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 사태 등을 겪으면서 간호·간병 시스템에 대한 전환이 있었다. 이번 코로나19도 마찬가지. 감염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격리다. 자가격리 중 의사의 조력을 얻을 수 있다면 극단적 결과를 최대한 막을 수 있다. 원격진료는 국민의 편익, 사회적 편익을 위해 꼭 강조돼야 하는 부분이다."
정부가 지난달 24일부터 환자가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전화상담과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한시 허용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병원 내 감염 우려가 커지자 만성질환자나 가벼운 감기 환자 등이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내놓은 조치다.
정부의 전화상담 방침에 대해 최혁용(50) 대한한의사협회장은 한시적 허용이 아닌 지속적 전화상담과 처방 문화가 안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중국, 일본 등에서는 원격진료가 활성화되면서 관련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아울러, 의료복지 측면에서도 진일보 하고 있다는 평가도 많다.
최 회장은 질병의 성격이 '급성'에서 '만성'으로 변하고 있는 만큼,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만 전화상담이 이뤄지는 것이 아닌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주치의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 12일 최혁용 회장과 만나 코로나19 사태로 본 감염병 대처 방안과 전화진료, 주치의제도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 코로나19가 확산세다. 감염 차단에 대한 국민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격리다. 격리를 통해 외부에 바이러스 전파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그동안 격리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고, 질병에 대한 인식도 관대한 편이다.
예를 들어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감기 기운이 있거나 증상이 있다면 바로 자가 격리에 들어간다.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가격리를 통해 외부에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말라는 의미다.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원격진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1차 의료 강화 및 주치의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프라임경제
사회적 인식 또한 다르다. 국내의 경우 아픈데도 회사에 나와 일을 하고, 학교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학습권을 뺏더라도 타인에게 전파하지 않음을 우선시한다. 감염병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치다. 코로나19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전파를 최대한 막을 수 있다.
- 국내 감염병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신종플루 때만 하더라도 격리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없었다. 당시 신종플루 감염자는 76만명에 달했지만 마스크, 손소독제, 재택근무, 자가격리 시스템 없었다. 그저 질병의 유행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메르스 사태 이후 간호·간병 시스템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고 이번 코로나19에서는 이러한 문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감염병의 속도가 빨라지고 매년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나면서 병원문화, 진료 시스템 변화는 필수가 되고 있다."
- 자가격리와 원격진료, 어떤 연관성이 있나.
"현재 코로나19 전파력이 강해 의심 증상이 나타나도 병원을 갈 수 없다. 단순 감기 증상을 보이는 것 같지만 병원을 찾아야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때 전화상담, 원격진료를 통해 최대한 빠르고 적절한 조치가 가능하다. 즉, 원격진료는 자가격리 중에도 의사 조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국민 입장에서도 편하고 안전한 방법이다."
- 지금의 자가격리 방식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나.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경증환자들도 의사를 직접 만나는 것이 아니다. 전화로 아픈 곳을 말하면 방문 앞 문고리에 약을 걸어놓는다. 자택에서 격리하는 환자의 경우, 약을 받을 방법도 없다.
자가격리 중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고 버틴다. 자가격리 중 사망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는 극단적 격리 초지로, 완전히 표준에서 벗어나는 방식이다. 코로나뿐 아니라 독감, 감기, 폐렴도 마찬가지다. 격리 상태에서 의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 원격진료를 위해 시스템 구축 등 병원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원격진료를 위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영세한 병원은 할 수 없다'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전화진료 자체가 원격진료이기 때문이다. 전화로 증상을 설명하고 필요하다면 영상통화도 가능하다.

서울대병원이 운영을 맡은 경북대구3 생활치료센터(문경 서울대병원 인재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원격의료' 시행에 들어갔다. 사진은 서울대병원 본원 1층에 위치한 코로나18 생활치료센터 중앙모니터링 본부. ⓒ 연합뉴스
체온도 환자가 직접 잴 수 있고, 맥박 확인도 가능하다. 환자가 의사 앞에 앉아 있지 않고도 몇 가지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감염병동의 환자들도 이와 같다. 병실 카메라를 통해 의사가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도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이 또한 원격진료의 하나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에서 주장과는 달리 이미 비대면 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원격진료로 안 되는 부분은 직접 방문하면 된다."
- 그렇다면 의협에선 왜 비대면 진료를 반대한다고 생각하는가.
"의협은 오진의 위험성과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말이 되지 않는다. 코로나 의심 환자는 어차피 병원에 가지 못한다. 환자를 보지도 않을 거면서 오진, 진단 지연 주장은 기득권이 가지고 있는 이익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 정부 일각에선 원격진료를 허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과거에도 이러한 이슈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현실화 하진 못하고 있다. 단지 의협만의 문제인가.
