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달 23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 오른 창작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동명의 드라마를 극화한 작품으로 일제 강점기인 지난 1943년 겨울부터 한국 전쟁 직후 겨울까지 동아시아 격변기 10년의 세월을 겪어낸 세 남녀의 지난한 삶을 통해 한민족의 가장 가슴 아픈 역사와 대서사를 완성도 높게 담아낸 창작 뮤지컬이다.
이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주말이면 사람이 뜸한 광화문의 세종문화회관을 찾아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를 관람했다.

여옥이 위안부로 끌려가 대치를 만나는 장면이다. = 김경태 기자
공연장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포토존으로, 포스터와 같은 두 주인공 최대치와 윤여옥이 애절한 이별을 나누는 무대 위 철조망을 재현해 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실제 포토존 옆에 플래카드에는 두 사람의 이별 장면을 재현해보라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여져 있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일본 강점기부터 한국 전쟁에 이르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윤여옥, 최대치, 장하림 세 남녀의 운명적이지만 애절한 사랑을 담은 큐지컬로 동아시아 전쟁 10년의 세월을 관통하는 장대한 서사를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풀어냈다.
특히 원작의 드라마틱한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극 중 여옥, 대치, 하림의 세 인물을 비롯해 △최두일 △윤홍철 △김기문 등을 제외한 인물을 새롭게 창조해 원작 드라마에 신선함을 더했다.
새로이 형성될 인물 간 관계를 통해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켜 작품의 몰입도를 더하는 동시에 굵직한 사건을 곳곳에 배치해 사건 중심 서사로 스토리를 전개해 한층 더 역동적이면서도 생동감을 전달한다.
공연이 시작되길 기다리는 동안 공연 팜플렛과 등장인물을 살펴봤다. 이날 공연에는 △윤여옥 '박정아' △최대치 '테이' △장하림 '이경수' △윤홍철 '조남희' △동진 외 '유보영' △동진 '한상혁' 등이 등장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먼저 1막에서는 일제강점기와 광복 직후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여옥이 위안부로 끌려가 대치를 만나는 사건을 통해 일제 강점기에 한민족이 겪었던 아픔과 독립운동가 윤홍철(가상의 인물)의 죽음으로 광복 직후 이념의 대립으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한반도를 그려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여옥과 대치, 하림 세 남녀의 사랑을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서정적으로 잘 풀어냈다. = 김경태 기자
이어 2막에서는 여옥과 하림, 그리고 여옥을 다시 찾아온 대치의 이야기를 통해 광복 직후 더욱 심화된 이념의 대립을 상징적으로 담아냈다.
또 여옥의 인생 여로를 따라 오라리 방화사건과 서북청년단 등은 물론 제주 4.3을 정면으로 자연스럽게 담아내 묵직하면서도 시대를 관통하는 서사를 완성했다.
관람하는 동안 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였지만 음악 역시 원작 드라마의 감동을 그대로 전할 수 있도록 했다.

역사상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와 제주 4.3을 다룬 원작 드라마를 극화한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우리 아픈 역사를 예술로 승화시킨 감동을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 김경태 기자
원작 드라마의 서정적이면서도 애절한 선율의 테마곡을 비롯해 극 전반에 흐르는 유려한 선율의 넘버와 각 등장 인물의 성격을 오롯이 담아낸 인물별 테마곡은 보다 큰 감동을 전달했다.
1919년 민족 독립의 불꽃이자 대규모 독립 운동의 시초로 꼽힌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가슴 속 깊은 곳부터 뜨거워지는 민족 역사의 대단원을 무대로 담아낸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