입한 바 있다. 이번 2단계는 1단계에서 일부 업무에 국한됐던 적용 대상을 기업 여신을 포함해 △외환 △카드 △퇴직연금 △신탁 △펀드 등 모든 은행 업무로 확대한 것이다.

지난 18일 우리은행 입구 앞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안내문이 붙여있다. = 설소영 기자.
아울러 개인고객 업무 위주로 진행된 전자문서 시스템을 영업점 업무 전체에 일괄적으로 적용했다는 점도 최초다.
은행 업계 관계자는 "전자문서 시스템을 100% 적용할 경우 모든 영업점 마감시간이 현행보다 20분 가량 단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효과는 기대와 사뭇 달랐다. 오히려 아직까진 100% 적용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20대 남성 B씨는 "(은행이 전자문서를) 100% 적용한다고 하지만, 정작 태블릿을 꺼려하는 어르신 분들이 많다"며 "은행 방문객들 대다수가 고령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자문서 완전 도입은 탁상공론이 아닐까"라고 전했다.
30대 여성 B씨 역시 "PC에 익숙한 어르신이라면 상관없을 수도 있지만, 당장 우리 부모만 해도 태블릿은 물론, 스마트폰 사용도 많이 힘들어 한다"며 "중요한 은행 업무에 있어 노인들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태블릿보단 종이 문서가 더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하나은행도 전자문서…"100% 도입은 무리수"
그렇다면 우리은행을 제외한 다른 시중은행들의 전자문서 현황은 어떠할까.
우선 지난 2017년 10월부터 영업점에서 디지털 창구를 운영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의 경우 금융 거래시 작성하는 수많은 서식을 디지털화했다. 또 고객 입장에서 쉽게 작성 가능하도록 서명 간소화 기능을 적용했으며, 1회만 하는 편의성도 놓치지 않았다.
아울러 온라인으로 영업점 방문을 예약하면 금융상품 보유현황과 투자성향 등 분석을 통해 최적의 추천 상품 안내장과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즉시 제공하는 '디지털 안내장 알림 서비스'도 도입했다.
하나은행 역시 2018년 6월부터 '하나 스마트 창구'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는 영업점 창구 태블릿 PC를 통해 예금·펀드·신탁·외환·대출 등 금융 서비스 이용시 작성하는 문서 319종을 전자 서식으로 구현, 상품별 매칭을 통해 약 1700개에 달하는 상품에 가입이 가능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전자 문서를 100% 도입하기엔 무리"라며 "계좌 신규 개설과 같은 간단한 업무는 가능하겠지만, 상속 및 증여 등 업무는 전자 문서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현재 대다수 은행은 전자문서 적용이 70~80%까진 이뤄졌음에도, 종이 문서를 병행하는 데에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아직까지 종이문서를 요구하는 고객들이 많이 있어 전자 문서 시스템을 100% 도입하는데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전자문서 도입은 은행권에 있어 이미 피할 수 없는 흐름에 해당된다.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고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전자화 100% 도입'을 위해 어떤 대책들을 제시할 수 있을지 업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