"정부가 다수의 분산된 공공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그러지 못했다. 다수의 분산된 이익과 소수에 집중된 이익이 싸우면 소수에 집중된 이익이 이긴다. 즉, 의협의 이익이 더 힘이 센 것이다. 의사가 싫다고 하면 정책 수행이 잘 안 된다. 결국 정부는 의사의 말에 따라간다. 그러다보면 의사의 한 편이 된다.
미국에서도 이 같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 공무원들이 퇴직한 후 소수의 이익 집단을 대변한 공무원들이 퇴직 후 이들에게 전관예우를 받는다. 이를 '지연된 뇌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수의 이익 대신 소수의 이익을 대변해준 대가를 나중에 받는 것이다. 다수의 분산된 이익을 지키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외에도 원격진료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과거 병원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급성병의 치료를 위해서였다. 의사의 빠른 판단과 처방에 따라 환자 목숨이 달려있었다. '치료를 받다 사망하거나 완치돼 일상생활로 복귀 하느냐' 둘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 급성병 중심이 아닌 만성병 중심으로 전환됐다. 현재 국내 환자의 경우 75%가 만성병으로 사망한다. 급성병으로 사망하는 비율보다 만성질환을 가지고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때문에 의사가 시키는 대로가 아니라 다학제적 협력이 가능한 구조가 돼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만성병을 잘 관리하면서 일상생활을 조화롭고 균형 있게 잡아 나가기 위해서는 의사의 처방뿐 아니라 심리, 운동, 영양사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이 필수가 됐다. 원격진료는 이러한 이유로 감염병뿐 아니라 달라진 보건의료 시스템에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한의사를 검채채취와 역학조사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협회가 지난달 25일 서울 강서구 대한한의사협회에서 개최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긴급기자회견 모습. ⓒ 연합뉴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급성병 중심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의사들은 그 당시 구축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하니 일본, 중국과 달리 원격진료가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만성병으로의 변화에 따라 시스템이 바뀌고 공공성이 강화돼야 한다. 지금의 의료는 국민의 편의를 저당 잡고 기술을 역행하고 있다. 국민이 누려야 할 권리는 의협이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 원격진료가 시행되면 대형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이 가속화돼, 골목상권(소형 병원)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원격의료의 필요성과 골목상권 살리기 1:1 논리는 잘못됐다. 원격의료도 필요하고 골목상권도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1차 의료를 강화하고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OECD 가입 국가의 경우 1000명당 평균 의사 수가 3.3명이다. 우리나라는 2.2명에 불과하다. 이 2.2명에는 한의사까지 포함돼 있다. 지금보다 의사가 50% 늘어야 OECD 평균이 된다. 사정은 이런데, 우리나라 환자들이 의사를 만나는 횟수가 가장 높다. 지역별, 과별 편차도 심하다. 특정지역, 특정병원에 몰리는 이유다.
이러한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국민 의료 서비스 증진을 위한 필수과제다. 원격진료를 통해 병원 접근성 해소가 가능하다고 본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1차 의료 강화와 주치의 도입을 통해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해결될 수 있다. 1차 의료 강화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은 외래 환자 진료가 아닌 위중환자에 집중할 수 있다. 1차 의료 강화를 위해 기술적 뒷받침으로 원격진료가 쓰여야 한다."
- 주치의 제도에 대한 방향성은.
"주치의는 한·양방 통합 의사가 돼야 한다. 환자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것이다. 1차 의료라는 것은 환자와 최초로 접촉하는 의사이다. 개별 분야 전문 의료 지식보다 보편적 의료 지식이 더 필요하다. 주치의는 질병에 대해 두루 다 알고 환자가 누구를 만나면 좋을지 상의하는 역할이다. 중국과 미국도 같은 방식이다."
- 한·양방 통합 의사 시스템이 가능한가.
"한의사, 양의사 모두 기본적인 양쪽의 기술을 추가로 교육하면 된다. 세심한 치료가 필요한 부분은 주치의 판단 하에 해당 전문의에 넘기면 된다. 예를 들어 양의사는 침놓는 법, 한약재를 쓰는 방법 등 기본적인 방법을 배우면 되고 한의사의 경우 최소한 붕대 감는 법, 상처를 소독하는 법 등 기본적인 부분을 익히면 된다. 이 정도의 시술은 (주치의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 원격진료의 사회적 필요성은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질 것 같다.
"신종플루 당시 감염자는 76만명에 달했다. 코로나19 역시 전파력이 강해 확진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자가격리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다.
또, 앞으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는 변이를 일으키며 독감처럼 매년 겨울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종식뿐 아니라 앞으로의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라도 원격진료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 덧붙이는 말이 있다면.
"원격진료 도입은 이념적 대립이 아니다. 감염병 예방부터 달라지는 질병에 맞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이익을 보호하고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해결해야 할 사항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소수의 이익을 지켜내기 위해 공공의료의 목적이 훼손되는 일은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