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산문집 '무소유'로 많은 사람에게 깨달음을 전했던 법정스님이 열반 10주기를 맞았습니다.
10년 전 오늘인 2010년 3월11일은 법정스님이 법랍 55세, 세수 78세로 입적하신 날인데요. 불교계뿐 아니라 정치, 종교, 문학, 예술 등 많은 분야에 기릴만한 가르침과 업적을 남기고 가신 법정스님은 생전 남긴 책만 해도 100여권이 넘습니다.

불교계의 원로 법정스님이 2010년 3월11일 입적했다. 사진은 2009년 4월19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 열린 봄철 정기 대중법회에서 합장하는 모습. ⓒ 연합뉴스
당시 조계종은 법정스님의 평소 말에 따라 별다른 장례행사를 치르지 않았으며, 조화나 부의도 받지 않고 13일 송광사에서 다비식(불교에서 시체를 화장해 그 유골을 거두는 의식)을 거행했습니다.
◆무소유의 삶 "가난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
법정스님은 대학교 3학년 때인 1954년 오대산을 향해 떠났습니다. 1975년 10월부터 17년간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홀로 지냈으며, 1976년 4월 대표 산문집인 '무소유'를 출간하게 됩니다.
무소유는 이후 불교적 가르침을 담은 산문집을 잇달라 출간했는데요, 대표적인 저서로는 △무소유 △영혼의 모음 △서 있는 사람들 △말과 침묵 △산방한담 △텅 빈 충만 △물소리 바람 소리 △버리고 떠나기 △인도 기행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그물에 걸지 않는 바람처럼 △산에는 꽃이 피네 △오두막 편지 등이 있습니다.

법정 스님의 기일인 2월19일(음력 1월26일) 서울 성북구 길상사에서 입적 10주기 추모법회가 봉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법정스님이 말한 '무소유'는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세상에 태어날 때 가지고 온 것도 없고 세상을 하직할 때 가져가는 것도 없다는 불교적 가르침에서 비롯됐습니다.
법정스님은 무소유를 통해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을 쓰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라는 어록을 남기기도 했죠.
◆'법정스님 입적' 종교를 초월한 애도의 물결
이런 법정스님의 무소유의 정신은 종교 넘어 정치, 예술, 문학 등 다양한 분야로 파생됐는데요. 당시 법정스님의 입적 소식에 많은 업계 인사들이 애도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법정스님은 불교계 외에도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등 타 종교에 대해 담을 쌓지 않았습니다.
2009년 2월에는 김수환 추기경과 만나 종교 화합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법정스님은 1997년 12월14일 길상사 개원법회에 김수환 추기경이 참석해 축사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발행하는 평화신문에 "예수님의 탄생은 한 생명의 시작일 뿐만 아니라 낡은 것으로부터 벗어남"이라는 성탄 메시지를 기고하기도 했습니다.
개신교 신자로 알려진 이명박 전 대통령은 법정스님의 대표작인 수필집 '무소유'를 책이 닳을 정도로 읽었고, 해외 순방이나 휴가를 갈 때도 항상 법정스님의 수필집을 가지고 다녔다고 합니다.
법정스님의 입적 소식에 정진석 추기경은 "고통받는 중생들에게 많은 위로와 사랑을 주셨던 법정스님의 원적은 불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큰 슬픔"이라며 "법정스님의 원적을 진심으로 애도한다. 스님께서 부디 극락왕생하시기를 기원한다"라고 애도를 표했습니다.
◆열반 10주기 쏟아지는 '법정스님' 관련 서적들
올해는 법정스님의 입적 10주기가 되는 해입니다. 출판업계에서는 스님의 관련 도서들을 출판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그 이유는 생전 법정스님이 유언장을 통해 저서를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달라는 절판 의지를 밝혔기 때문인데요. 법정스님은 "그동안 풀어 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당부했습니다.
또한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롭게'에 주어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토록 하여주시기를 바란다"고 입장을 전했습니다.

2010년 3월17일 성북동 길상사에서 공개된 법정 스님 유언장. ⓒ 길상사
법정스님 입적 후 출판권을 가진 대부분의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하지 않았으며, 법정스님의 관련 도서들은 모두 절판됐습니다. 하지만 법정스님의 바람과 달리 몇몇 출판사에서는 '무소유'나 '법정 스님' 등을 인용해 제 삼자가 스님을 회상하는 식의 책을 내기도 했는데요. 독자들은 이를 법정스님의 저서로 혼동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출판사들은 '법정 10주기 특별판'을 내놓고 있는데요. 지난 1월6일 법정스님 열반 10주기 특별판으로 '스스로 행복하라'는 책이 출간됐고, 2019년 11월10일에는 법정스님 원적 10주기 추모집으로 '낡은 옷을 벗어라'라는 책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법정스님의 가르침을 인용한 '법정' 관련 도서들이 출판업계에 줄지어 나오고 있습니다. 법정이 쓰지 않은 법정 도서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출간돼 업계에 판을 치고 있는 것이죠.
현재 법정스님의 책 저작권 등 모든 권한은 생전 이끌던 봉사단체인 '맑고 향기롭게'라는 재단에서 가지고 있습니다. 재단에서는 많은 사람에게 법정스님의 사상을 알리겠다는 목적으로 지난해 11월 법정의 미출간 원고를 책으로 엮어 냈습니다.
올 4월에는 저서를 전자책으로 볼 수 있도록 온라인 작업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요. 앞서 재단은 일부 출판사에 재정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책 출간을 허용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재단의 이러한 행보는 출판업계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법정스님의 유언과 반하는 행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출판업계에서는 법정스님 관련 저서 출간을 일부만 허용하는 태도를 비판하며, 재단이 일관성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법정스님은 살아생전 많은 글을 남겼고, 많은 사람에게 무소유의 가르침을 전했습니다. 법정스님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맑고 향기롭게 재단은 법정스님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출판사들에게는 명확한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재단 역시 돈으로 얼룩지지 않고 법정스님의 지난날의 업적을 지켜줄 수 있는 행동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저작권자(c) 프라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